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동네서점
배지영 지음 / 새움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동네서점'이라 하면 왠지 모를 '정감'이 느껴지곤 합니다.

사실 요즘은 대형 서점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기에, 그리고 대형 서점들은 배송 서비스와 굿즈들로 저 역시도 애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끔 길을 걷다 우연히 발견하게 되는 동네서점엔 뭔지 모를 이끌림이 있었습니다.

그 이끌림에 들어가면 어느새 시간은 훌쩍 흘러가게 되고 손엔 책 한 권과 함께 큰 위안을 받은 듯한 느낌을 받곤 합니다.

그리고 그 책은 다른 책들과 달리


○○서점에서

-날짜


를 기록하게 되고 아껴읽게 됩니다.

그래서 가끔 일부러 동네서점을 찾곤 합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동네서점'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읽게 된 이 책도 역시나 그런 이유였습니다.


책만 있는 서점은 쓸쓸하고 슬프다.

사람들의 눈길과 손길을 받으며 아름다워지는

어느 작은 도시의 동네서점 이야기


환상의 동네서점

 


1987년 군산.

중고등학생들을, 시위에 나온 대학생들, 젊은 직장인들에게 약속 장소로 새로 생겼을 때부터 사랑을 받았던 서점, 녹두서점.

이 서점은 '한길문고'로 이름을 바뀌고도 32년째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특별한 서점이었습니다.


"한길문고는 상점인가, 상점 이상의 그 무엇인가?" - page 15


2012년 10만 권의 책과 함께 완전히 물에 잠겨버린 한길문고를, 내 친구나 내 이웃에게 닥친 일처럼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능력대로 한길문고에 와서 힘을 보탰습니다.

하루에 100여 명 넘는 자원봉사자들.

한 달 넘게 한길문고에 힘을 보태 결국 다시 문을 열게 되었을 때 이 서점은 서점 그 이상의 의미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문체부가 주최하고 한국작가회의가 주관하는 '작가와 함께하는 작은서점 지원사업'에 한길문고가 문학거점서점으로 선정되었고 상주작가로 '배지영' 작가가 서점에 오가는 1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이들의 낭만적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습니다.


빛을 받는 물체만이 색깔을 가진다. 서점의 빛은 독자들의 발걸음이 만들어준다. 독자들의 다정한 입소문도 서점의 빛이 되어준다. - page 30


그래서 한길문고는 참으로 따스했습니다.

그 따스함이 글 속에서 묻어 나와 저에게도 그 빛을 선사해주었기에 읽는 내내 빛에 둘러싸인 느낌이었습니다.


<수십 년 만에 꿈을 되찾은 '문학소녀'>의 순심 씨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중학교 때부터 교지에 글이 실리던 문학소녀였던 순심씨.

국어국문과에 가고 싶었지만 취업을 나가야 했던 그녀는 차곡차곡 월급을 모아 대학 진학을 꿈꾸지만 이 역시도 답답한 집안 환경으로 인해 이루지 못하고 결국 수십 년이 지난 지금.


수십 년 전에 꾸었던 꿈을 실현할 수 있다는 용기를 건네준 한길문고.

 


저도 언젠간 순심 씨의 글을 읽을 날을 기다려보겠습니다.


한길문고가 오랫동안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이유 중엔 아마도 '엉덩이로 책 읽기 대회'도 한몫을 차지할 것 같았습니다.

어린아이들이 자기가 읽을 책을 들고 와 1시간 동안 의자에서 엉덩이를 5초 이상 떼지 않으면서 책을 읽는 대회.

몸을 배배 꼬면서도 결국 1시간을 채우고 상품을 타 가는 아이들은 나중에 이 일을 무용담으로 삼으며 책과의 인연을 다할 것이기에 그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주는 이 대회를 저도 참가해 보고 싶었습니다.


수십 명의 아이들과 어른들은 각자 신중한 자세로 서가와 문구점 앞에 서 있었다. 한꺼번에 많은 독자들의 숨결을 느끼는 한길문고는 생물처럼 보였다. 사람들의 눈길과 손길을 받으면서 서점은 아름다워지고 있었다. - page 150


'한길문고'를 정의하자면 다음과 같았습니다.


결국 책과 사람, 책과 문화를 이어주는 공간이었습니다.


그저 책을 읽었을 뿐인데 저도 잠시나마 한길문고에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그곳에서 자신의 꿈을 되찾기도 한 이들, 자신의 본모습을 발견하게 된 이들을 바라보며 저도 제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군산에 가게 된다면 '한길문고'를 먼저 찾아가 보겠습니다.

왠지 두 팔을 벌려 안아줄 것 같은 그곳에서 저도 서점이 전해주는 따스한 빛을 받고 싶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