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고 싶지 않았는데 못하게 되었다
정변 지음 / 유노북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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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30이 되었을 때...

그전까지만 하더라도 딸의 '연애사'에 관심을 주지 않으셨던 부모님은 재하의 종소리와 함께 울려 퍼졌습니다.

"너는 사귀는 사람 없니?"

"○○는 곧 있으면 자기 엄마한테 남자친구 소개해준다던데..."

 

정말 말로만 듣던, 드라마로만 보던 상황을 마주하게 되니 혼란스러웠습니다.

뜬금없이 왜 '3'이 등장하자마자 '결혼'이 대세가 되어버리는지...


그나마 명절 잔소리와 부모님의 성화는 어느 정도 견딜만했습니다.

그런데...

친한 친구들의 줄지은 봄의 신부 코스프레는 저에게 충격으로 다가왔고 결국 저도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그때 결혼을 안 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조심스런 생각을 해 보곤 합니다.

못 해본 독립도 해 보고 싶었고 그땐 직장을 다니던 때니까 나름 커리우먼처럼 꾸미며 자존감이 높았었는데...

(주저리주저리)


여기 대한민국 30대 여성이 있었습니다.


"내가 결혼을 안 하는 건지 못하는 건지

나도 잘 모르겠어. 에라, 모르겠다!"


미혼자들에겐 폭풍 공을!

기혼자들에겐 추억 돋움을!

선사할 이 책의 주인공 '예민희'씨의 순도 100% 공감 일상 속으로 들어가 보았습니다.


결혼하고 싶지 않았는데 못하게 되었다


 


마흔하나에 결혼을 하게 된 오빠.

오빠의 결혼식 이후 아버지는 그녀에게 최! 후! 통! 첩!을 하게 됩니다.


"잘 들어라.

더 이상은 안 된다.

결혼을 하든, 안 하든

내년 말까지는

이 집에서 나가거라!"


남은 기한은 1년.

'결혼'과 '독립'에 대한 고민이 시작됩니다.


아무리 시대가 변했다 하더라도 결혼에서 여자 나이는 민감한가 봅니다.

그리고 사회적 편견은...

<버튼이 눌리는 순간들>을 보면서 정말 폭풍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녀의 꿈에서 인생을 '산을 오르는 에스컬레이터'로 비유한 대목은 인상적으로 남았습니다.

인생이라는 수십, 수백 개의 산.

꼭대기에 다 온 것 같은데 알고 보니 에스컬레이터가 위로도 아래로도 아닌 수평으로 천천히 흘러가고 있고 다른 친구들은 결혼이라는 큰 산을 정복하고 또 다른 산을 타는 모습에서 씁쓸함을 느낀 그녀.

무엇이 옳고 그르다고 얘기할 수 있는 것일까...?

저마다의 목표와 속도 차이인 것을...

주변에서 보내는 시선으로 인한 조급함이 오히려 자신의 에스컬레이터를 급정지 시킬 수 있음에 부디 '자신'을 우선으로 생각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습니다.


결혼을 못 한건 아닌데 안 하게 된 민희씨는 결국 독립을 하게 됩니다.

집을 나와 월세 지옥에 살다가 다시 부모님과 함께 살다가 또다시 독립.

그러면서 그녀는 조금씩 빛이 나는 'SOLO'의 모습을 해 나가고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인생이 그런 것 같아서,

내가 원하는 걸 갖지 못했지만,

원하지 않는 것도 주어지지 않는 게

인생이더라고."


"그래도 지금까지

어떻게든 버텨 왔으니, 앞으로도

어떻게든 살아남겠지."


"누구에게나

주어진 하루하루를

근근이, 꾸준히!"


마지막 우리에게 전한 민희씨의 이야기.



그래서 그녀가 참으로 행복해 보였습니다.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며 읽게 된 그녀의 이야기.

결혼을 비롯한 일상의 이야기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나면

'나만 그런 게 아니었네...'

라며 위로를 얻게 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읽고 나서 자꾸만 이 노래가 입가에서 맴돌았습니다.

제니의 <SOLO>.


만남, 설렘, 감동 뒤엔
이별, 눈물, 후회, 그리움
홀로인 게 좋아, 난 나다워야 하니까

자유로운 바람처럼
구름 위에 별들처럼
멀리 가고 싶어 밝게 빛나고 싶어

빛이 나는 솔로 - 제니의 <SOLO> 에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이 보다 당당하게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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