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트] 문명 1~2 - 전2권 ㅣ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5월
평점 :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 중에 한 분인 '베르나르 베르베르'.
그의 새로운 시각과 기발한 상상력은 읽는 독자로 하여금 색다른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게 하기에, 그리고 읽고 나면 인간에 대한 '성찰'을 할 수 있어서 신작이 나오면 무조건적으로 읽게 됩니다.
그런데 이번 작품은 더없이 궁금하였습니다.
사실 5월 한 달간 묵혀두었던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읽고 난 뒤에 이 작품을 만나게 되었다는 점이 아무래도 연관선상에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 표지를 보니 딱 떠오르는 작품이 있었습니다.
그의 전작인 『고양이 1, 2』.
파리 몽마르트르에서 집사인 나탈리와 함께 사는 여자 고양이인 '바스테트'의 시선으로 전개된 인간의 문명에 대한 이야기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던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금 등장한 '고양이'.
알고보니 전작 『고양이』의 주인공이었던 바스테트가 다시금 등장하면서 3부작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갈 예정이라고 하니 그 중간이 되는 이번 이야기에선 얼마나 큰 활약들이 있을지 기대가 되었습니다.
인류 문명은 테러와 전쟁, 전염병으로 한계에 이르렀다.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있는 건 바로 고양이 문명.
쥐 떼에게 포위당한 고양이와 인간은 살아남아서
지구상에 새로운 문명을 건설할 수 있을 것인가?
『문명 1, 2』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세 살짜리 암고양이 '바스테트'.
이 고양이가 이제부터 들려줄 기상천외한 사건들이 펼쳐지게 됩니다.
무료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평범한 집고양이였던 바스테트.
그녀에겐 나탈리라는 이름을 가진 집사가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바스테트는 배가 불러왔고, 곧 새끼를 여섯 마리 낳게 됩니다.
그런데 집사가 남자 친구를 시켜 한 마리만 남기고-인간 집사들 사이에 인기가 많은 일명 <치즈 고양이>인 수컷 안젤로를 살려 둔 것입니다- 다 물에 빠트려 죽이게 됩니다.
이 잔인무도한 사건 이후 그녀는 죽은 자식들의 복수를 다짐하며 인간들을 다 죽여 없애 버리겠다고 이를 갈지만...
그런데 말이야, 내가 행동에 나설 필요조차 없었어. 인간의 최대 포식자는 다름 아닌...... 인간 자신이었으니까. - 1권 page 26
정말이지 검은 수염 사내가 뭔가를 외치면서 도망치는 아이들 등 뒤에 불을 뿜는 막대기를 겨냥하고 막대기에서 불이 뿜어져 나오는 순간 꼬마들이 우르르 넘어지고 바닥에 피가 흥건히 고이는 일이 벌어지게 됩니다.
그때부터 인간들은 서로 죽고 죽이는 모습이 펼쳐지게 되고 알 수 없는 전염병이 돌기 시작하면서 자기들끼리 치고받고 할 때보다 훨씬 많은 인간들이 죽어 나가게 되는, 그야말로 죽음의 기운이 도시를 휘감게 됩니다.

이렇게 인간 문명이 한계에 이르게 되면서...
인간들은 함께 살아남기 위해 화해하고 연대하기보다 다르다는 이유로 동족을 죽이고 있었지. 그들은 <짐승>으로 변해 있었어.
이렇게 스스로 파멸로 치닫는 인간들과 달리 숫자와 힘을 불려 가는 종이 하나 있다는 걸 우연히 알게 됐어. 인간들이 약해지기만을 기다리면서 세상의 지배자를 꿈꾸는 동물, 너희도 잘 아는 쥐 말이야. 난 쥐가 싫어 그렇지만 그들의 공격성과 무서운 적응력, 그리고 번식력이 경쟁 관계의 다른 종들을 압도한다는 사실은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어. 나무도 절단할 만큼 날카롭고 긴 앞니의 위력이야 말해 뭐 하겠어. - 1권 page 28 ~ 29
급격히 번식한 쥐들.
