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
소메이 다메히토 지음, 정혜원 옮김 / 몽실북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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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자마자 <올드보이>의 최민식이 떠올랐습니다.

그의 명대사

"넌 누구냐? 누구냐 넌!" 

(옛날 사람인 거... 인정?!)

 

뭔가 사연이 있는 듯한 이 남자.

그의 사연에 귀를 기울여보고 싶었습니다.

 

상대의 마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무엇이든 알게 된다.

 

"그러니까..., 당신... 누구야?"

 

정체

 

 

TV에서 여자 아나운서의 <속보입니다> 라는 목소리가 흘러나옵니다.

 

<지난밤 새벽, 효고현 고베시 기타구의 고베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던 소년 사형수가 탈주한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소년은 지금으로부터 대략 1년 6개월 전, 당시 18세의 나이로 사이타마현 구마가야시에 사는 일가족 세 명을 살해한 죄로 사형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와 더불어, 탈주한 소년은 지금까지도 잡히지 않아 경찰은 전력을 다해 소년의 행방을 쫓고 있습니다.> - page 8

 

전대미문의 사건.

아직 해가 중천에 떠 있던 16시경, 이오 부부가 사는 단독 주택에 침입해 부엌에 있던 회칼로 두 살배기 아이까지 살해한 무시무시한 살인귀.

범인은 다투는 소리를 들은 이웃의 신고로 달려온 경찰관에게 그 자리에서 체포되었습니다.

사건 현장에 유일한 생존자가 있었으니 요스케의 어머니 50대 여성은 살해되지 않았습니다.

어째서 이 여성은 살해되지 않았을까..

부부도 부부지만, 두 살배기 아기를 어떻게 죽일 수 있단 말인가... 

사형수의 탈옥으로 일본 전역은 또다시 공포에 휩싸이게 됩니다.

 

이 소년 사형수는 탈옥 이후의 행적들이 그려지고 있습니다.

도쿄올림픽 시설의 공사 현장 인부로, 재택 기자로, 스키장을 품은 여관의 알바생으로, 신흥 종교 '구심회' 회원으로, 노인 개호시설 그룹홈 '아오바'의 파트타이머로 이름과 얼굴을 바꾸며 도피생활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를 만난 이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 그 녀석, 정말로 사람을 죽였습니까?

 

488일간의 도피생활.

그가 탈옥을 감행한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나라로부터 죽으라는 선고를 받았습니다. 절망했지만 싸운 것에 후회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마지막에 이렇게 말한 것입니다. '자신을 칭찬해 주고 싶다'라고. - page 584

 

아...

형언할 수 없는 이 슬픔...

책을 덮으면서도 쉬이 감정을 추스를 수 없었습니다.

 

그가 만났던 사람 중에 억울하게 성추행범으로 몰렸던 한 변호사가 있었습니다.

SNS와 유튜브에 퍼진 영상으로 사회적 '마녀사냥'을 당한 '준지'의 모습은 요즘의 우리에게도 일어나는 모습과도 닮았습니다.

사건의 진실보단 한낱 의혹으로 부풀려 진위여부는 상관없이 사회적 매장시키는 일...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죽는다'

우리에게 던진 경종의 메시지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요즘은 범죄 여부를 밝히는데 첨단 과학 분석도 있고 정황보다는 물증에, 사실에 입각해서 수사를 하지만...

그래서 정황상 범죄자가 맞는데 확실한 물증이 없어서 범죄 사건이 흐지부지되곤 하는데...

지금은 그럴 일이 없겠지만, 아니 없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당사자가 아닌 저도 억울하고 가슴이 미어지는데 당사자는 오죽할까...!

 

"절대적인 것이 아님을 알아줬으면 해. 사람이 사람을 판단하기 때문에 실수가 생기지. 그렇지만 실수는 바로잡아야 돼.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 우리는 싸우고 있어. 나는 많은 사람에게 그의 정체를 알리고 싶어. 진짜 모습을 알아줬으면 해. 사카이씨, 당신은 어때?" - page 614

 

그의 터질듯한 절규가, 그 처절했던 몸부림이 책을 덮어도 제 가슴에 남아 또다시 제 자신을, 우리의 사회를 되돌아보게 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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