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어느 순간은 영화 같아서
이미화 지음 / 인디고(글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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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도 특별한 영화들이 있습니다.

12월이 되면 꼭 보게 되는 <나 홀로 집에> 시리즈.

마음 기대고 싶을 땐 <맘마미아>.

그리고 독특하였기에 더 인상적인, 요즘도 찾아보는 영화 <그 남자의 사랑법>.

이렇게 저만의 영화목록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영화를 보는 그 순간만큼은 잠시나마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기에 저는 되도록이면 혼자서 영화를 보곤 합니다.

그 순간 몰입하여 마치 내가 영화 주인공마냥...


만약 내 삶이 영화같다면...

<러브 액츄얼리>같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 로맨틱한 고백도 꿈꾸었지만... 이젠 정말 꿈으로만 꾸어야하는 현실...)


이 책에서 작가의 인생 영화들이 소개되었다고 했습니다.

<마담 푸르스트의 비밀정원>, <벌새>, <마녀 배달부 키키> 등.

과연 저자에겐 이 영화들이 어떻게 다가왔을지가 궁금하였습니다.


삶의 어느 순간은 영화 같아서

 


26편의 저자의 인생 영화들이 있었습니다.

각 영화들이 책 제목처럼 어느 순간 저자의 삶과도 닮아있었기에 거기에서 마음 기대어 위로를 받았나봅니다.


하지만...

제가 소개된 영화들을 보았다면 공감할 수 있었을테지만 거의 보지 못했던 영화들이었기에 영화 속 대사들이 나온 그 순간의 그 느낌을 공감하지는 못하였습니다.

그럼에도 저자의 이야기가 영화 속 또 하나의 영화를 만들어냈기에 그 이야기에 저는 기대어 읽으며 공감을 하였습니다.


처음에 등장했던 영화 <걷기왕>.

걷는 일 외에 딱히 잘하는 것이 없었던 만복이에게 담임 선생님은 육상부에 들어가기를 권합니다.

종목은 경보.

그런 만복이가 어느날 전국체전에 나가야 했는데 멀미가 심해 버스를 타고는 도저히 갈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육상부 선배들의 비난과 스파르타식 훈련을 견디지 못하고 그만두게 된 만복.


"정신 차려. 니가 왜 안 되는 줄 알아? 이거 목숨 걸고 해도 제자리도 지키기 힘들어. 근데 넌 맨날 장난처럼 하잖아. 너처럼 하면 아무것도 안 돼. 다들 그렇게 열심히 한다고. 너만 빼고." - page 23


무조건 노력과 열정만을 강요하는 세상.

죽기 살기로 덤벼야 제대로 된 삶을 사는 것일까...

 


힘들면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는, 자신만의 페이스로 살아가는 것이, 토끼와 거북이에서 거북이와 같은 삶을 지향하는 저에게도 만복이는 참으로 인상 남았던 아이였습니다.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된 영화가 있습니다.

<내가 죽기 전에 가장 듣고 싶은 말>.

요즘들어 '죽음'과 관련된 책을 읽어서일까...

죽음 후 남겨지는 것에 조금씩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지...

영화 속 해리엇에게 조언을 구해보고 싶었습니다.


"실수를 하게 될까봐 두려워요."

"네가 실수를 만드는 게 아니야. 실수가 널 만들지. 실수는 널 더 똑똑하게 하고 더 강하게 하고 더 자립적으로 만들어."

"난 당신과 달라요, 해리엇. 당신처럼 담력이 세지 못하다고요."

"실패해. 어마어마하게 실패해. 실패해야 배울 수 있어. 실패해야 사는 거야. 네 인생은 시작도 안 했어." - page 53


"해리엇은 잊혀지지 않을 거예요. 해리엇 롤러는 자신만의 삶을 살았고 저도 그 뜻을 기려 저만의 삶을 찾을 것입니다." - page 55


이 영화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최악의 하루>.

배우지망생인 은희도, 소설가 료헤이도 종종 거짓말을 합니다.

서로가 '진짜'란 무엇인지, '진짜' 모습을 향해 가는 그들의 모습.


"진짜라는 게 뭘까요. 사실 전 다 솔직했는걸요. 커피 좋아해요? 전 커피 좋아해요. 진하게. 진한 각성.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하거든요. 당신들을 믿게 하기 위해선." - page 146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거짓이 아닌 진짜라는 것, 그리고 그 속에 살아가는 나도 진실만 이야기한다고 단정지을 수 있을까...

그럼에도 해피엔딩이 오길 바라는 건 욕심인걸까...


이 책의 느낌은 뭐랄까...

<인사이드 아웃>에서 밝혔던 모습과도 같았습니다.


누군가를 위로하는 글을 쓰기에 나는 무심하고 무뚝뚝한 사람이다. 무조건적인 긍정이나 근거 없는 무책임한 응원의 말 같은 건 하고 싶지 않으니까.

다만 나는 잠자코 들어주는 편을 택한다. 참견도, 조언도, 섣부른 위로도 없는, 하지만 부르면 들릴 정도의 적당한 거리에서 무심히 있어 주려 한다.


글도 마찬가지다. 나는 꼭 그만큼의 온도를 지닌 글을 쓰고 싶다. 고온에서 펄펄 끓여낸 사골 같은 글은 아닐지라도, 낮은 온도에서 천천히 우러나는 냉침 밀크티 같은 글을. 앞으로도, 쭉. - page 80 ~ 81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았기에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제 마음 속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녀가 꼽은 인생 영화들을 한 편씩 찾아보아야겠습니다.

그녀가 느꼈던 것처럼...

나도 영화를 통해 위안을 나누며 마음 기댈 곳을 찾아보고 싶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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