이 쥐 떼들의 습격을 피하기 위해 새로운 섬을 찾아 떠나게 되고 바스테트는 문명을 세우겠다는 당찬 포부와 함께 모험이 시작되는 것이 이번 작품의 주요 내용이었습니다.
고양이뿐만 아니라 돼지, 소, 개, 비둘기 등 다양한 동물들이 등장하면서 이들의 입을 통해 인간의 미식이나 여흥을 위해 고통받는 동물들의 입장을, 그렇게 인간 중심주의에 대해 다시금 되돌아보게 해 주었습니다.
「이 도축장에 와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고나서 당연히 경악을 금할 수가 없었어요. 물론 숲에는 수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지만 나는 자유롭게 살았어요. 가족이 있고 내가 지켜야 하는 영역도 있었죠. 숲에선 내가 똑똑하고 힘만 세면 돼요. 내 삶의 영속성은 오로지 내 반사 신경과 전투력에 달렸어요. 순간순간의 내 선택이 생사를 가르죠. 그런데 여기 있는 당신들은, 사육장에서 태어난 것도 불쌍한데 스스로 운명의 주체가 될 수 없으니 정말 안타까울 뿐이에요. 사육장을 처음 보고 또 놀란 건,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없고, 무엇보다 자연광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사실이에요. 몸에 해로운 인공조명이 24시간 비치는 환경에서 어떻게 사는지 의아했죠.」
...
「제가 알게 된 사실들에 근거해 말씀드리면, 모든 인간은 그들이 저지른 악행에 대한 벌로 지상에서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배심원들께서도 저들에게 사형을 선고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2권 page 70 ~ 71
과연 이들은 새로운 문명을 만들어나아갈 수 있을 것인가...
「나는 바스테트예요. 난 지금 전 지구적인 혁명을, 묘류 혁명을 준비하고 있어요. 인간인 당신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새로운 위치를 깨달아야 해요. 우리의 하위 종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해요. 이미 오래전 공룡의 시대가 끝났듯이 인간의 시대도 저물었어요. 이제 세상은 우리한테 맡기고 당신들은 편히 쉬면 돼요.」
저 옹졸한 뇌로 과연 이 명백한 진리를 이해할 수 있을까?
나는 선언하듯 덧붙인다.
「아무 걱정하지 말고 나한테 맡겨요. 날 믿어요. 모든 게 잘될 거예요. 내가 다 책임질게요.」
유머와 예술과 사랑을 깨달은 내가 당신들을 묘류의 세상으로 인도할게요. - 2권 page 334
'새로운 문명'을 세우기 위해서 세 가지 개념이 필요하다고 하였습니다.
「칭찬해 줘서 고맙다고 전해 줘. 그리고 걱정하지 말라는 얘기도 해줘. 인간 문명은 붕괴했지만 우리 고양이들이 바통을 이어받아 지구를 지배할 테니 염려하지 말라고.」
「네 집사가 <너희 고양이들>이 인간 문명을 대체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개념이 필요하대.」
첫째, 사랑.
둘째, 유머.
셋째, 예술. - 1권 page 150 ~ 151
처음에 저 역시도 바스테트처럼 의아하였지만 2권까지 읽고나면 그 의미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이건 꼭 읽고 느껴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쉬이 소설이라 단정지을 순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페스트라는 전염병을, 테러와 전쟁으로 인간이 인간을 죽고 죽이는 일이 있었기에, 무엇보다 지금의 시국-코로나 시대-도 빼놓을 수 없기에 더욱 생생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만약 다른 동물이 이 세상을 이끌어간다면...
그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조지오웰의 『동물농장』처럼 결국 그들도 인간의 모습과 닮아있지는 않을까...?
이 역시도 '인간'적인 생각은 아닌지...
이번 소설의 매력이 있다면 책 속에 또 하나의 책이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로망 웰즈의『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너무나도 닮은 듯한 이야기에 한 권의 책 속 또 하나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소설을 읽고난 뒤 전에 읽었던『사피엔스』, 『동물농장』이 떠올랐습니다.
인류 문명에 대해.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 것일지에 대해 참으로 복잡하고도 미묘한 문제만이 저에게 과제처럼 남았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