기억의 저편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김세화 지음 / 몽실북스 / 2021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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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구 하나에 사로잡혔습니다.


미치도록 찾고 싶었다


이 문구를 보자마자 문뜩 떠올랐던 건 영화 <살인의 추억>이었습니다.

박두만(송강호)이 외치던 이 한 마디.


"밥은 먹고 다니냐?"

유전자 감식 결과로 강력했던 용의자 박현규(박해일)을 잡고 싶었던 그.

하지만 박현규가 아님에 그를 풀어주면서 외치던 이 한 마디.

얼마나 잡고 싶었을까....?! 란 그의 심정이 이 한 마디에서 고스란히 느껴졌는데...

다시금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과연 이 소설에서 누가, 누군가를 그토록이나 잡고 싶었을지...


속단은 금물

보여지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작가의 페르소나인 기자 김환

그가 모든 키를 쥐고 있다


기억의 저편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하늘이 노랗다. 유골 발굴 현장을 부지런히 오가는 과학수사대원들의 다급한 목소리가 산길 쪽에서 들렸다.


그 소나무였다.


그 소나무 아래 아이들이 흙 밖으로 드러나 있었다. 아무렇게 버려지고 묻혀 있던 길고 가느다란 철근 조각들이 깎이고 쓸려간 흙더미 사이에서 빈사 상태의 앙상한 자기 모습을 드러내듯이 아이들은 팔과 다리를 들어 자기 존재를 알렸다. 한 아이의 광대뼈도 반쯤 묻힌 채 흙빛을 드러내 보였다. - page 17 ~ 18


벌써 10년이 흘렀습니다.


10년 전.

중학생이 되기 전 세 명의 아이들.

쌍둥이 자매인 인영과 소영, 그리고 이들의 친구 동구.

특히나 쌍둥이 자매를 한눈에 알아차리는 사람은 할머니뿐이었고 1분이라도 소영이와 비교되는 것이 싫었던 인영.

차라리 자신은 조금 더 걸어 중학교에 배치되더라도 부디 소영과 같은 중학교에 배치받지 않길 빌었던 인영.

매일같이 이 세 명은 동촌구 용무산동 용무산에서 놀았는데...

이 날도...


내일도 동구는 산에 가자고 한다.

제일 으스스한 곳으로 가보자고 했다.

동구는 우리를 놀라게 하겠지.

앞서 가다가 우리를 보고 갑자기 돌아서서 귀신 표정으로 늑대 소리를 내겠지.

소영이는 꺅 소리치며 벌벌 떨겠지.

동구는 또 그걸 보고 좋아하겠지.

나도 놀래야 하나?

지루하다, 똥구.

그런데 나는 산에 왜 가지?

어린애도 아닌데.

학교도 안 가는 날에 놀러 갈 곳이 고작 동네 뒷산이라니... - page 14


이 세 명의 아이들은 사라지게 됩니다.

흔적 없이...


아이들이 사라졌기에 이들을 찾기 위해 대대적인 수사가 이루어지지만...

온 동네와 산을 수백 명의 사람들이 수색을 해도 나오지 않고 수많은 제보에 확인을 하지만 번번이 오제보였고...

지지부진해진 수사는 결국 수사본부도 해체되고...


10년 후.

그토록 찾고 싶었던 세 명의 아이들이 나타나게 됩니다.

안타깝게도 유골로 발견되지만...

그렇게 찾아도 발견되지 않았던, 오히려 발견된 장소는 수사할 때 허투루 넘어가지 않았을, 용무산에서도 아이들의 집에서 그리 멀지도 않은 곳에서 발견됩니다.

그리고 경찰은 이들의 죽음을 저체온증과 같은 증상으로 인한 사망을 외치지만 발견된 옷가지의 모습이라든지 유골이 전하기는 자연사나 사고사가 아님을 일러주고...

10년 전 이 사건에 열띤 취재를 하였던 '김환' 기자는 자신의 예전 취재와 함께 이 사건의 진실을 향해 다가가고자 하는데...

과연 이 세 명의 아이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일까...?

이번엔 기필코 범인을 잡을 수 있을 것인가...?

이 결말이 궁금하다면 이 소설을 읽을 수 밖에 없음을, 특히나 이 소설의 작가분이 전직 기자 출신이기에 더없이 몰입하면서 읽을 수 있다는 점만을 남기며 소설에 대한 내용은 여기서 멈춰야겠습니다.


아마 제 글을 읽으시면서도 '아!' 하고 떠오르는 사건이 있으실 것입니다.

아니다!

모를 수도 있겠습니다.

1991년 대구에서 일어났던 '대구 성서 개구리 소년 실종 사건'이 있었습니다.

(제 추억을 소환하면... 나이가 드러날 수도 있겠네요... 하하핫;;)

정말 제 어릴 적에 너무나도 충격적이었습니다.

대구에 살던 다섯 명의 초등학생이 개구리를 잡으러 간다고 집을 나선 뒤 돌아오지 않았던 이 사건.

원래는 도롱뇽 알을 채집하려고 집 근처 와룡산에 올라갔다가 실종되었지만 도롱뇽이 개구리로 잘못 알려지면서 이 사건이 '개구리 소년 실종 사건'으로 일컬어졌지만...

이들 역시도 미제로 남겨질 뻔하다가 11년 만에 집 부근 야산에서 유골로 발견됩니다.

아마도 작가분이 대구MBC 기자 출신이기에 이를 모티브로 하셨는지...

그래서 더 몰입하면서, 아니 몰입을 하게끔 작가분이 독자를 끌고 있었습니다.


살짝 스포를 해 보자면...

소설에서는 범인이 누구인지 알게 되지만...

안타깝게도 '개구리 소년 실종 사건'은 여전히 범인을 잡지 못한다는 점에서 큰 아쉬움이 남는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얼마나 억울했으면...

범인이 안 잡히고 사건이 흐지부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니 자신들의 유골을 드러내면서 범인을 찾게 한 유골이 나타난 것인지...

그리고 유골로 자신의 부모님에게 죽어서도 가슴에만 묻지 말라고 외치는 듯한 모습이...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써 이 소설을 읽으면서, 저 역시도 잠시 잊혔던 이 사건이 떠오르면서 가슴이 미어지고 소리 없이 눈물이 흐르곤 하였습니다.


남겨진 이들의 고통은...

제가 감히 뭐라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고통에 고통을 더해질 텐데...

부디 우리의 사건도 '미제'로 남겨지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


소설 속에선 10년이 흐르기 전에  '범인'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참...

사람이란...

 


그래도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

는 말처럼 언젠간 반드시 밝혀질 것이기에...

제발 진실을 감추기 위해 거짓에 거짓을 더하는 행위는 더 이상 안 했으면 하는 바람을 해 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인상적이었던 이 이야기를 남겨봅니다.


사건이 해결되면 새로운 기억으로 과거의 기억을 대체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새롭게 편집해 덮어쓰기 하듯이 말이다.

착각이었다.

기억은 대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 page 295


남겨진 이들에게 더 이상의 큰 상처를 남기지 않기를...

우리 모두 최선을 다해 남겨진 이들에게 '배려'를, 그리고 잊지 않기를...

제 가슴속에서 새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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