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슬렁여행 - 방랑가 마하의
하라다 마하 지음, 최윤영 옮김 / 지금이책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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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20대엔 '떠남의 미학'을 즐기곤 하였습니다.

학기가 끝나면 캐리어에 짐을 싣고 여권에 도장을 찍는 재미도 느끼며 마치 '나 혹시 전생에 방랑자였을까?...'라며 스스로 단정 짓기도 하였었는데...


그것도 잠시.

회사에 취직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지금은...

캐리어는 어느새 창고 저편에 박혀있었고 해외가 아니더라도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어 발버둥을 치지만...

이젠 코로나까지 제 발목을 잡으면서 '여행은 책으로 하는 거지...'라며 그나마 위안을 삼고 있습니다.


이번에 읽게 된 책.

이 단어에 끌렸습니다.

'방랑가'

뭔가 정처 없이 떠나는 그녀의 모습이 마냥 부러웠습니다.


바람이 부는 대로 마음이 가는 대로

어슬렁어슬렁


그 발걸음에 마음이라도 동행하고 싶어 읽게 되었습니다.


방랑가 마하의 어슬렁여행

 


인생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은 무엇인가요? 누군가 그렇게 묻는다면 나는 주저 않고 대답할 테다.

여행이라고.  - page 9


'여행', 아니 '이동'을 좋아하는 그녀 '하라다 마하'.

사실 '이동집착'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녀가 직장생활을 하던 시절.

뜬금없이 남자 후배가 던진 이 말은 저 역시도 처음엔 의아했습니다.


"하라다 씨는 참치 같아요" - page 11


어째서 '참치'라고 하였을까...라고 궁금하던 찰나.


"멈추면 죽잖아요." - page 11


참치는 살기 위해 끊임없이 헤엄치며 이동을 지속하는 종이라는 것이란 사실로부터 '아하!'라며 저 역시도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그녀는 자타공인 '방랑가 마하'가 됩니다.


그녀의 방랑여행은 정말이지 부정기적이고 돌발적으로 시작됩니다.

오죽하면 남편조차 방에 걸려 있는 달력에 매직으로 갈겨쓴 '이날부터 이날까지 여행' 표시를 보고서야 그녀가 곧 나간다는 사실을 알 정도라고 하니 그녀는 진정한 '방랑가'임에 조심스레 엄지 척을 해 봅니다.


혼자 떠날 때가 많지만 종종 여행 길동무도 있었습니다.

'로드매니저'라 부르는 여행 친구 '오하치야 지린'.

마음 맞는 친구와 함께, 의상도 서로 비슷하게 맞춰-원래 가로줄무늬를 좋아하는 내가 가로줄무늬 바지를 모 염가숍에서 구입하자 지린도 "이거 좋네" 하며 같은 것을 샀다. 이후 상의나 하의에 반드시 가로줄무늬를 넣게 되었다.-입고 맛있는 음식 먹으며 즐기는 여행이 부러웠습니다.

그래서 이 둘의 여행이 끝나지 않기를 바랐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녀의 여행 이야기는 좌충우돌에 유쾌함이 가미되어 있어서 읽는 내내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이것이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그녀를 통해 느끼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에 그녀가 '방랑가'가 된 이유를 이야기했습니다.


"좋아하는 곳으로 계속해서 나아가고 원하는 대로 살거라"


라는 가르침을 전해주신 아버지.

항상 "그럼 다녀올게!"라며 나갔다가 제때 돌아오지 않으시던 아버지.

늘 돌아오기를 기다려야 했고 돌아오시면 이런저런 여행담을 들려주시며 가르쳐주신 이 이야기.


이 세상은 여행할 만하다, 좋아하는 곳에 가서 좋아하는 일을 하면 된다, 나는 네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지만 자유롭게 하면 된다고. - page 269


그렇게 아버지의 격려로 여행을 나서게 된 그녀.

'방랑가 마하'라는 호칭에서 조금은 씁쓸함이 느껴지기도 하였습니다.

 


오늘도 어디선가 어슬렁거리고 있을 것만 같은 그녀.

그녀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싶었습니다.


잘 다녀오세요!


다음에도 또 들려주길 기다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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