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가 - 일상의 아름다움을 찾아낸 파리의 관찰자 클래식 클라우드 24
이연식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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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거장을 만나는 특별한 여행'

이번에 만난 그는 파리가 낳은 화가 '드가'였습니다.


드가

 


처음엔 그가 누구인지 몰랐습니다.

하지만 이 그림을 보자 '아!'란 감탄이 나왔습니다.

<에투알>

 


화가 '에드가 드가'

그 역시도 이렇게 말을 했었습니다.


"사람들은 나를 '발레리나들의 화가'라 하지만

내가 진정으로 추구하고자 한 것은 그들의 움직임,

그 자체이다."

- 드가


발레 작품뿐만 아니라 <압생트를 마시는 사람> <목욕통> 등 수많은 작품을 남겼지만 정작 그의 삶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게 사실이었습니다.

그래서 궁금했습니다.

그는 어떤 삶을 살았는지...

그리고 그가 탄생시킨 예술작품 속에 담긴 그의 이야기는 무엇인지...


1834년 파리에서 태어난 드가.

루브르에서 공부했으나 오르세에 틀어 앉았고 몽마르트르 공동묘지에 묻혔습니다.

전통적이면서도 새로운 그의 모습은 마치 '파리'와도 닮아있었고 '파리의 화가'라는 지위가 어울렸습니다.

 


드가는 인생의 방향을 정할 때마다 내린 결정이 파격적이면서도 보수적이었습니다.

법률가에서 화가로 진로를 바꾼 것은 파격적이었으나 미술학교에서 인체데생과 옛 미술품에 대한 모사로 이루어진 전통적인 교육과정은 얌전히 따르며 기법을 연마해가는 모습은 보수적인 면모를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얼마 안 가 미술학교를 그만두고 프랑스의 예술가 지망생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탈리아로 가게 됩니다.

파리로 돌아온 뒤로는 예술가들이 흔히 밟던 과정에서 벗어나 소위 제도권 바깥에서 입지를 닦게 됩니다.


이런 모습은 그의 그림에서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는 지금의 우리가 인상주의 미술의 특징이라고 여기는 풍경화를 꺼렸었고 모네나 시슬레처럼 이젤을 들고 다니며 야외에서 작업해 작품을 만들어내는 걸 싫어했습니다.

그럼에도 '순수한 인상주의'전시회를 굳이 따지자면 1874년 첫 번째 전시회를 주도했다는 사실은 참으로 역설적인 면모를 볼 수 있었습니다.


그의 작품들을 살펴보면 인물들이 편안하고 행복해 보이기 보단 인물들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흐르며 서로에게 호의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서로를 소외시키면서 고립되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구도를 보면 중심이 없는 '빈 가운데'의 매혹적인 느낌을 선사하거나 공백과 가림의 효과로 보다 역동적이고 더 나아가 전복적인 모습을 연출하여 그의 작품 너머의 세상까지 상상하는 재미를 주곤 하였습니다.


그렇게 독자적인 길을 걷던 그의 만년엔 시력이 나빠지게 됩니다.


이제 자신에게는 시간도 얼마 안 남았고 기력도 없다. 놓아줘야 하나 싶다가도 다시 붙들지만, 감당할 힘이 없다. 결국 자신이 무엇을 원했는지 알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만다. 50대의 드가는 우울했고 예순 살을 넘긴 무렵부터는 자유분방함을 넘어 흐트러졌으며 점점 지리멸렬해졌다. 1900년 이후로는 화면을 통제하는 힘을 거의 잃어버렸다. 터치는 화면에 꽂히지 못하고 질질 흘러내렸다. - page 203


얼마나 한탄스러웠을까...

하지만 그는 좌절보다는 도전하여 회화뿐만 아니라 조각으로도 자신의 예술을 불태우게 됩니다.

젊었을 적엔 감각을 탐하며 도시를 집어삼킬 듯했던 그가 이제는 방향도 목적도 없이 돌아다니는 존재인 플라뇌르가 드가의 마지막 정체성이 되고 세상에서 점점 멀어지면서 고독히 1917년 9월 27일 폐충혈로 숨을 거두게 됩니다.


드가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나는 유명하면서도 알려지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다."


정말 그의 바람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드가는 플라뇌르의 예술가였다고 말할 수 있었습니다.


한 화가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의 작품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드가가 그림에 담은 파리는 보는 이와 함께 움직이며 명멸한다. 드가는 파리라는 현대적인 도시를 바라보는 '시선'을 보여준다. - page 18


냉담하면서도 고독한 현대 도시의 감성을 예리하게 포착한 그의 작품이 아름다웠기에 더없이 슬프게 느껴져 마음이 아렸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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