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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들 하신가
송세진 지음 / 오늘산책 / 2021년 5월
평점 :
나의 20대는 마음만 먹으면 여행을 떠나곤 하였습니다.
하지만 30대가 되고선 어딘가에 얽매여 쉽게 여행을 떠날 수 없었고 지금은 ...
떠날 수 없기에 더 간절히도 원하게 된 '여행'.
그나마 버틸 수 있는 건 그동안의 여행의 '기억'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을 읽게 된 건 '여행'에 대한 에세이였기에, 무엇보다 책 제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지친 우리들에게, 특히 최근에 마음의 상처를 받은 저에게 건네는 위로의 말처럼 들렸기에, 잠시나마 저자의 여행길에 동행하며 지금의 제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었습니다.
돌아온 후 더욱 충만해지는 여행의 기억,
그 기억의 순간들을 함께 채워준
수많은 지구별 사람들에게 전하는 안부
『안녕들 하신가』

책을 읽으면서 저의 첫 여행이 떠올랐습니다.
'다른 나라'를 간다는 것에 대한 설렘과 함께 '두려움'이, 무엇보다 '언어'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었습니다.
여행 전에 준비를 한다고는 하지만 그 '어설픔'은 쉽게 가려지지 않았고 '될 대로 되자!'라며 시작된 여행은 오히려 더 여행을 여행답게 만들었다고 해야 할까!
완벽한 여행자는 없다. 어차피 어디를 가든 조금씩 어설플 것. 언어 또한 여행자가 가질 수 있는 '어설픔'에 속한다. 그리고 실수가 모여 추억이 되기도 한다. 말보다는 성의를 다하는 태도만으로도 의사는 충분히 전달되고, 현지어로 인사만 잘해도 생기는게 많다. 영어, 일어, 중국어, 스페인어가 있는 것이 아니다.
여행에는 여행의 언어가 있다. - page 31
이 말에 공감을 하였었습니다.
저는 여행지에 가면 그렇게도 사진을 많이 찍습니다.
그 순간을 간직하기 위해서 열심히 셔터를 눌러보지만 나중에 사진을 보면 그때 내가 보았던 그 모습이 아닐 때가 더 많았습니다.
왜 그런 것일까...?
저자의 이야기에서 그 답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집트에서 시나이산을 낙타를 타고 능선을 오르며,
별빛에 의지하여 앞사람의 발자국을 따라가다 고개를 들어 먼 곳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걸음을 잠시 멈췄다. 저기 사선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펼쳐지는 낙타 탄 사람들의 실루엣...... 맑은 사막의 하늘은 블루블랙이고, 별이 총총 떴으며, 달은 오늘따라 초승달이다.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이 크리스마스 카드다. 이건 사진으로 담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냥 심장에 담아와야 하는 그림이다. 가뜩이나 숨이 찬데, 감탄인지 뭔지 심박이 빨라진다. 말없이 숨소리만 거칠다. - page 53 ~ 54
사진으로 담을 수 없는, 그냥 심장에 담아와야 하는 그림이었기에...
눈에, 마음에 저장해야 했음을...
그때 사진기에만 초점을 맞췄던 것이 이제 와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그녀의 여행지 중에 저도 언젠간 꼭 가고 싶은 곳이 있었습니다.
'멕시코'
이곳에 가고 싶은 제일 큰 이유는 '프리다 칼로' 화가를 더 알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소아마비와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신체적 고통과 멕시코 민중벽화의 거장이자 그녀의 남편인 디에고 리베라의 문란한 사생활로부터 오는 정신적 고통을 예술적 작품으로 승화시킨 그녀, 프리다 칼로.
몰랐다면 지나칠 수 있지만 그녀의 이야기를 몇 권의 책으로 만나보았기에 더 그녀에게 다가가고 싶은 마음...
뿐만 아니라 웅장한 멕시코 피라미드를, 에메랄드 빛 바다가 펼쳐진 지상낙원인 칸쿤이 있기에 기회가 주어진다면 저도 그곳에 제 발자국을 남겨두고 싶었습니다.
여행의 이야기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마지막에 '여행작가'로서의 이야기를 한 것이었습니다.
솔직히 저도 '여행작가'는 마냥 좋을 것 같다는 로망을 가지고 있었는데...
여행작가라서 좋겠다고? 좋기도 하다. 안 좋을 때도 많다.
"그래서 그게 여행이었냐, 아니었냐? 너에게 여행은 무엇이냐?"
누군가 묻는다면 여전히 답을 찾지 못했다고 말해야겠다. 누군가는 여행을 길 위의 학교라고 하는데 꼭 그런 것 같지도 않다. 떠나면 답이 있다고 하는데 그것도 좀 과하다. 다만 그 시간들이 쌓여 지금의 내가 있는 건 분명하다. 텅 빈 통장과 대책 없는 노후도 그 탓이요, 때로는 지나친 수다도 그 탓이요, 크고 작은 트라우마와 트라우마의 치유도 그 탓이요, 가늘게 연락이 닿아 있는 외국인 친구, 여행작가로서 하는 강의, 수만 장의 사진들, 지금도 앞으로도 쓰게 될 몇 권의 책, 수백 개의 냉장고 자석, 가끔 이국적인 입맛, 가끔 까다로운 에티켓과 습관 등 그 탓 아닌 것이 없다. 그리하여 나에게 여행은 라이프 스타일, 생활 방식이 된 듯하다. - page 291
조금 씁쓸함이 느껴지는...
책의 제목이 『안녕들 하신가』라고 한 이유를 책을 다 읽고 나서 알 수 있었습니다.
책 속에서 보인 '아주르 윈도'의 모습은 지난 2017년 강풍에 붕괴되어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것이, 평화로워 보이는 미얀마가 현재는 쿠데타로 시민들의 무고한 희생이 이루어지는 것이 안부를 묻지 않을 수 없음을 의미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책을 읽고 난 뒤 저 역시도 묻게 되었습니다.
그곳에 두고 온 내 시끄러운 마음들이 오늘 다시 안부를 묻습니다. 모두 안녕들 하신지, 지진에 폭우에 화재에, 그리고 사람 때문에 아픈 일은 없는지 궁금해집니다. 안녕들 하신가요...... - page 11

부디 모두가 안녕하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