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스탕스 사형수들의 마지막 편지 - 2차 세계대전 당시, 인간성과 용기를 최후까지 지켜 낸 201인의 이야기
피에로 말베치.조반니 피렐리 엮음, 임희연 옮김 / 올드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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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 대전'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건 아무래도 나치의 유대인 학살입니다.

'인종 청소'라는 이유로 수많은 유대인들의 목숨을 앗아갔던 최악의 전쟁.

'독일'에만 포커스를 맞추어 바라보고 있었는데...


이번에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이 북부 이탈리아를 장악하면서 파시스트 정권이 연장되었다는 사실을.

이에 맞서 토리노를 중심으로 레지스탕스 투쟁이 전개되었다는 사실을.

그래서 수많은 시민들이 나치와 파시스트들에게 체포되어 총살당했다는 사실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왜!

무고한 시민들이 희생을 해야 하는 것인지...

일제 강점기 때의 우리가 그러했듯이 말입니다.

참...


가구공, 대장장이, 회사원, 양모 빗는 사람, 재단사, 건축가, 목수, 창고지기, 경찰, 정비공, 학생, 주부, 상인, 교사, 공장 노동자, 의사, 운전사, 농부, 군인, 제빵사...

이들의 피로 일궈낸 자유의 외침에 귀를 기울여봅니다.


눈감아도 잊히지 않는 이들을 향해 남긴 마지막 언어


레지스탕스 사형수들의 마지막 편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국가를 위해 희생을 감수했던 이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문을 당하고 고통을 겪으며 피투성이가 되어 죽음을 바로 앞에 두고도 굴복하지 않고 그 운명에 따르기로 했던 이들.

"이탈리아 만세!"를 외치며 눈을 감았을 이들의 모습이 우리의 "대한민국 만세!"를 외치던 이들과 겹쳐지면서 하염없이 눈물이 흐르곤 하였습니다.

내가 저 상황이라면 저렇게 행동할 수 있었을까...

그들 덕분에 국가가 존재하고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가슴에 새기고 또 새겨봅니다.


죽음을 맞기 직전에 남긴 마지막 편지.

사랑하는 이들을 두고 떠나는 마음이야 오죽할까...

그럼에도 의연하고도 무던히 써 내려간 글은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읽혀 쉬이 읽히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이 편지를 읽으면서 문득 안중근 의사가 떠올랐습니다.

그의 어머니가 안중근 의사에게 전한 편지에서도 이런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네가 만약 늙은 어미보다 먼저 죽은 것을 불효라 생각한다면 이 어미는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너의 죽음은 너 한 사람 것이 아니라 조선인 전체의 공분을 짊어지고 있는 것이다.

네가 항소를 한다면 그것은 일제에 목숨을 구걸하는 짓이다. 네가 나라를 위해 이에 이른즉 딴 맘 먹지 말고 죽으라.

옳은 일을 하고 받은 형이니 비겁하게 삶을 구하지 말고, 대의에 죽는 것이 어미에 대한 효도이다.

아마도 이 편지가 이 어미가 너에게 쓰는 마지막 편지가 될 것이다. 여기에 너의 수의를 지어 보내니 이 옷을 입고 가거라.

어미는 현세에서 너와 재회하기를 기대치 않으니, 다음 세상에는 반드시 선량한 천부의 아들이 되어 이 세상에 나오너라.

- 출처 : https://www.wikitree.co.kr/articles/159823


그리고 안중근 의사가 어머니께 보낸 편지.


불초한 자식은 감히 한 말씀을 어머님 전에 올리려 합니다.

엎드려 바라옵건대 자식의 막심한 불효와 아침저녁 문안인사 못 드림을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이 이슬과도 같은 허무한 세상에서 감정에 이기지 못하시고 이 불초자를 너무나 생각해주시니 훗날 영원의 천당에서 만나뵈올 것을 바라오며 또 기도하옵니다.

이 현세의 일이야말로 모두 주님의 명령에 달려 있으니 마음을 편안히 하옵기를 천만법 바라올뿐입니다.

분도(안 의사의 장남)는 장차 신부가 되게 하여 주시길 희망하오며, 후일에도 잊지 마시옵고 천주께 바치도록 키워주십시오.

이상이 대요이며, 그밖에도 드릴 말씀은 허다하오나 후일 천당에서 기쁘게 만나뵈온 뒤 누누이 말씀드리겠습니다.

위 아래 여러분께 문안도 드리지 못하오니, 반드시 꼭 주교님을 전심으로 신앙하시어 후일 천당에서 기쁘게 만나 뵈옵겠다고 전해 주시기 바라옵니다.

이 세상의 여러 가지 일은 정근과 공근에게 들어주시옵고 배려를 거두시고 마음 편안히 지내시옵소서.

아들 도마(안중근 의사 천주교 세례명) 올림

- 출처 :https://www.wikitree.co.kr/articles/159823


 


역시나...

'엄마'이기에 이 편지를 읽으면서 어찌나 울었는지...

지금도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가슴이 미어졌습니다.

 

​그들이 원하는 건 단 하나였습니다.

조국의 안녕과 자유.


 


인민이 흘리는 피가 많으면 많을수록 이탈리아는 훨씬 더 위대해질 것이라는 그의 말은 우리의 독립운동과 민주화운동에서도 여실히 볼 수 있었기에 가슴 아팠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이 흘린 피와 눈물, 목숨과 희생의 의미를 잊고 지내고 있는 건 아닌지 되묻게 되었습니다.

언젠간 만날 그들 앞에 부끄럽지 않게 우리 모두 '진정한 정의'를 실천하며 살아야 함을 가슴속 태극기와 함께 다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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