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열쇠 열린책들 세계문학 265
대실 해밋 지음, 홍성영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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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보일드 장르의 창조자 '대실 '.

사실 그에 대해서도, 그의 작품에 대해서도 만날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러다 이번에 똭! 하니 만나게 된 것입니다.

그! 것! 도!!

'자신 최고 걸작으로 꼽은 작품'


이보다 더 멋진 만남이 있을까...

그렇다면 망설이지 않고 바로 책장을 펼쳐들었습니다.


인간의 욕망과 추악한 정치의 이면을 파헤치는

하드보일드 범죄 소설


유리 열쇠

 


이 소설을 이끌어갈 주인공 '네드 보몬트'.

그에게는 친형처럼 지내는, 합법과 불법, 음지와 양지를 오가며 세력을 넓혀 가는 정치인 '폴 매드빅'이 있었습니다.


매드빅은 애정과 분노가 뒤섞인 표정으로 네드 보몬트에게 자문을 구하려 합니다.

선거를 앞두고 헨리 상원의원의 재선을 도우며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넓히는 것과 동시에 연모하던 상원의원의 딸 '재닛 헨리'와의 결혼을 꿈꾸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네드 보몬트는 아까부터 핏기 없이 창백한 얼굴로 그에게 나지막이 말을 합니다.


「그가 재선되고 나서도 계속 형과 손잡을 거라 생각해?- page 16


「왜 헨리 의원을 도둑인 양 몰아세우는지 모르겠구나. 그는 점잖은 신사인 데다 -

「물론이지. 『포스트』지에도 미국 정치계에 몇 안 되는 귀족이라고 나오니까. 딸도 마찬가지고. 그들을 만나러 가기 전에 만반의 태세를 갖추라는 것도 그 때문이야. 그렇지 않으면 당할 게 뻔해. 저들은 형을 하등 동물쯤으로 여길 거고, 어떤 규칙도 통하지 않을 테니까. - page 17 ~ 18


사랑에 눈이 멀어 아무런 조언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매드빅.

그의 모습을 쓸쓸히 바라보며 돌아가는 네드 보몬트.


그런데...

차이나가에서 고개가 왼쪽으로 돌아가 도로변을 향하고 있는 죽은 청년의 얼굴이 가로등 불빛에 환하게 드러났습니다.

양쪽을 둘러보고, 길 위쪽으로도 아무도 없는 상황.

두 블록 떨어진 길 아래쪽 건너편의 <로그 캐빈 클럽> 앞에 남자 둘이 자동차에서 내리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우선 이 상황을 매드빅에게 알린 후 경찰에 신고한 네드 보몬트.

알고 보니 상원 의원 아들 '테일러 헨리'가 살해된 것이었습니다.


이 사건...

왠지 구린 냄새가 확 풍겨집니다.

그래서 네드 보몬트는 자신이 이 사건에 개입할 수 있도록 매드빅에게 부탁을 하게 되고 사건의 전모를 향해 갈수록 미궁 속으로 빠져들게 되는데...


사실 매드빅의 딸인 '오팔'이 테일러와 애인 사이인 것이 탐탁지 않았었고 테일러가 죽기 전 오팔과 함께 있었습니다.

(아마 아버지가 이 사실을 알면 속이 부글부글하겠지요...?!)

그리고 그날 저녁 매드빅은 상원의원의 저녁 초대에 참석했었고 후에 말다툼이 있었다는 사실이...

그래서 사건의 조각들은 단 한 사람을 항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폴 매드빅'.

네드 보몬트는 누군가의 '모함'이라며 진실을 파헤치려 하고... 하지만 사건과 관련된 이들에게 의문의 편지에선 전부 그를 지목하고...

과연 매드빅은 테일러를 죽였을까...?


「말썽쟁이ㅣ 아가씨, 정치는 거친 게임이고, 지금 일어나는 일도 마찬가지야. 『업저버』는 우리 반대편에 섰으니 폴에게 타격을 줄 기사가 진실인지 아닌지 따위 신경 쓰지 않는 거야. 저들은 - - page 150


아무리 시대가 흐르고 강산이 변한다고 해도 변하지 않는 곳이 있었습니다.

너무나도 추악하고 더러운 '정치계'의 이면...

왜 멀쩡한 사람들도 '왕관'의 무게를 짊어지게 되면 변하는 것일까...


그리고 우리의 모습과도 닮은 모습이 소설 속에 그려져서 소름이 끼쳤던 대목이 있었습니다.

 


보스가 잘못을 하더라도 잠시 반란만 있을 뿐...

변하는 것은 없다는 사실이 믿고 싶지 않지만 현실임에 참으로 씁쓸함마저 들곤 하였습니다.


추악한 야망과 본능, 그 끝엔 단 한 발의 총알만이, 비참한 최후만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너무 높이 올라가고자 했던 '이카로스'처럼...

남겨진 폴 매드빅에게 전하고픈 노래가 있었습니다.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를 잔잔히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커다란 그대를 향해
작아져만 가는 나이기에
그 무슨 뜻이라해도
조용히 따르리오
어제는 지난 추억을
잊지 못하는 내가 미웠죠
하지만 이제 깨달아요
그대만의 나였음을

 -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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