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찬란한 자전거 여행 - 중국에서 태국까지 5개월 동안의 버라이어티 휴먼코미디
문지용 지음 / 피그말리온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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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이 버라이어티 휴먼 코미디

때때로 액션 스릴러에 로맨스까지~


나의 평범하고 지루한 일상에 그의 이야기가 재미를 선사해 줄 것 같았습니다.

중국에서 태국까지 '자전거'로 여행을 했다는 그.

나라면 못했을, 아니 안 할 도전을 한 그의 여행기가 궁금하였습니다.


내 인생의 찬란한 자전거 여행

 


그에게 있어서 '자전거'란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 준 수단이었습니다.

감기를 달고 사는 약골이었지만 자전거를 타는 순간만은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었고, 그래서 자전거 여행이 유일한 치료약인 듯 열심히 달렸다고 하였습니다.


그런 그가 자전거 여행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벽에 걸린 '세계지도'였습니다.

20년동안이나 벽에 걸려있었지만 어느 순간 눈길을 사로잡은 지도.

그 지도 위를 자전거로 누비는 상상만으로도 온몸에 전율을 느끼면서 떠나야함을 느끼게 되었다고 합니다.

'어디를 가볼까...'

고민 끝에 결정된 곳이 바로 광활한 중국 대륙과 그 아래로 이어지는 동남아로의 여행.


2년이란 준비기간이 있었습니다.

체력을 키우는 것부터 시작해서 여행 시 필요한 물품 준비까지.

첫 설렘은 점차 비장함으로 바뀌게 되면서 첫 발을 떼게 됩니다.


배를 타고 도착한 중국.

그리 호락하진 않았습니다.


"너무 무모하다는 생각 안 드세요?"

"네?"

뭐야, 왜 갑자기 대놓고 시비지?

"지금까지 제 주변에도 중국 자전거 일주한다고 많이 떠났는데, 계획대로 완주해낸 사람은 한 명도 없었어요. 체력적으로도 힘들지만, 대부분 교통사고 때문에 어느 한 군데가 망가져서 돌아왔지요. 자전거도 잠깐만 신경 놓으면 없어져요. 중국인들이 얼마나 뻔뻔한지 알아요? 그냥 태연하게 자기 자전거인 것처럼 스윽 끌고 가다가, 발각되면 '왜 사람을 도둑으로 모느냐'고 오히려 더 큰소리친다니까요." - page 18 ~ 19


기우였을까.

그래도 나름 손을 내밀어주는 중국인들이 있었습니다.

특히 '레이 형'은 인상적이었습니다.

버릇처럼 되뇌는 좌우명 'Nothing'.

 


'Nothing'

우리가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주문이었습니다.


'자전거 여행'의 의미를 일러주었습니다.


자전거 여행은 '선'의 여행이다. 비행기나 기차로 도시와 도시 사이를 생략하는 '점'의 여행이 아니다. '선'의 여행은 도시 사이의 허허벌판과 시골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절대적이다. 특히 중국은 '선'의 중량감이 굉장히 묵직하다. 한 도시를 떠나 다시 도시다운 도시를 만나기까지 적어도 이틀, 많으면 닷새가 걸린다. 분명한 건 며칠 동안 고생하며 만나는 도시는 몇 시간 만에 뚝딱 도착하는 도시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자전거 여행에서 감당해야 할 가자아 큰 부분이지만, 결국 가장 깊은 감동이 되어 돌아온다. - page 61 ~ 62


이 말이 너무나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선'의 여행이라는 말이...

불편하고 힘들지만 자전거 여행을 하는 이유를 이제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중국인 중 또 한 명 '짜오 용'.

결국 중국에서 자전거를 도둑맞게 된 그.

이 여행을 포기하려고 하던 찰나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준 이가 바로 용이였습니다.


"지용, 날 봐. 포기하지 말라고." - page 76


그 덕분에 자전거 여행에 필요한 물품들을 다시 재정비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그의 소신있는 이야기.


"공산당 정부에 반하는 보도를 하면 바로 체포되거나 마녀사냥을 당하기 때문이지. 난 이래서 정부가 싫고, 이런 정부의 부조리에 들고 일어나 자유를 쟁취할 생각은커녕 줄곧 당하고만 있는 중국인이 더 싫어. 나중에 꼭 용감한 저널리스트가 되어서 이 현실을 바꾸고 말 거야."

가장 큰 잘못은 잘못을 외면하는 삶이다. 의문을 갖지 않는 삶. 순응만 하는 사회는 발전이 없다. 가슴이 뜨거운 이 친구 같은 사람들 덕택에 역사는 책 속에서 죽지 않고 더 나은 방향으로 성장해온 것이다.

그는 촛불을 닮았다. 생일 케이크 위의 1분짜리 초가 아닌, 투박하고 굳센 심지의 촛불. 이런 촛불이 많아진다면 중국은 영원히 밝게 빛날 수 있을 것이다. - page 81 ~ 82


그가 밝힐 촛불이 환하게 밝혀질 수 있길 빌어봅니다.


자전거 여행을 통해 어떻게 살아가야하는지를 그에게서 배우게 되었습니다.

 


넘어지지 않게 뒤쳐지지 않게 맞잡은 손들.

그렇게 '동행'하며 살아가는 세상을 꿈꾸어 봅니다.


역시나 각 나라마다 저마다의 특징이 있었습니다.

중국은 큰 대륙이니만큼 웅장함이,

베트남은 사람들의 친절만큼이나 그에겐 로맨스의 주인공이 될 뻔했던 짜릿함이,

라오스는 자연의 매력이 무엇인지 일러준,

캄보디아는 상처와 치유가 공존한,

태국은 마지막을 장식하기에 아련함이 묻어있었습니다.

그래서 각 나라마다 여행하는 재미가 쏠쏠하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여행'의 의미를 이 책을 통해 깨닫게 되었습니다.


대부분 여행을 시간과 장소로 말한다. 언제 어디에 얼마나 다녀왔는지로 말이다. 하지만 여행이란 건 '세상'이라는 제목의 책 읽기가 아닐까. 세상이란 책의 조각조각을 읽어내는 건 여행자의 마음으로 싱싱하게 하루하루를 살지 않으면 절대 이뤄낼 수 없는 일. 일상을 영혼 없이 밀어내며 살면 결코 얻을 수 없다. 그의 말처럼, 그는 여행자였다. 얼마나 오래 얼마나 멀리 여행하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다 마음먹기 나름인 것이다. 마음먹기 나름. - page 136


아마 모두가 '여행자'일 것입니다.

'세상'이란 곳으로의 여행.

그렇다면 당신은 어떤 여행자가 되겠습니까...


그의 웃기면서도 황당하고, 짠하면서도 감동적인 자전거 여행기.

덕분에 '여행'의 의미를, 어떻게 살아가야할지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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