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사람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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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로 제 마음을 사로잡았던 작가, '프레드릭 배크만'.

그 후로 나온 그의 작품은 빠짐없이 읽었습니다.

웃다 울다 결국 드리워지는 깊은 울림을 전하는 그의 이야기...

 

특히나 그의 이야기가 좋은 이유 중 하나는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자극적이지 않지만 재미와 감동을 주는, 그래서 읽고 나면 가슴이 따뜻해지는 이 느낌.

이 느낌을 경험해 보지 않았다면 몰랐을 텐데 그를 통해 한 번 경험을 해 보았기에 단 한 번으로 그칠 수 없었습니다.

 

이번에 그의 신작이 나온다는 소식에 주저 없이 읽게 된 이 소설.

이미 이 작품에 대해

 

"역시 배크만은 틀릴 리가 없다"

"팬데믹 시대의 불안을 해소해줄 가장 믿음직한 치료제"

"공포 속 희망, 비극 속 유머, 혼돈 속 우아함, 웃음 속 눈물이 황홀하게 쏟아져 내린다"

 

등 열광적인 찬사를 받았기에 역시나 믿고 읽게 되었습니다.

 

마음 약한 강도 꿈나무와 더럽게 말 안 듣는 인질들의 대환장 소동극!

세상의 바보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가장 눈부신 이야기

 

불안한 사람들

 

 

은행 강도. 인질극. 아파트를 급습하려는 경찰들로 가득한 계단. 이 지경에 다다르기까지는 수월했다. 생각보다 훨씬 수월했다. 정말 한심한 발상 하나만 있으면 됐다. - page 15

 

어느 날 아침.

그다지 넓지도 않고 주목할 만하지도 않은, 인질극은커녕 자전거 도둑도 없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도시에 39세의 은행 강도 사건이 일어나게 됩니다.

아니, 원래는 은행 강도 사건이 될 예정이었지만 모든 게 조금 어그러져버리면서 은행 강도는 은행 강도라 할 수 없는 사건을 저지르다가, 당연한 수순으로 경찰이 출동하자 겁에 질려서 길을 건넜고 맨 처음 눈에 들어온 문을 열고 도망치게 됩니다.

마침 매물로 나온 아파트라 구경하러 온 잠재 고객들로 가득한 어느 아파트.

은행 강도는 숨을 헐떡이고 땀을 뻘뻘 흘리며 권총을 허공으로 들어 올리고는 비틀비틀 안으로 들어가게 되고 그렇게 해서 이 이야기는 결국 인질극이 되게 됩니다.

 

이후 사태는 정석대로 흘러가게 됩니다.

경찰이 건물을 에워싸고 기자들이 출동하였으며 결국 항복할 수밖에 없는 상황.

인질 여덟 명, 그러니까 잠재 고객 일곱 명과 부동산 중개업자 한 명이 풀려나게 됩니다.

그 뒤 경찰이 아파트를 습격하게 되는데 그 안엔 아무도 없었습니다.

 

아무도 은행 강도의 행방을 알지 못했다.

이 시점에서 당신이 알아야 할 것은 그게 전부다. 이제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겠다. - page 19

 

그렇게 소설은 사건을 담당하게 된 짐과 그의 아들 야크 경찰관이 인질이 되어버린 여덟 명과의 심문과 함께 그때의 상황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지면서 대환장 인질 소동극이 그려지게 됩니다.

 

솔직히 경찰 부자가 심문을 하는 과정을 들여다보면 말장난이 난무하고 있었습니다.

마치 자신들이 바보인마냥 엉뚱한 소리를 하고 또 그 소리에 장단 맞춰주는 경찰의 모습은 처음엔 '도대체 뭐 하자는 거지...!'란 생각이, '범인을 잡을 생각이 있는 건가...?'란 의문을 만들곤 하였습니다.

하지만 사건의 내막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그들의 태도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소설 속에서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소설 속 인물들은 저마다 '어른'이었지만 마음속엔 '불안' '외로움' '두려움'을 지닌, 어쩌면 가여운 우리의 모습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행동을 보며 마냥 바보스럽다고, 우스꽝스럽다고 여길 수 없었습니다.

그 뒤에 가리워진 슬픔을 알기에, 외로움을 알기에...

 

가끔은 껍데기가 내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가슴이 정말 아플 때도 있다. 공과금도 내야 하고 어른도 되어야 하는데 어른이 되는 법을 몰라서, 어른이 된다는 것은 실패할 확률이 지독히 높은 일이라서 겁에 질릴 때도 있다. - page 16

 

그럼 어떻게 살아가야하는 것일까...?

 

진실. 세상에 진실은 없다. 우리가 우주의 경계에 대해 어찌어찌 알아낸 게 있다면 우주에는 경계가 없다는 것뿐이고, 신에 대해 아는 게 있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뿐이다. 따라서 목사였던 어머니가 가족들에게 요구한 것은 간단했다. 최선을 다하라는 것.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오늘 사과나무를 심으라는 것.

 

구할 수 있는 사람은 구하라는 것. - page 473

 

결국 이 소설의 진실은...?!

 

진실은 무엇일까? 진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복잡한 경우가 거의 없다. 우리가 진실이 복잡하길 바라는 이유는 먼저 간파했을 때 남들보다 똑똑한 사람이 된 기분을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건 다리와 바보들과 인질극과 오픈하우스에 관한 이야기다. 하지만 사랑 이야기이기도 하다. 사실 여러 편의 사랑 이야기다. - page 309

 

소설을 다 읽고 나서 한 노래가 떠올랐습니다.

리쌍의 <광대>.

조금은 웃픈 우리의 모습에, 아니 내 모습에 잠시 음악을 들으며 소설 속 인물들을 하나둘 찬찬히 떠올려봅니다.

 

세상을 넘어 시간을 멈추고
세상을 넘어 신나게 춤을 춰 봐
세상을 넘어 모두가 같은 높이에서
그래 그래 그렇게

 - 리쌍의 <광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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