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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어디에나 있어
잰디 넬슨 지음, 이민희 옮김 / 밝은세상 / 2021년 4월
평점 :
어릴 땐 마냥 어른이 되고 싶었습니다.
'빨리 자라서 뭐든지 해야지!'
하지만...
어른이 되고 나니 조금은 버거웠습니다.
쌓여가는 책임감에, 마주하고 싶지 않은 현실에...
그 무엇보다 '죽음'에 대해선 마주할 용기가 없었습니다.
아니 아직도 없습니다.
그렇지만 지인의 죽음을 마주한 적이 있었기에 더 이상은 외면보다는 '받아들임'을 배워야했습니다.
너무 어둡지 않게 이 주제를 마주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 소설이 끌렸습니다.
화려하고도 밝은 색채감, 그리고 이 문구.
"우리 누구도 벗어날 수는 없어. 그저 통과하는 수밖에......"
저 소녀와 함께 달려나가고 싶었습니다.
찬란하고도 가슴 저미는 이야기
『하늘은 어디에나 있어』

열일곱 살 '레니'.
한 달 전 그녀의 언니 '베일리'가 <로미오와 줄리엣> 연극 리허설 중에 치사성 부정맥으로 쓰러지고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16년째 연락이 없는 엄마를 대신해 언니에게 많은 의지를 했던 레니.
언니의 죽음은 그녀의 온몸에 드리워져 마치 화사한 봄날에 새카만 코트를 걸친 모습처럼 비춰집니다.
한 달 뒤 다시 학교로 복귀한 첫날.
예상대로 복도에 들어서자 다들 홍해처럼 갈라졌고 소리를 낮춰 소곤거렸으며 눈빛들이 조심스러운 연민으로 일렁입니다.
언니는 오늘 하루 몇 번이나 죽는 걸까. - page 18
그런데 자신이 자릴 비운 한 달 사이 전학 온 남자애 '조 폰테인'이 자꾸만 거슬리게 됩니다.
사람을 홀리는 듯한 미대륙 미소를 띠며 지난 몇 주간 밴드부에서 레니의 자리를 대신 채워주었던 클라리넷 연주자가 알고 보니 트럼펫 연주도 뛰어난 음악 천재였습니다.
그런 그가 자꾸 자신에게 눈빛을 보내고...
언니 베일리와 2년 동안 사귄 남자 '토비 쇼'.
그도 자신과 같은 슬픔에 빠져있기에, 서로를 잘 이해해줄 유일한 사람이라는 생각에...
"학교에선 아무도 날 이해 못 해. 정말 아무도. 심지어 사라도."
토비는 뒤통수를 벽에 툭 기댔다.
"겪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모를 거야. 절대로......"
"동감이야." - page 53
그렇게 서로를 위로만 하면 좋을텐데 베일리도 없는 집에 자꾸만 찾아오는 토비.
그의 방문이 싫지만은 않은 레니.
이러면 안 되는데......
과연 레니는 언니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정말 미안해."
나는 텅 빈 오렌지 방에서 중얼거렸다.
내 말에 응답하듯 수천 개의 손이 지붕을 난타하기 시작했다. 침대로 걸어가 창틀에 한쪽 무릎을 걸치고 두 손을 내밀었다. 우리 지역은 여름에도 한두 차례 폭풍만 지나가기에 비는 특별한 손님이라고 할 수 있었다. 나는 창밖으로 몸을 내밀고 하늘을 향해 손바닥을 펼쳐 빗물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걸 지켜보았다. 지난번에 빅 삼촌이 토비와 나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벗어날 수는 없어. 그저 통과하는 수밖에. 하지만 이렇게 통과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 page 221
소설은 열일 곱 살 소녀의 솔직한 속마음으로 혼란하지만 그럼에도 앞으로 나아가 성장하는 모습이 그려져 웃음이 나다가도 어느새 가슴 찡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레니가 언니에게 전화를 거는 이 장면.

이 장면이 쉽게 잊히지 않았습니다.
죽은 이를 그리워하는, 그에게 말을 건네고 싶은데 어디에 대고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모르고 음성 메시지를 남기는 이 모습은...
그저 눈물이 흘렀습니다.
이 모습을 곁에서 지켜본 적이 있기에...
소설에서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파도처럼 밀려오는 슬픔을 피하려고 노력했으나 무리였다. 잃어버린 것에 집착하지 않고 존재했던 것을 추억하기에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했다.
언니, 보고 싶어. 언니가 앞으로 놓칠 게 너무나 많다는 걸 견딜 수 없어.
심장이 어떻게 견디는지 모르겠다.
나는 반지에 입을 맞춘 뒤 도로 보관함에 노트와 함께 넣었다. 새가 새겨진 문을 닫았다. 그리고 가방에 손을 넣어 화초를 꺼냈다. 너무 병들어서 검게 변한 나뭇잎 몇 장만 남은 상태였다. 나는 절벽 가장자리로 걸어갔다. 눈앞에 폭포가 있었다. 화분에서 식물을 들어냈다. 뿌리의 흙을 털어내고 잘 움켜쥔 뒤 팔을 뒤로 뻗었다. 심호흡을 한 번 한 다음, 힘껏 던졌다. - page 402 ~ 403
결국은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함을 열일 곱 살 레니가 일러준 죽음을 대하는 법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