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으로 읽는 로마사 - 1,000년을 하루 만에 독파하는 최소한의 로마 지식
윤덕노 지음 / 더난출판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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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화려함을 간직한 '로마사'.

로마사에 관한 이야기는 참으로 무궁무진합니다.


이번에 읽게 된 책은 로마사를 '음식'을 통해 그들의 이야기를 풀어낸다기에 흥미로웠습니다.

과연 어떤 음식에 로마의 역사가 담겨있을지 기대해봅니다.


1,000년을 하루 만에 독파하는

최소한의 로마 지식


음식으로 읽는 로마사

 


로마인들은 평소에 대체 무엇을 먹었기에 역사상 가장 위대했다는 로마 제국이 식탁에서 생겨났다고 말하는 것일까? - page 14


이 물음으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되었습니다.


로마인의 기본 식사는 빵과 죽을 주식으로 와인, 올리브, 생선 젓갈 가룸, 그리고 고기보다는 생선과 채소가 기본이었고 부유층에서는 햄과 소시지, 그리고 생선과 고기를 곁들여 먹었습니다.

이렇게 보면 과거 우리의 밥상과 비교했을 때 특별함이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차이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옛날 우리 밥상의 특징은 한마디로 신토불이 음식들로 채워졌다. 우리 땅에서 재배한 쌀과 잡곡으로 밥을 지었고 우리 들판에서 키운 배추와 채소, 나물로 김치를 담갔고 나물을 무쳤으며 우리 산과 강, 바다에서 키우고 잡은 가축과 생선을 먹었다. 극소수 값비싼 양념을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의 식재료를 자급자족으로 조달했다.

반면 약 2,000년 전 로마인의 식탁은 달랐다. 거의 모든 식재료를 외국에서 들여왔다. 로마인의 주식인 빵부터가 그랬다. 빵을 만드는데 필요한 밀과 보리는 북아프리카와 이집트에서 가져왔다. 1세기 로마의 역사가였던 플라비우스 요세푸스는 《유대 전쟁사》에서 "로마는 아프리카가 8개월을 먹여 살리고, 나머지 4개월은 이집트가 먹여 살린다"고 말했을 정도다. - page 16


로마인들은 빵을 비롯하여 물처럼 마치던 와인, 생선 젓갈인 가룸, 양념 등 그들의 식탁은 해외에서 가져온 농산물과 생선, 고기들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즉, 그들은 음식을 얻기 위해 개인의 목숨과 국가의 운명을 걸고 죽을힘을 다해 싸워 얻은 영토 및 자원으로 식탁에 오르는 음식의 가짓수를 늘리고 그만큼 로마 경제가 발전하게 되었음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이 말이 군대의 이동 통로뿐 아니라 물류의 이동으로 숙박업, 창고업이 발달하고 속속들이 음식점이 생겨나면서 '패스트푸드'의 탄생까지 어우르는 뜻이었습니다.


로마 시대 유물이나 프레스코 벽화 등을 보면 이런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비스듬한 자세로 앉아 식사를 하는 모습.

처음부터 비스듬히 누워 식사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로마가 이탈리아 북부 에트루리아 부족을 통합하고 남부의 그리스인들을 정복하면서 로마제국으로 본격적으로 발돋움할 무렵, 또는 제1차 포에니전쟁을 통해 카르타고를 물리치고 지중해의 패권을 장악하기 시작할 무렵에 그리스에서 배워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이 자세만으로도 역사의 한 부분을 의미하고 있음에 역사란 거대한 것이 아니라 소소한 것들이 모여서 이루어진 것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연회석상에서 비스듬히 앉아 음식을 먹는 로마 귀족의 자세가 얼핏 사치와 향락에 빠져 지내는 무기력한 로마 귀족의 나태한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지만, 알고 보면 이 자세는 고대 지중해 세계를 제패한 승자의 식사 문화였다. 이런 식사 문화는 5세기 로마 제국의 멸망과 함께 사라졌다. 로마 제국의 영광과 함께 스러져간 셈이다. - page 58


로마 제국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는 음식 중에서 로마 제국 번영의 시초가 되고 발단이 되었던 음식이 바로 '소금'이라 하였습니다.

