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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숍
레이철 조이스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21년 3월
평점 :
절판
드디어 벚꽃이 얼굴을 내밀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봄바람에 마음이 설레곤 하였습니다.
이럴 땐 핑크빛 이야기가 제격!!
책표지부터가 핑크빛으로 물들어져 있는데 그 속에서 울려 퍼지는 노랫소리.
왜 제 귀엔 <벚꽃 엔딩> 이 들려오는 건지...
아무튼 사사로운 감정은 잠시 접어두고 소설 속에서 펼쳐질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봅니다.
사랑과 우정 그리고 음악이 어우러진 단 하나의 감동!
평범한 그들의 특별한 사랑이 가슴을 울린다.
『뮤직숍』

음반 가게가 있습니다.
간판이 붙어있지 않고, 쇼윈도에 음반 한 장 진열되어 있지 않은 특이한 이 가게.
쇼윈도 유리에는 직접 손으로 그린 포스터 한 장과 안내문만이 달랑 붙어 있을 뿐이었습니다.
"당신이 찾는 음반이 있어요. 단, 엘피판만 판매합니다. 문이 잠겨 있으면 전화주세요." - page 8
음반 가게 안에는 온갖 엘피판들이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가게 주인인 '프랭크'는 항상 턴테이블 뒤에 앉아 손님들이 듣고자 하는 음반을 틀어줍니다.
"이 음반을 들어보세요. 아마 느낌이 팍 올 거예요." - page 9
14년 전, 단둘이 살던 어머니가 교통사고로 숨을 거둔 후 딱히 목적지도 정하지 않고 정처 없이 거닐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유니티스트리트에서 문득 걸음을 멈추게 되었던 프랭크.
근사하거나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서로 도우며 어우러져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았고, 머릿속에서 그때껏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미래가 그려지면서 절로 웃음이 나왔습니다.
망설임 없이 계약을 하는 그에게 부동산 업자가 오히려 걱정스레 물어봅니다.
"장사를 해본 경험이 있습니까?"
"처음인데요."
"왜 하필이면 점점 쇠락해가는 이 거리에서 가게를 시작하려고 하죠?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이 거리의 상권은 점점 쪼그라들고 있고, 이 가게는 문을 닫은 지 일 년이 넘도록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건물이 어찌나 낡았는지 문을 여닫을 때마다 벽에서 건축 자재 파편이 우수수 떨어지는데 괜찮겠어요?"
"제가 괜찮다는데 왜 자꾸 이러십니까?" - page 35
그렇게 시작된 그의 음반 가게.
사실 그의 음반 가게는 여느 가게와는 달랐습니다.
오로지 엘피판만을, 그리고 손님과 몇 마디만 나누게 되면 그에게 어울리는 음반을 소개해주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자네는 음반 가게를 찾는 손님들에게 주로 무슨 말을 해주나?"
"당신의 마음에 쏙 드는 음반을 찾아줄 테니 저를 믿어달라고 하죠."
"그래, 자네는 손님들에게 늘 믿어달라는 말을 하지?"
"네, 그런데요?"
"자네는 약속대로 언제나 손님들이 흡족해하는 음악을 찾아주곤 하지. 자네가 가진 매우 특별한 재능이야.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니까. 게다가 자네는 언제나 성심성의껏 손님들을 상대하지. 처음에는 대부분 음반을 사러오지만 나중에는 해결기미가 보이지 않는 고민거리를 들고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아."
"그런 손님들이 제법 있긴 해요." 프랭크는 벌레를 쫓아버리듯 팔을 휘저었다. "제가 손님들이 털어놓는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들어주고, 나름의 해법을 제시하니까 그런가 봐요. 게다가 위안이 되는 음악을 추천해 주기도 하니까. 손님들에게 좋은 음악을 소개해 주는 게 저에게 주어진 일이잖아요. 매출에 연연하지 않고 손님들과 좋은 친구가 되려고 애쓰고 있어요." - page 152
이렇게 음반 가게를 찾는 손님들에게 음악을 통해 위안과 치유를 해 주기에 단골들도 생기곤 하였습니다.
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
쇼윈도 밖에 녹색 코트를 입은 여자가 가게 안을 유심히 살피다 프랭크와 눈이 마주치자 갑자기 쓰러지게 됩니다.
다행히 잠시 후에 눈을 뜨고 사라지게 되는데 며칠 뒤 다시 찾아온 그녀.
그녀는 '일사 브로우크만'이란 이름으로 그에게 그동안 실연의 상처로 더이상은 사랑에 빠지지 않겠다는 결심을 흔들어놓기 시작하는데...
프랭크의 마음의 문은 열리게 될 것인가...?
레트로 열풍을 타고 엘피가 다시 부활하는 요즘.
이 시대와도 닮은 듯한 모습이 그려져 있어서 새삼 '왜 엘피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수고스럽지만 그보다 더한 그윽하고 멋스러운 느낌을 간직한 엘피판의 느낌.
이 느낌이 마치 소설 속 인물들에게도 베여있는 듯해서 어느 누구도 허투루 넘어갈 수 없었습니다.
저마다 간직했던 사연들이 마치 그들의 음악과도 같았기에...
그리고 소설 속엔 부동산 개발 회사가 유니티스트리트 사람들에게 계속 부동산 매각을 종용하면서 그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으려 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오랜 삶의 터전이었기에 결코 물러설 수 없는 유니티스트리트 사람들의 모습.
이들의 모습은 요즘 한창 보고 있는 드라마 <빈센조>와도 닮아있어 서로 오버랩하며 상상하는 재미까지 더해져 그 감동이 더해지곤 하였습니다.
저 역시도 엘피판을 실제 접해보지 않았기에 그 느낌이 어떤지 사실 궁금하였습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프랭크의 음반 가게처럼 빅토리아 양식 자개 옷장을 개조해 만든 청음실에서 그 느낌을 전해 받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