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꿈꾸는 구둣방 - 소리 없이 세상을 바꾸는 구두 한 켤레의 기적
아지오 지음 / 다산북스 / 2021년 4월
평점 :
'아지오'를 알게 된 건 '이효리'가 신은 신발로부터였습니다.
그녀의 인스타그램에 샌들, 로퍼 등을 신고 찍은 사진과 함께 이런 글이 있었습니다.
청각장애인분들이 한땀한땀 손으로 만드는 아지오 구두 이렇게 예쁘기까지~^^.
그리고 다시 이렇게 책으로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하였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구두를 만드는 사람들
아지오가 증명해낸 가치 경영의 힘
『꿈꾸는 구둣방』

어릴 적부터 서서히 흐려진 세상은 중학교 입학할 즈음엔 완전한 암흑이 된 그 '유석영'.
그는 눈만 안 보일 뿐이지 다른 모든 곳은 멀쩡하게 살아 있는데도 사회적 사형선고를 받는 것과 다르지 않는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던 그.
"안됐구먼, 쯧쯧......"
그런 그에게 마치 신탁처럼 그가 있을 곳을 정해준 이가 있었으니 동네 여기저길 다니며 온갖 참견을 하는 아저씨가 툭 던진 이 한 마디.
"석영이, 너는 앞을 보지 못해도 목소리가 좋고 말도 잘하니까 방송국에 가서 아나운서나 돼봐라."
하지만 좁디좁은 현실은 그를 저 밑바닥으로 몰아넣게 됩니다.
남이 나를 규정하는 대로 나 자신을 규정하지 말자. 따지고 보면 앞을 보지 못한다는 것 외에는 다 멀쩡하지 않은가. 나에게 주어진 운명이라면 그것을 받아들이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보자. "이제 틀렸습니다"라는 말이 틀렸음을 증ㅈ명해 보이리라. 그렇게 마음을 고쳐먹었다. - page 24
그러다 보니 그에게 희망이 보이기 시작하고 CBS에서 일하는 '방송인 유석영'이 됩니다.
장애인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마다하지 않고 달려가서 취재를 하곤 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취재가 있었습니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만한 구두 브랜드의 공장.
1980~1990년대에 구두 생산직의 40퍼센트가 청각장애인이었다는 사실을.
그들은 귀가 안 들리는 대신 집중력과 손재주가 좋아서 손으로 하는 일에 많이들 종사하고 또 저렴한 임금으로 공장에서도 그들을 선호했습니다.
무슨 이유였건 한 사람 몫을 해내는 그 많은 장애인들을 한자리에 마주한 것이 그때가 처음이었던 유석영은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 장애인들이 이렇게나 일하고 있구나. 나도 기회가 되면 이런 일을 하고 싶다.'
어렴풋이 다짐했던 일을 결국 사회적 기업 '구두만드는풍경'을 설립하게 됩니다.
"청각장애인의 자립과 그들만의 강점에 초점을 맞춰서 가난한 그들이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자"
이탈리아어로 '편안한', '안락한'이란 뜻을 가진 '아지오agio'라는 구두 브랜드 이름을 가지고 40년을 한길만 걸은 구두 장인 '안승문'과 함께 좋은 재료를 써서 꼼꼼히 지은 수제화를 만들기로 합니다.
하지만...
열정은 있었지 경영하는 방법을 몰랐던 그들은 개업 3년 8개월 만에 경영악화로 문을 닫아야 했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시 잘해봅시다"라는 말을 남긴 채...
그 기회는 4년 뒤 2017년 대통령의 구두로 찾아오게 됩니다.
대통령의 잔뜩 낡은 신발 밑창.
사람들은 대통령의 검소함을 칭찬하는 한편, 대체 무슨 신발이기에 저렇게 밑창이 닳을 때까지 신었나 궁금해했고 그 신발이 청각장애인들이 만든 아지오의 구두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됩니다.
더 이상의 실패는 하지 않기 위해 이번엔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시민들의 응원과 함께 청각장애인과 구두 장인이 두 번째 도전을 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아지오의 이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오직 성장과 수익이 목표였다면 할 수 없었던 일을.
이토록 멋진 생각을 할 수 있는 그를 보며 오히려 제 자신이 부끄러워지곤 하였습니다.
그래서 아지오에서 일하는 이들에게서 볼 수 있었던 '믿음'.
정말 그 믿음의 의미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들이 전한 감동적인 이야기 중에서 저에게 큰 울림을 준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장애인으로 사는 일이 힘든 건 장애 그 자체보다도, 장애로 인한 외로움에서 비롯한다. 시각장애인은 사람들이 다 자신을 쳐다봐도 시선을 알아차릴 수 없다. 청각장애인은 사람들이 바로 옆에서 자기 얘길 해도 말을 들을 수 없다. 따라서 그토록 고독하다. 또 하나의 아픔은 자존심이 상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장애가 있으면 못 할 것이라고, 안 될 것이라고 미리 단정한다. 장애 하나로 모든 것이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하곤 한다. 비장애인 중에도 셈을 잘 못하는 사람이 있고 글을 쓰는 데 서툰 사람도 있다. 몸을 쓰는 일은 도저히 못 하겠다는 사람도 있고 가만히 앉아서 하는 일을 못 하겠다는 사람도 있다. 장애도 그와 같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진 '약점'이자 '한계'일 뿐이다. 그것이 그 사람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어떻게 이해시킬 수 있을까. - page 93 ~ 94
이런 편견을 가진 우리가 오히려 마음의 장애인임을...
아지오는 손으로 사랑을 말하고 손으로 꿈을 꾼다. 큰 소리도 귓속말도 아닌 손으로 정직을 이야기한다. 고객들의 발에 꼭 맞도록 일일이 손으로 어루만지며 구두를 만든다. 돈의 크기보다 사람의 가치를 더 소중히 여긴다. 아지오는 정직한 손으로 만든 좋은 구두이므로 이를 신는 사람들을 좋은 곳으로 데려다줄 것이다. - page 224

그들이 데려다줄 세상엔 밝은 빛이 희망이 가득할 거란 막연한 기대감이 생겼습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이들을 좋은 곳으로 데려다 주시길 저도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