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설헌 - 제1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최문희 지음 / 다산책방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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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균의 누이.

우리에겐 그녀의 이름보단 남동생 '허균'이 더 익숙한 게 사실일 것입니다.

 

저도 그녀를 알게 된 건 엄마와 함께 강릉 여행을 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허균 허난설헌 기념관'을 다녀오면서...

허균이야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소설 '홍길동전'으로 워낙 유명하기에 알지만 그의 누이이자 조선시대 국내는 물론 중국과 일본에서도 천재성을 인정받았던 유명 여류시인 난설헌 허초희를 뒤늦게 알게 되어서 부끄러웠습니다.

 

그런데...

왜 그녀의 삶에 대한 이야기는 쉽게 접하지 못했을까...?

아마도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자신의 기량을 발휘하기란 여간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만약 동생인 허균이 누이의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면 그 빛조차 가려졌겠지요...

 

닫힌 시대를 살면서도 시작으로 영혼을 불살랐던 여인

 

그녀의 한 맺힌 울부짖음을 이제라도 헤아려보려 합니다.

 

"나에게 세 가지 한이 있다.

여자로 태어난 것, 조선에서 태어난 것,

그리고 남편의 아내가 된 것......"

 

난설헌

 

청사초롱을 흔드는 야윈 빗줄기가 내리는 오늘.

초희의 함이 들어오는 날입니다.

하지만 초희의 마음은 뒤숭숭하기만 합니다.

 

온전한 마음으로, 온전한 혼으로 자신의 전부를 정혼한 김성립에게 쏟아야 하거늘, 이 미미한 조바심의 징후는 무엇일까. 훅, 입바람을 불어 명치에 매달린 불씨를 끈다. 불 지펴진 가슴속이 부지직 타들어간다. 더 이상 볼썽사납게 불티를 날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게 아녀자가 걸어야 하는 생의 덕목이며, 울타리에 길들여진 열다섯 살 초희가 감내해야 할 마음가짐인 것을...... 방으로 들어온 초희는 서안 앞에 앉는다. 열린 미닫이 틈새로 안채 용마루의 살짝 쳐들린 차양이 오늘따라 검측하다. - page 10 ~ 11

 

벌써부터 가슴이 아려오기 시작하였습니다.

왠지 앞으로 펼쳐질 그녀의 모습이...

 

'될 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말이 있듯이 초희는 어릴 적부터 남달랐습니다.

여덟 살 어린 나이에 「백옥루 상량문」이란 한시를 지어 스승 이달을 놀라게 합니다.

 

엎드려 바라건대 이 대들보를 올린 뒤에 계수나무꽃은 시들지 말고 요초는 사시사철 꽃다워지이다. 해가 퍼져 빛을 잃어도 난새를 어거하여 더욱 즐거움을 누리고, 육지와 바다가 빛을 변해도 회오리 바람의 수레를 타고 오히려 길이 살며 은창이 노을에 눌릴 만큼 자욱하며, 아래로 구만리의 미미한 세계에 의지하여 굽어보게 하시며, 구슬문이 바다에 다다르면 웃으며 삼천 년 동안 맑고 맑은 뽕나무밭을 웃으며 바라보게 하시며 손으로 삼소(三霄)해와 별을 돌리고 몸으로 구천의 바람과 이슬 속에 노니소서.

 

어쩜 이런 생각을, 이렇게 멋지게 표현할 수 있을까...

 

비범한 재능을 가진 그녀였지만 결혼으로 인해, 그 시대적 배경으로 인해 점점 사장되어가는 모습은 참으로 안타까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린 나이에 지아비를 따라야 했던 그녀.

그녀를 이해하지 못하는 시어머니.

그녀를 보듬어주기보단 밖으로만 돌았던 남편.

마음 둘 곳이 없었던 그녀에게 유일하게 붓과 종이만이 위로를 해 주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결국...

너무 지쳤던 것일까...

 

 

"그런 말 말게. 어찌 육신의 사그라짐을 생의 끝이라, 한단 말인가. 내 이렇게 목욕재계하고 사멸하지 않는 영생의 길로 떠나려 하는데, 결코 내가 가는 길이 끝이라 서러워 말게. 눈만 감으면 세상의 오욕들이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죽음도 고통도 없는 무한영생이 기다리고 있질 않은가. 나 이제 갈 시각이 된 것 같아. 그곳에는 나 혼자가 아니라네. 내가 좋아하는 귀한 것들로 가득하지. 꽃과 나무들, 강과 들판, 그리고 내 아들, 내 딸이 기다리고 있다네. 내 헐겁고 남루한 육신을 털고 일어서니, 이제야 한 점 부끄러움 없이......" - page 360 ~ 361

 

읊어대는 그녀의 절절한 말들이 너무나 가슴을 후벼팠습니다.

스물 일곱의 나이에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처럼 그렇게 생을 마감하게 된 그녀.

참아왔던 눈물이 복받쳐 쏟아졌습니다.

이 여인의 삶이 이토록 처연할 수가...

 

여느 여인들보다 허난설헌의 삶이 안타까웠습니다.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기에...

오롯이 자신의 글만이 그녀의 존재를 알려주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허난설헌, 조선의 천재가 울고 있다!"

 

저 눈물을 그치게 해 줄 이는 아마 우리가 그녀의 존재를 알아주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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