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들이 만든 거대한 세계 - 균이 만드는 지구 생태계의 경이로움
멀린 셸드레이크 지음, 김은영 옮김, 홍승범 감수 / 아날로그(글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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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부패시키는 존재가 세계를 만든다!


이 문구에 끌렸습니다.

'곰팡이'라는 존재가 없었더라면 지금의 이 세상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사실!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었기에 이 이야기가 더 궁금하였습니다.


흙 속의 뿌리부터 우리가 숨 쉬는 대기까지

균이 만드는 세계에 대한 매혹적인 에세이


『작은 것들이 만든 거대한 세계』


본문에 들어가기 앞서 곰팡이의 의학적 잠재력에 놀라웠습니다.


미국의 균학자인 폴 스태미츠는 미국의 프로젝트 바이오실드와 합동 연구를 진행해 다수의 곰팡이가 바이러스성 질병 중에서 천연두, 포진, 독감 등에 강한 저항력을 갖고 있음을 발견했다. 벌에 대한 스태미츠의 최근 연구는 곰팡이 추출물이 벌의 체내 바이러스 양을 현저히 줄여준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곰팡이의 항바이러스 능력과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 구체적으로 발견된 것은 아직 없지만, 현재 상황에서 충분히 관심을 가질 만한 분야라고 생각한다.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면 아마도 곧 연구가 시작될 것으로 기대한다. - page 8


어쩌면 앞으로도 계속 일어날 수 있는 바이러스 팬데믹에 '곰팡이'가 중요한 역할을 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그렇기에 '균'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야 함을 일러주었습니다.


사실 곰팡이는 어디에나 있지만 우리는 그 존재를 잘 알아보지 못합니다.

눈으로 명확히 보이지 않기에 또 대부분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살아가고 있기에 저 역시도 관심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곰팡이는 돌을 먹고, 흙을 만들며, 오염물질을 소화시키고, 식물에 양분을 주거나 죽게 만들고, 우주에서도 살아남으며, 환각을 보게 만들고, 식량을 생산하고, 약물을 만들어내고, 동물의 행동을 조종하며, 지구 대기의 성분에 영향을 미친다. - page 23


즉, 곰팡이는 우리가 깃들어 사는 이 행성과 우리가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방식을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열쇠인 것이었습니다.


지구상에서 있었던 - 지금도 계속 일어나고 있는 - 드라마틱한 사건 중 많은 수가 곰팡이의 활동에서 비롯되었다고 하였습니다.

특히나 놀라웠던 건 '식물'과 관련된 이야기였습니다.


최초의 식물은 뿌리도 없고 특별한 구조도 갖추지 못한 초록색 조직 덩어리에 불과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 초록색 덩어리가 응축되어 기관이 생기기 시작했고, 그 조직이 곰팡이 동지를 수용했으며, 곰팡이는 흙 속에서 영양분과 물을 끌어다 주었다. 진화의 결과 첫 뿌리가 나타났을 즈음, 균근은 조류와 곰팡이가 지상으로 올라온 후에 생겨난 모든 생명의 뿌리를 이루었다. 균근mycorrhiza이라는 이름이 정확하게 말해주고 있다. "균mykes에 이어 뿌리rhiza가 생겨났다."

그로부터 수억 년이 흐른 오늘날, 식물은 더 가늘어지고 더 빨리 성장하며 식물이라기보다 곰팡이처럼 행동하는 기회주의적인 뿌리를 갖도록 진화했다. 그러나 그렇게 진화한 뿌리도 땅속을 탐색하는 데에는 곰팡이를 넘어설 수 없다. 균근 균사mycorrhizal hyphae는 가장 가느라단 뿌리보다도 50배나 가늘고 그 길이도 식물 뿌리의 100배까지 더 길어질 수 있다. 균사는 뿌리보다 먼저 생겼고, 뿌리보다 더 멀리 나아간다. 몇몇 연구자들은 여기서 한 발 더 나간다. "식물은 뿌리가 없습니다." 학부 시절, 은밀한 비밀을 털어놓듯 말하는 교수의 말에 강의실 안의 학생들이 모두 깜짝 놀랐다. "식물이 가진 것은 균뿌리, 즉 균근입니다." - page 220 ~ 221


그래서 어떤 식물이 어디서 잘 자랄지는 곰팡이로 인해 정해진다는, 곰팡이로 인해 식물 집단을 서로 격리시킴으로써 새로운 종의 진화를 촉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저 역시도 깜짝 놀랐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식물과 균근 곰팡이 간의 '서로 함께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방법을 끊임없이 창조해내는' 유기적인 관계는 우리에게도 서로 협력하면 원래의 한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갈 수 있음을 일러주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저에게 '곰팡이'란 '분해시키는 것'을 떠오르게 되는데 이 능력을 활용해 인간이 만든 쓰레기를, 오염된 생태계를 복원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인간이 제가 그들 앞에 한없이 작고 무의미한 존재가 된 것 같았습니다.


