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는 못 먹지만, 빵집을 하고 있습니다 - 한남동 글루텐프리 & 비건 빵집 써니브레드 이야기
송성례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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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빵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였습니다.

이 드라마를 계기로 '파티시에'란 직업도 알게 되고 제빵에도 관심을 가지곤 하였습니다.

하지만 결론은 빵은 사 먹는 게 제일 맛있고 이제는 밥보단 빵이 주가 되었지만...


빵 덕후가 되면서 남들처럼은 아니지만 맛있는 빵집을 찾아 먹어보곤 합니다.

때론 아침 일찍 가게 앞에 줄을 서서 먹게 되면 이게 또 작은 행복으로 다가와 그날 하루는 입가에 미소가 떠날 줄 모릅니다.


그러다 이번에 읽게 된 책은 저도 한 번 가 보았던 빵집이었습니다.

'써니브레드'

여느 빵집과는 달리 '글루텐프리 & 비건 빵집'이기에 그 맛이 궁금하여 가 보았었습니다.

그때 케이크 조각과 스콘을 먹어보았었는데 맛의 차이를 못 느꼈었습니다.

아니, 오히려 담백하면서 그동안 내가 자극적인 맛에 본연의 맛을 못 느꼈었구나 하며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빵집이 유명해진 이유.

2019년.

도둑이 베이커리에 들어와 4시간 동안 '먹빵'을 하였던 사건의 장소이기에 '써니브레드'라 하면 '도둑의 입맛도 훔친 빵집'이라 이야기할 수 있었습니다.


그 '써니브레드'의 빵집 사장님이 써 내려간 일상의 조각들이 이 책에 담겨 있다고 하였습니다.


오븐 스위치를 켜는 것이 인생을 바꾸기도 하니까.

빵 못 먹는 빵집 사장님의 두근거리는 일상

밀가루는 못 먹지만, 빵집을 하고 있습니다


빵과 디저트를 좋아하지만 빵을 먹지 못하는 그녀.

정확하게 말하면 시중에 판매되는, 남들은 다 먹는 '밀가루 빵'을 먹지 못합니다.

대대로 내려오는 '글루텐 불내증'으로 인해 컨디션이 좋으면 잠 못 이루는 정도의 두통으로 끝이 나지만 심하면 돌덩이가 대장을 긁는 고통을 느낄 만큼 글루텐이 들어 있는 곡물을 먹으면 몸이 아픕니다.

그래서 그녀는 생각합니다.

'안전하고 맛있는 빵을 만들어 보자'

그렇게 해서 시작된, 지금은 모두의 입맛을 사로잡는 빵집.

'주식회사 써니브레드'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건...

솔직히 쉽지만은 않은 게 현실입니다.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한 애매모호함이란...

하! 지! 만!!

내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찾게 되면 그 일을 할 때 나오는 열정, 추진력과 성실함으로 사이사이 행복을 느끼면서 살아갈 수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냥 순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갑자기 밀려드는 주문에 몇백 개의 빵을 만들고 포장하며 눈물을 쏟아지기도 해 수영 고글을 쓰고 작업을 하기도 하고 항상 유지하던 체중도, 일어나자마자 하던 화장도, 다이어트에 성공한 몸매를 부각하는 타이트한 옷도 입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그녀가 행복하고 빛나게 살 수 있었던 이유는 아마도 그녀가 좋아하는 '빵'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내 마음은 이렇게 글루텐프리 빵이라는 작은 것 하나로 자유로워지고, 풍요로워지고 행복해지고 따듯해졌다. 빵 하나가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깨닫게 해준 것이다. 만약 내가 이 일에 열정을 느끼지 못했다면 빵을 굽느라 운동을 하지 못하는 날들, 너무 바빠 식단을 못 지킨 날들, 일이 늦게 끝나 약식을 먹어야 했던 날들을 참아내지 못했을 거다. 예뻐지는 게 유일한 목표였던 그 작고 작던 세상에서 나를 끄집어내준 써니브레드가 너무 고마울 뿐이다.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무언가가 얼마나 작은 건지, 얼마나 세상이 넓고 행복은 널려 있는지 보게 해줬다. - page 77


그녀의 이야기는 저에게 따끔한 충고를 전해주고 있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은 많지만 막상 시작도 못하는 저에게 베이킹을 하기 전 예열하는 '오븐을 켠다'의 의미로...


시작하는 건 항상 어렵고 많은 내적 에너지를 요구한다. 하지만 한 번 스위치를 켜면 그때부터는 열정이 따라준다. 정말 변화를 원한다면 스위치 앞으로라도 가자. 눈 한번 딱 감고 스위치를 켜는 것이 인생을 바꾸기도 하니까. - page 86


그렇게 오븐을 켜고 예열을 시작하면...


베이킹을 할 때 밖에서 보면 오븐의 예열은 버튼 하나로 끝이 나지만. 예열을 하기 위해선 정말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오븐을 예열하는 데 필요한 전기나 가스 그리고 예열을 유지하기 위해 계속 쏟아지는 에너지. 나 혼자선 예열할 수 없고 온도를 유지하기 힘들다. 이곳저곳에서 자극해줘야 하고 자극을 잘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경쟁자를 보며 배 아파하고 미워하고 질투만 하다가 끝나면 예열은커녕 오븐을 켜고 싶다는 생각마저 사라질 수 있다. 반대로 경쟁자를 보며 배울 점을 찾고 자극을 받으며 공부하고, 연구하고, 선의의 경쟁을 하게 된다면 예열은 문제없다. - page 109  


베이킹 과정이 우리네 인생사와도 닮아 있음에 새삼 놀랍기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빵을 더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책 속엔 <써니브레드 글루텐프리 레시피>가 담겨 있었습니다.

혹시나 위로가 필요할 때 이 레시피를 따라 만들면서 마지막 따듯한 빵으로부터의 위로를 받는 것도 좋을 것 같았습니다.


오늘도 그녀는 좋아하는 일이기에 쉽지 않지만 자신만의 온도로 빵을 굽고 있을 것입니다. 

 

 


그녀는 말합니다.

그래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좋아하는 일에 뛰어들 용기를 가지라고!

그럼 당신만의 '빵'이 완성될 것이라고 일러주었습니다.


덕분에 참으로 따듯한 빵을 먹은 것 같습니다.

언제 또 기회가 된다면 그곳에 찾아가 빵 한입을 먹으며 빵이 전한 위로를 얻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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