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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류쯔제 지음, 허유영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3월
평점 :
절판
굳이 소설을 읽어보지 않아도 거짓이 난무하고 있는 세상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거짓 홍수 속에 오히려 진실마저도 거짓으로 치부되는 요즘.
그럼에도 세상이 살만하다고 여길 수 있는 건 언젠가는 반드시 진실은 드러난다는 점이기 때문입니다.
이 소설에서도 이야기하였습니다.
거짓을 벗겨내고 나면 또 거짓이 나오고
그 거짓을 벗겨낸 뒤에 나오는 것도
결국에는 거짓이다.
과연 진실은 없는 것일까...?
뒤얽힌 실타래 속에서 마지막 진실이라는 끈을 부여잡고 싶었습니다.
『진실』

사기를 당하고 난 뒤, 그녀는 뭐든 다 가짜로 보였다. - page 11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는 '마추이추이'는 온라인상에서 '허톈멍'에게 마음을 빼앗기게 됩니다.
한 번도 만난 적은 없지만 그와 함께 앞으로 펼쳐질 미래를 꿈꾸던 그녀.
마추이추이가 애교스럽게 화상채팅을 하자고 했지만 자신은 나이가 많아서 그런 건 할 줄 모른다며 거절하는 그.
그뿐만은 아니었습니다.
마추이추이는 그 길로 당장 비행기 티켓을 사서 샤먼으로 가겠다고 했지만 허톈멍은 다음 날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출장이 잡혀 있다고 했다.
그녀가 투덜거렸다.
"그 말을 어떻게 믿어?"
그녀는 그가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에 다른 여자가 있는 게 아닌지 의심했을 뿐, 그가 정말로 세상이 있는 사람인지는 의심하지 않았다. 실제로 만난 적도 없지만 그녀는 이미 질투를 하고 있었다.
"내가 하는 말을 당신이 믿으면 진실이고, 믿지 않으면 거짓말이지." - page 24 ~ 25
그땐 미쳐 알지 못했던 것일까...
어느 날 밤 샤먼에 신혼집을 구하는 문제를 의논하던 중 허톈멍이 서둘러 계약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고 마추이추이가 계약금을 보내자 그는 사라지게 됩니다.
그녀의 똑똑함은 가짜였고 멍청함이 진짜였던 것이다. - page 26
그렇게 사기를 당하고난 뒤 부동산을 보러 다니면서 그녀의 마음 속을 바람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사라진 '딩야둥'도 환상 속 인물이 아니었을까란 의심을 하게 됩니다.
이유는 홀연히 사라진 그가, 티베트에서 객사한 줄 알았던 그가 메모를 남기고 간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다시 만날 때는 시간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거야.' - page 33
그리고는 앞서 펼쳐졌던 이야기가 『마 언니네 집』의 플롯이라고 나옵니다.
『마 언니네 집』의 신비주의 소설가 '중링'과 그의 대필 작가인 '천량량'의 오가는 대화가 등장하게 되고 천량량은 중링에게 극중 사기꾼 '허톈멍'의 이름을 '리전위'로의 개명을 제안하게 됩니다.
그렇게 집필을 해 나가며 중링에게 의견을 물어보는데 중링은 자신이 원하는 내용이 아니라며 '가오위안'을 그녀에게 보냅니다.
그런데 가오위안은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합니다.
"중링이 누구라고 생각해요?"
...
"중링을 만난 적도 없잖아요. 그렇죠? 중링이 실존 인물이라는 걸 어떻게 믿죠? 둘의 관계가 마추이추이와 리전위 같지 않아요? 한 사람은 밝은 곳에 있고, 다른 한 사람은 어둠 속에 있고. 아, 무섭진 않겠군요. 내가 돈을 주니까, 아니, 중링이 돈을 주니까." - page 136
도통 이해 못 할 이야기를 하는 가오위안.
그와 대화를 나눌수록 소설 속의 인물이 단순히 중링의 창작품이 아닐꺼란 생각이, 실제 현실에 존재하는 사람들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뜻밖의 추가 의뢰를 받게 되는데...
과연 현실과 망상 사이에, 소설과 현실 사이의 가려진 '진실'이 무엇인지...
이야기를 지어내는 '작가'이자 그 이야기에 '창조당하는' 천량량과 함께 파헤쳐 나가봅니다.
솔직히 읽으면서 '뭐지?'란 의문에 혼란스러웠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뭔가 보일 듯하면 더 가려지는 진상.
오히려 파헤칠수록 점점 베일에 싸여 읽고 나서도 '난 무엇을 읽은 것인가...!'란 혼란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비슷한 플롯이 아마도 기욤 뮈소 작가의 『인생은 소설이다』인 듯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진실』이란 작품이 더 깊게 와닿았던 건 허구와 실제 사이의 미묘한 경계를 넘나들며 이야기를 진행시켰다는 점에서, 그리고 '진실'이라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 어디에 존재하는지에 대해 독자들에게 의문을 던진 점에서 저 역시도 많은 생각에 잠기곤 하였습니다.

다음에 다시 읽게 되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지...
그에 대해선 저에게도 to be continued...를 남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