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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의 날의 거장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271
레오 페루츠 지음, 신동화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5월
평점 :
유명 배우의 의문의 죽음
수수께끼의 연쇄 자살 사건
레오 페루츠의 대표작 국내 초역
'레오 페루츠'의 작품을 접해보지 않았지만 이미 그는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이탈로 칼비노, 앨프리드 히치콕, 그레이엄 그린, 이언 플레밍 등 세계의 많은 문호와 거장들이 그의 작품을 탐독하고 찬사를 보낼 만큼 오스트리아 작가이자 독일어권 문학의 거장이었습니다.
그런 그의 작품이 이번 기회에 만날 수 있다는 사실에!
무엇보다 서스펜스와 추리를 좋아하는 이라면 이 작품은 당연히 읽어보고 싶은 충동을 느낄 것입니다.
과연 이 사건의 범인은 누구일지... 직접 만나보고자 합니다.
수수께끼 연쇄 자살 사건의 비밀
『심판의 날의 거장』

나의 작업은 끝났다. 나는 1909년 가을에 있었던 일들, 연달아 일어난 비극적 사건들을 적어 놓았다. 그 사건들과 나는 아주 기이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내가 기록한 것은 완전 진실이다. 아무것도 건너뛰지 않았고, 아무것도 억누르지 않았다. - page 7
1909년 9월 26일 일요일.
아침에 우편부가 노르웨이에서 편지 한 통을 가져옵니다.
편지를 개봉했지만 자신이 기대했던 편지 대신 하르당에르 빙하 지대에 있는 동계 스포츠 여행객용 호텔의 팸플릿에 실망을 하게 되고 그는 펜싱 클럽으로 가게 됩니다.
그리고 점심때는 연대 동료 둘과 식사를 하고 난 뒤 조간신문을 읽게 되는데 베르크슈타인 은행의 도산에 관한 아주 자게 인쇄된 토막 기사를 발견하게 됩니다.
진즉에 예상하고 있었지만 그의 지인인 배우 '오이겐 비쇼프'에겐...
경고해 주었어야 했는데,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 갔다. 그런데 내 말을 믿기나 했을까? 그는 내가 늘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여기니까. 남의 일에 끼어들 필요가 뭐 있겠는가? 그와 동시에 며칠 전 궁정 극장의 극장장과 나눈 대화가 떠올랐다. 오이겐 비쇼프의 이야기가 나왔고, 극장장은 <유감스럽게도 그 사람은 늙었죠. 제가 그를 도울 길은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후배 배우들의 성화에 대해 몇 마디 덧붙였다. 내가 받은 인상이 맞다면 오이겐 비쇼프가 계약을 갱신할 가망은 없었다. 그리고 이제 거기에 베르크슈타인 은행과 관련된 불행이 더해질 게 분명했다. - page 9 ~ 10
그리고 오이겐 비쇼프는 그의 저택에서 두 발의 총성 소리와 함께 갑자기 자살을 하게 됩니다.
이 저택 안에는 이 소설을 이끌고 있는 '요슈 남작'과 비쇼프의 아내인 '디나', 디나의 남동생인 '펠릭스', 펠릭스의 동료인 엔지니어 '발데마르 졸그루프', 그리고 '고르스키 박사'가 있었습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비쇼프를 죽음으로 몰아간 인물로 요슈 남작이 지목되게 됩니다.
그 이유는 비쇼프의 아내와 과거 연인 사이로 아직도 그녀에게 연정을 품고 있었고, 비쇼프의 자살을 유도할 수 있는 정보를 가졌기 때문이었습니다.
한순간 범인으로 지목된 상황.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 가기보단 시간의 흐름에 맡기고자 했던 그에게 엔지니어 졸그루프는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 주겠다며 진범을 찾아 나서게 되고 그 역시도 조금씩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 나가고자 하는데...
비쇼프의 죽음과 비슷한 형태의 불가사의한 자살 사건들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면서 이는 단순한 자살이 아님을 알게 되고...
사건의 범인은 누구인지...
왜 두 발의 총성 소리와 함께 오이겐 비쇼프는 자살을 하였는지...
급박하게 사건의 내막은 파헤쳐 지고 그 방향은 예상치 못했던 곳으로 흐르게 되는데...
소설은 한 남자의 회고에서 시작하여 철학적인 메시지를 던지며 마무리를 하였습니다.
인간의 내면, 공포, 예술의 의미에 대해...


특히나 이 소설을 통해 '창착자들의 고통'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영감을 얻기 위해 자신의 영혼을 불러일으키고 그 마지막엔 파멸이...
(이것이 어쩌면 비겁한 행동이자 변명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공포가 뭔지 안다고 주장하려는 겁니까, 남작님? 오늘 이후로는 그럴지도요. 하지만 당신이 그전까지 경험해 온 공포는 수천 년 전 우리 안에서 사라져 버린 감정의 미약한 반영에 지나지 않습니다. 진정한 공포, 진짜 공포, 그러니까 모닥불 빛을 벗어나 어둠 속으로 들어갈 때, 구름 속에서 맹렬하게 번개가 내리칠 때, 늪에서 태곳적 공룡들이 울부짖는 소리가 울릴 때 원시인을 사로잡았던 공포, 고독한 피조물의 원시적 불안...... 살아 있는 인간인 우리 중 누구도 그 공포를 알지 못합니다. 누구도 그 공포를 견뎌 내지 못할 겁니다. 그러나 우리 안에서 공포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신경은 죽지 않았습니다. 그 신경은 살아 있습니다. 어쩌면 수천 년 동안 마비된 상태로요. 그 신경은 움직임 없이 가만히 있습니다. 우리는 잠자고 있는 이 무서운 녀석을 뇌 속에 가지고 있는 겁니다!」- page 232
... 당신이 본 소름 끼치는 광경은 당신의 잠재의식에서 생겨난 겁니다... - page 233
아마 저자가 우리에게 전하고자 한 바는 이것이 아닐까...
...우리 각자는 나름의 최후의 심판을 안에 지니고 있습니다... - page 234
단순한 호기심으로 읽게 되었지만 끝엔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묵직함이 책장을 덮은 후에도 오랫동안 남았었습니다.
인간 내면 밑바닥에 자리 잡은 '공포'라는 감정...
내가 마주하게 될 '최후의 심판'은 어떤 모습일지...
그리고 그 끝은 어떨지...
아직은 마주하고 싶지 않다는게 지금의 제 심정이랄까...
저자의 다른 작품도 궁금하였습니다.
알고보니 몇몇 작품도 이미 국내에 번역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다른 작품 속에선 어떤 메시지를 전할지...
그의 작품을 조만간 찾아 읽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