맥코이는 한 워크숍에서, 세상에서 가장 흔한 쓰레기 중 하나인 담배꽁초를 느타리버섯 균사체가 소화시킬 수 있도록 훈련시킨 사례를 들려주었다. 인간이 내버리는 담배꽁초는 매년 75만 톤이 넘는다. 피우지 않은 담배는 시간이 흐르면 분해되지만, 피우다 버린 담배꽁초는 독성 잔류물에 찌들어 있기 때문에 분해과정이 더디다. 맥코이는 처음에는 다른 먹이로 느타리버섯을 기르다가 조금씩 담배꽁초로 바꾸는 방법으로 느타리버섯을 훈련시켰다. 시간이 흐르자 느타리버섯은 담배꽁초만을 먹이로 살아남는 방법을 터득했다. 저속촬영 동영상을 보면, 타르로 얼룩진 담배꽁초가 가득한 병에서 균사체가 천천히 위로 뻗어 오르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병 주둥이 부근에서 통통한 느라티버섯이 터져 나올 듯이 자란다. - page 307


맥코이는 제초제 글리포세이트를 몇 방울 떨어뜨린 배양접시에서 여러 계통의 느타리버섯 균사체를 길러본 경험을 이야기해주었다. 그중 일부 균사체는 제초제를 피해서 뻗어갔지만, 일부는 제초제를 그대로 통과했다. 또 다른 일부는 제초제 가장자리까지 자라다가 더 이상 생장을 멈추었다. "그렇게 생장을 멈추었던 균사체는 일주일쯤 지나자 그 제초제를 분해하는 방법을 터득했어요." 맥코이의 회상이다. - page 308


근본적으로, 곰팡이는 환경을 복원하는 데 최고의 능력을 가진 유기체다. 균사체는 수십억 년에 걸친 진화의 역사에서 단 한 가지 목적만을 위해 단련되었다. 바로 소비다. 균사체는 몸을 가진 식욕 그 자체다. 석탄기에 식물의 붐이 일기 전 수억 년 동안 곰팡이는 다른 유기체가 남긴 부산물을 분해할 방법을 찾으면서 생명을 이어갔다. 곰팡이는 균사의 고속도로를 놓아서 그 고속도로가 없었다면 닿을 수 없었던 곳까지 박테리아가 이동할 수 있게 함으로써 분해의 속도를 더욱 증가시킬 수도 있었다. 그러나 분해는 전체적인 이야기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곰팡이의 조직 내부에 축적된 중금속은 안전하게 제거될 수 있다. 그물처럼 얽힌 조밀한 균사체는 물을 거르는 필터로도 쓰일 수 있다 균류여과mycofiltration 과정은 E.콜리 같은 감염성 질병을 없애거나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중금속을 흡수할 수도 있다. 핀란드의 한 기업이 폐전자제품에서 금을 회수하는 데 이 방법을 쓰고 있다. - page 312 ~ 313


이 책에서 인상적이었던 건 <균사의 마음 - 곰팡이가 우리의 마음을 조종한다면>이었습니다.

가장 능수능란하고 창의적으로 동물의 행동을 조종하는, 곤충의 몸 안에 사는 곰팡이 집단 '좀비 곰팡이'.


좀비 곰팡이는 숙주 곤충의 행동을 대단히 정밀하게 제어한다. 오피오코르디셉스는 자실체를 생성하기 좋은 온도와 습도를 갖춘 곳에서 개미가 식물을 물고 버티게 만든다. 대개 숲의 바닥으로부터 25센티미터 정도 높이다. 이 곰팡이는 개미가 태양의 방향에 맞추어 행동하게 만드는데, 이 곰팡이에 감염된 개미는 정오에 맞춰서 식물을 문다. 나뭇잎 아랫면은 물지 않고, 감염된 개미의 98퍼센트가 주요 잎맥을 문다. - page 172 ~ 173


숙주의 행동을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조종하는 이 곰팡이.

여기서 더 확장해 인간에게도 '실로시빈 버섯'으로부터 환각이 일어나는데 이에 대해 테렌스 맥케나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곰팡이나 버섯은 세상을 주무를 손이 없다. 그러나 화학적 메신저인 실로시빈은 인간의 몸과 두뇌, 그리고 감각을 빌려 생각하고 말할 수 있다. 맥케나는 곰팡이가 우리의 정신을 입고, 우리의 감각을 점령해서 바깥세상에 대한 지식을 나눠준다고 생각했다. 우리 인간이 가지고 있는 파괴적인 습관을 완화하기 위해 버섯은 실로시빈을 이용해 인간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맥케나에게 이는 인간이나 버섯이 혼자서 해낼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풍요롭고 독특한'가능성을 약속하는 공생 관계였다. - page 197



너무나도 흥미로웠습니다.

그리고 그들에게서 우리는 '공생'의 의미를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균이 만들어낸 세상.

그 놀라운 세상 속으로의 초대에 또다시 응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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