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나 있는 서점 어디에도 없는 서점 - 대형 서점 부럽지 않은 경주의 동네 책방 ‘어서어서’ 이야기
양상규 지음 / 블랙피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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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기에 '책방'과 관련된 이야기에도 관심이 가곤 합니다.

특히나 동네 책방 이야기는 그 존재만으로도 한 권의 책이 되기에 더없이 궁금하면서 읽어보고 싶었습니다.


이번에 만나게 된 서점은 신화를 만들어냈다고 하였습니다.


"책이 없어서 못 팔아요!"


서점 최초 책 완판 신화를 만들어가는 이 서점.

그 매력이 궁금하였습니다.


어디에나 있는 서점 어디에도 없는 서점

 


그가 책방 주인이 되게 된 이유는 사진의 매력에 빠져들면서였습니다.

단순함 속에 압축된 폭발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찰나의 예술인 '사진'.

이에 홀린 듯 끌려 들어가는 마음은 '시'로 이어지게 되고 차츰 시를 포함한 다양한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막연하지만 책방에 대한 꿈을 꾸기 시작합니다.


언젠가 나만의 작은 서재를 갖게 될까? 어쩌면 사람들이 찾아오는 책방을 차릴 수도 있을까? 이런 생각들은 그때까지만 해도 그저 뜬구름 잡는 몽상일 뿐이었다. - page 18


그도 책방에 대해선 꿈이었을 뿐 현실에선 남들과 다르지 않은 직장을 다니는 청년이었습니다.

사진 기사, 새마을금고 직원, 댄스 강사 그리고 현대차 협력 업체 직원까지.

다양한 직업을 했음에도 그에겐 갈증이 있었습니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여러 일을 해보면서 대학교를 졸업할 무렵 가졌던 막연한 꿈들이 정제되었다. 꿈이나 혹은 다른 것으로 남겨둘 것들 그리고 해볼 만한 일과 해야 할 일이 조금씩 분명해졌다. 서점은 후자였다. 수십 년 뒤의 먼 미래로 미뤄둘 이유가 하등 없었다. 조금이라도 젊고 자신감이 있을 때,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잘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 page 26


하지만 동네 서점은 말처럼 장밋빛이 아님을 알고 있었습니다.

불안정한 수입.

서점을 운영하려면 어느 정도의 자본을 갖추어야 했기에 '은하수 식당'을 하면서 틈나는 대로 이곳저곳을 다니며 서점에 대한 꿈을 현실로 자리 잡아갑니다.


"호호호호, 책방을 한다고? 내도 여기서 종이 장사해가 재미 마이 봤어요. 총각도 잘될끼라." - page 39


운명처럼 만화방, 액세서리 가게를 거쳐 창고로 사용하던 곳이 꿈에 그리던 서점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철거부터 페인트칠, 인테리어까지 그의 손이 안 거쳐간 곳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어서어서'는 '그 자신'이었습니다.


내가 없는 어서어서는 어서어서가 아니다. 직원도 두지 않고 혼자서 운영하며 틈틈이 밥을 먹고, 화장실에 가고, 커피를 사 오는 이유는 어서어서가 곧 나이기 때문이다. - page 190


그리고 아날로그 감성에 충실한 이 책방은 자리 잡은 경주 황리단길과도 닮아 있기에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처럼 틀은 오래되었으나 지금의 생각이 살아 숨 쉬는 것, 오래된 가구와 소품처럼 틀은 바랬으나 지금의 쓰임으로 또 다른 의미를 지니는 것들이 서로 어우러지는 곳을 꿈꾸었다. 어디에나 있는 곳들이 범람하는 때에 어디에도 없는 곳이, 오직 여기 경주여야만 하는 곳이 되길 바랐다. - page 56


이 서점만의 특징 중 하나인 책 봉투.

그 의미가 너무나도 좋았습니다.


"아, 이건 저희 어디에나 있는 서점, 어디에도 없는 서점의 콘셉트인데요, 우리가 몸이 아프면 몸을 낫게 하는 약을 처방받아서 먹잖아요. 그것처럼 어서어서에서 만난 책이 읽는 분의 마음을 낫게 해드리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만든 책 봉투예요. 우리는 정보를 얻기 위해 책을 읽기도 하고 더 배우기 위해 책을 읽기도 하지만, 어쩌면 그보다 더 자주 책을 통해 공감이나 위로나 연대 같은 것들을 얻잖아요. 그게 따듯함이 되고 위안이 되어 우리가 또 세상을 살아갈 기운을 내게 하고요. 그게 바로 책을 읽는 이유가 아닐까요."

물론 바쁠 때는 간단하게 압축되기도 한다.

"저희 어서어서의 콘셉트입니다. 약 봉투에 책을 담아드려요. 여기서 만난 책이 읽는 사람의 마음을 더 건강하게 해주길 바라는 뜻을 담아 만들었답니다." - page 95 ~ 96

 


이 책 봉투를 건네받는 순간 마음이 치유될 것 같았습니다.


이 서점만의 매력은 아마 책방 주인의 마음가짐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책 자체에 집중하고자 하는 그의 마음.

 


그래서 저 역시도 이 책방에 전하고 싶은 한 마디.

"오래 있어주세요."


왠지 경주에 가면 이곳이 떠오를 것 같았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들러 책 한 권의 처방을 받고 나올 수 있는 곳, '어서어서'.

책 읽는 이와 책과 경주를 이어주는 이곳에서 멋진 추억 하나를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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