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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정의 - 표창원이 대한민국 정치에 던지는 직설
표창원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3월
평점 :
'프로파일러'
일반적 수사 기법으로는 해결되기 힘든 연쇄살인사건 수사 등에 투입되어 용의자의 성격, 행동유형 등을 분석하고, 도주경로나 은신처 등을 추정하는 역할을 한다. - 출처 : 두산백과
참으로 매력적인 직업이 아닌가!
사건 현장을 보고 범인의 성격을 파악하여 다음의 행동 패턴을 분석한다는 건 저도 한때 꿈꾸었던 직업 중 하나였습니다.
(공부를 잘했어야 했는데...)
특히나 이번에 읽게 된 책의 저자인 '표창원' 씨도 대표적인 프로파일러 한 분이십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는 범죄 현장이 아닌 '국회'에 있었고 조금은 여느 국회의원들과 다를 거란 기대와는 달리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던 그.
다시 그는 정치를 떠나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솔직히 그가 정치인이 되었을 땐 개인적으로 실망을 하였었는데 다시 돌아온 그는 프로파일링의 경험과 이론, 잣대를 활용해 정치계를 낱낱이 파헤친다고 하니 그의 날카로운 통찰력을 기대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나는 왜 정치를 떠났나"
'상설 전투장' 같았던 국회에서의 시간들
『게으른 정의』

그가 정치에 입문을 하게 된 계기는 순수하였습니다.
하지만 내 인생 전체를 걸고, 혼자 힘으로 거대 권력과 맞짱 뜨며 싸운 것이 결국 정치권에 들어가려는 발판, 정치권에 진출해서 자리 하나 얻기 위함이었다는 오해를 받고 싶지는 않았다. 그저 한 사람의 시민이 자유로운 개인의 의사로, 자기 앞에 다가온 불의를 외면하지 않고 옳다고 믿는 주장을 용기 내어 했다는, 그 순수함을 인정받고 싶었다. 그런 사람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렇게 용기 있게 옳은 소리를 하고 탄압과 핍박을 받아도, 어느 한쪽의 정치 진영이나 정당 편을 들지 않고도 잘 살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 - page 8 ~ 9
하지만 그 순수함도 잠시.
정치는 고인 물이었고 그 고인 물을 드러내고자 하는 사람은 극히 일부였습니다.
또 '중립'을 선언했다가는 조롱성 별명과 함께 공격과 비아냥거림의 대상이 되고 무엇보다 견딜 수 없었던 건 그들의 '관행'.
여야가 바뀔 때마다 서로 공수 교대를 하며 상대방이 사용하던 용어나 표현 수단, 방법을 상당 부분 차용하면서까지 무조건 공격과 방어를 무한 반복하는 정치 관행에 적응하고 싶지 않았다. - page 13
그렇게 그는 정치를 떠나 그간 보고 느꼈던 정치의 '민낯'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솔직히 매번 뉴스에서 접하게 되는 정치 소식이나 이번 보궐선거까지 굳이 안으로 들어가지 않아도 서로 비난하고 헐뜯고 과연 이들은 누구를 위한 정치를 하는 것인지 도통 알 수 없는 게 현실인데 이보다 더 추악한 사실이...
있었습니다.
오랜 관습처럼 이어지는 국회의원들의 과오와 행태, 갑질 등은 '정치현장'이 아수라장이 될 수밖에 없음을 여실히 보여주었고 이런 정치가 펼쳐질 수밖에 없는 가짜뉴스, 좀비 정치, 썩은 사과 같은 비리 정치인들은 그 부분만 도려내려고 칼을 들면 너무 깊은 곳까지 썩어 차마 손도 델 수 없는 상황에 답답하고 한심스러웠습니다.
특히 책의 제목인 '게으른 정의'.
본인이 억울하다고 주장한다고 해서, 그 말을 그대로 믿고 지지하고 감싸며 '진영 방패'를 가동한다면 그 동료 정치인들은 게으르거나 무능력하다고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정의감에 불타는 지지자들은 자기 진영의 정치 지도자나 주요 정치인 혹은 '스피커' 역할을 하는 오피니언 리더들이 부당한 '정치적 공격', '음모'라고 주장하면 이를 믿고 행동에 나선다. - page 241 ~ 242
그렇기에 우리에게 필요한 '성실한 정의'의 태도를 일러주었습니다.
우리 편이냐 아니냐 혹은 우리 편에 유리하냐 불리하냐를 볼 것이 아니라 근거가 있는지, 사실인지, 옳은지 그른지를 따지고 그에 따라 자신의 의견과 견해를 정한 뒤 언행하는 것이 '성실한 정의'에 부합하는 태도다. 또한 지극히 당연한 말이지만, 우리 편이라 하더라도 불합리하거나 잘못된 언행을 할 때는 비판적 견해를 유지해야 한다. 집단 소속이라 해도 옳은 이야기를 할 때는 귀담아 듣는 것은 물론이다.
처음에는 불편하고 귀찮게 느껴지지만, 익숙해지면 깊고 굳건한 자신감과 만족감을 주는 '성실한 정의'의 태도를 보다 많은 시민이 가져야 한다. - page 243 ~ 244
읽을수록 통쾌함보다는 고구마 백 개 먹은 답답함에 자꾸만 책을 덮어버리곤 하였습니다.
그럼에도 그 답답함을 빨리 풀어버리고 싶어서 읽기를 재촉해 나갔습니다.
정치를 잘 모르는 사람인 저도 너무나 잘 아는 옳고 그름을 따지는 방법, 그리고 몸싸움이 아닌 충분한 대화와 토론으로, 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걸 오히려 정치인들은 잘 모르나 봅니다.
왜 '국회'에만 들어가면 눈이 가려지고 귀가 막아지는지...
그래서 이 이야기가 책을 덮은 순간에도 인상 깊게 남았는지 모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