하얀 금(White Gold)라 부를 만큼 귀한 상품이었던 소금은 로마 초기 상인들이 소금 장사를 하면서 로마가 발전하게 되고 로마 제국의 번영에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최초의 소금길인 비아 살라리아를 기점으로 다양한 도시가 생겨나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소금에 대한 로마인의 인식이 반영되어 있는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자기가 맡은 바 역할을 제대로 하는 사람을 보고 '밥값을 한다'고 표현할 때 영어는 '소금값 한다(worth salt)'라 표현하였고, 우리가 밥을 함께 먹는 사람을 식구(食口)라 표현할 때 그들은 소금을 함께 나누는 사람을 나의 동지나 동료라는 의미를 지닌다고 하니 소금이 로마 사회에 정신적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일러주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주식인 '빵'.

이는 제1차 포에니전쟁에서의 승리를 통해 지중해 최대의 섬인 시칠리아의 밀밭을 확보하게 되면서, 제2차 포에니전쟁 승리를 통해 스페인과 광활한 밀밭이 있었던 북아프리카를 손아귀에 넣게 되면서, 최종적으로 지중해 전체를 차지하게 되면서 죽 대신 빵을 먹게 됩니다.

특히 눈에 띄었던 점은 제빵사, 전문 제빵업자가 등장하면서 주부가 가사 노동에서 해방되면서 로마 시대 이후 현대에 이르기까지 약 2,000년의 역사에서 현대 여성과 가장 근접한 차원에서 자유롭게 활동하고 역할을 담당했다는 점이었습니다.

하지만 전쟁이나 흉작이 원인이 되거나, 수송 선단이 폭풍우로 침몰하거나 해적들한테 곡물을 털리게 되는 일이 생기면서 먹을 식량을 전적으로 해외로부터 수입에 의존했던 시민들은 폭동이 일어나기 시작하고 결국 로마 제국이 무너지는 계기 중 하나가 되었다는 사실이 조금은 씁쓸하였습니다.


로마인의 일상생활에 이것 없이는 하루를 지내기가 무척 불편했을, 빠져서는 안 되는 필수 식품 '올리브'.

로마인의 식탁에서 올리브를 빼놓는다면 음식의 맛과 질이 형편없이 떨어졌을 것이고 올리브가 없다면 남녀를 막론하고 세수도 목욕도 제대로 못하고 여자들은 화장을 하는 데 애를 먹게 됩니다.

또한 아프거나 다쳤을 때 치료에 곤란을 겪었을 수도 있고 야외에서는 모기나 벌레 같은 해충에 시달리고 벌레 먹은 과일과 채소를 먹어야 했으며 험한 날씨에도 비바람이 솔솔 들이치는 집에서 지냈을 수도 있게 됩니다.

이렇게 로마인의 지극히 폭넓은 활용은 그만큼 올리브에 대한 지극한 사랑으로 볼 수 있고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음에 음식이 끼치는 역사의 흔적은 계속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로마인이 좋아했다는 향신료 중에서도 '후추'.

동양과 서양을 연결하는 비단길, 스파이스 루트를 통해 지중해 세계에 어렵게 전해졌던 후추 등의 향신료가 서양에 체계적으로 전해지면서 금값과 맞먹는다는 향신료도 마음껏 먹을 수 있을 만큼 부유했던 로마의 모습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앞서 저자가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그리고 그 길을 통해 밀, 와인, 올리브, 생선, 젓갈, 향신료 등 다양한 식품이 운송되면서 로마 제국의 부가가치가 만들어졌으니, 로마 제국은 식탁에서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싶다. - page 6


정말 뗄레야 뗄 수 없는 '식문화'를 통해서도 그 나라의 정치, 경제, 문화 등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놀라우면서도 재미있었습니다.


지금의 우리 식탁에 있는 음식도 되짚어보게 되었습니다.

먹고 마시는 것.

이 식탁에서도 한 역사가 쓰여지고 있다고 생각하니 뭔가 의미심장함마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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