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친구 레베카
케이트 더글러스 위긴 지음, 유기훈 그림, 박상은 옮김 / &(앤드)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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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아이가 있습니다.

'빨강 머리 앤'

사랑스러운 이 아이를 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저도 동심으로 돌아가는 것 같고 그녀의 따스하고도 긍정의 기운을 받는 것 같아서 책장에도 '앤'의 이야기는 여러 권 가지고 가끔 펼쳐 읽어보기도 합니다.

 

'빨강 머리 앤'보다 5년 먼저 출판된 이 있다는 이 놀라운 사실!

누구일지 궁금하였습니다.

그래서 망설임 없이 잡게 된 이 소설.

벌써부터 앤에서 받았던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캐나다에 앤이 있다면

미국에는 레베카가 있었다

 

나의 친구 레베카


 

 

검은 머리에 담황색 옥양목 드레스를 입은 아이.

반짝이는 눈에는 열정과 호기심이 가득한, 놀라운 잠재력과 통찰력이 엿보이는 이 아이의 이름은 '레베카'입니다.

이 소녀는 리버버러 벽돌집에 사는 미란다와 제인 소여 자매의 집으로 맡겨지게 됩니다.

 

이모 집으로 향해 가는 길은 콥의 마차를 타고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그 속에서도 쫑알거리는 레베카의 모습은 정말 앤이 매슈의 마차를 타면서 가는 모습과도 닮아있었습니다.

 



 

미란다와 제인은 사실 레베카보단 언니인 한나가 오기를 바랐었습니다.

하지만 천방지축 같은 레베카가 온다는 사실에 미란다는 우울한 예상을, 제인도 침울하고 걱정스러운 마음을 가지게 됩니다.

미란다의 경우는 어떻게 '레베카를' 견뎌야 할지를.

제인은 레베카가 어떻게 '그들을' 견딜지를.

이 둘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미란다의 경우는 앤에서 '마릴라 커스버트'가, 제인은 '매튜 커스버트'의 모습과도 닮아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레베카는 미란다와 제인 이모와의 동거가 시작되었습니다.

역시나 레베카의 행동 하나하나는 눈에 띌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 레베카에게 미란다는 엄격하게 대하는 모습이 종종 보이곤 합니다.

"미란다 이모, 앞으로는 말 잘 듣는 착한 아이가 될게요. 문을 잠그지 않고 나가는 일도 절대 없을 거예요. 하지만 우리 아빠를 욕하는 건 참을 수가 없어요. 우리 아빠는 완벽하게 좋은 아빠였어요. 아빠를 계집애 같다고 한 건 너무해요!"

"건방지게 말대꾸하지 말거라, 레베카. 네 아빠는 허영심이 강하고 어리석고 무능한 사람이었어. 다른 사람들도 다 나처럼 얘기할 거다. 네 아빠는 네 엄마의 돈을 탕진하고 네 엄마에게 부양해야 할 일곱 명의 아이들을 남겼지."

"착한 아이들 일곱 명을 남긴 것은 대단한 일이에요."

레베카는 흐느끼며 말했다. - page 129

 

너무나도 표현이 서툰 미란다 이모의 가시 같은 말...

속상한 나머지 벽돌집을 나온 레베카는 제리 아저씨네에 찾아가 사정을 이야기합니다.

그동안의 이야기를 펼치고 나니...

마치 비가 갠 하늘처럼 그녀는 다시금 벽돌집으로 돌아갈 용기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저, 떠나지 않기로 했어요, 콥 아저씨. 이곳에 있으면서 벽돌을 받으려고요. 벽돌을 받되, 다시 던지지는 않을 거예요. 미란다 이모가 저를 다시 받아줄지는 모르겠지만, 용기가 생긴 지금 돌아가는 게 좋겠어요. 같이 가주시지 않을래요, 콥 아저씨?" - page 142 ~ 144

 

이 사건이 계기가 되었을까...

상처 입고 괴로워하는 어린 레베카에게 모질게 군 것을 속으로 후회하고 자신이 그동안 감춰왔던 진심 어린 애정을 조금씩 표현하기 시작하는 미란다 이모.

그렇게 이들은 서로 맞추어가며 조금씩 닮아가는 모습이 그려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학창 시절이 끝나고 이제 '졸업'을 맞이하게 된 레베카.

그런데...

점점 무덤 저편의 드넓은 세상으로 건너가는 길목에 서 있는 미란다 이모.

하지만 안 좋은 일은 왜 동시에 오는 건지...

레베카의 엄마도 일을 하다가 다치게 됩니다.

이모는 엄마 병간호를 우선 하라며 레베카를 보내고...

"가엾은, 가엾은 미란다 이모! 미란다 이모는 삶에서 조금의 위안도 얻지 못하고 가셨어요! 저는 이모한테 작별 인사도 하지 못했고요! 홀로 남은 가엾은 제인 이모! 어떻게 하면 좋아요, 엄마? 엄마와 벽돌집 사이에서 둘로 나뉜 기분이에요." - page 420

읽으면서 제일 가슴이 메어졌습니다.

미란다 이모가 레베카에게 진정으로 전하고팠을 말이, 그 진심이 한꺼번에 느껴져서 저는 그만 울컥하고 말았었습니다.

"미란다 이모는 좋은 사람이었어, 레베카. 화를 잘 내고 말을 함부로 해서 그렇지, 늘 옳은 일을 하고 싶어 했고 또 되도록 옳은 일을 해왔어. 나는 미란다 이모가 네게 심한 말을 한 것에 대해 늘 미안해했다고 믿어. 이모는 살아생전에 네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ㅇ모의 행동을 보면 네게 미안해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거야."

"저는 서니브룩 농장으로 떠나기에 앞서 미란다 이모에게, 미란다 이모가 저를 지금의 저로 만들었다고 말씀드렸어요."

"미란다 이모가 그렇게 만든 게 아니야. 하느님이 그렇게 만드신 거지. 너도 하느님을 도와 열심히 노력했고. 하지만 미란다 이모는 거기에 필요한 자금을 댔고, 그것은 결코 무시할게 못 돼. 특히 자신의 편안함과 즐거움을 포기하면서까지 그렇게 했을 때는 말이야. 네게 알려줄 게 있단다, 레베카. 미란다 이모는 이 집을 네게 물려 주었어. 벽돌집과 별채, 가구와 집 주변의 땅 전부를." - page 431

 


 

소설은 이것으로 끝이 났지만...

레베카의 앞날은 그녀의 성격처럼 밝고 활기차게 펼쳐지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 봅니다.

나무는 어느 해부터 한꺼번에 자라요.

조금 초라하다고 우울해하지 마세요.

지금은 뿌리를 내리는 계절이니까요.

실망하지 말아요.

진짜 황금 같은 나날은 시작조차 되지 않았으니까. - page 377

너무나도 닮은 앤과 레베카.

또 한 명의 사랑스러운 소녀를 만나게 되어서, 소녀를 통해 세상을 아름답게 보는 방법을 배울 수 있어서 너무나 좋았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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