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친절하고 위험한 친구들
그리어 헨드릭스.세라 페카넨 지음, 이영아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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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익명의 소녀』로 작가를 만났었습니다.

흡입력 있는 전개와 거듭된 반전으로 한순간도 긴장을 끈을 놓치 못하게 하는, 아주 매혹적인 심리 스릴러를 선사했기에 꽤 인상깊었습니다.


이번 작품 역시도 추천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2020년 최고의 여성 작가 소설" _<마리끌레르>

"추리를 사랑하는 독자라면 책장을 미친 듯이 넘길 것이다! _<커커스리뷰>


이번에도 '여성'이 주인공이었습니다.

그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책장을 펼쳐봅니다.


"외로운 사람들은 서로를 알아보는 법이죠."


나의 친절하고 위험한 친구들

 


커피 테이블에 놓여 있는 와인 잔 두 개, 낭만적인 밤의 증거. 나는 잔을 치우며 그 아래 고인 루비 빛깔의 얼룩을 닦아낸다. 커피를 내리고 있어서 다크로스트 원두 향이 작은 부엌에 진동한다. 18개월 전 머리힐의 이 아파트에 들어왔을 때 션 덕분에 처음 알게 된 커피다. - page 11


뉴욕에 사는 서른한 살의 '셰이 밀러'.

그녀는 오늘도 룸메이트 션과 그의 여자친구 조디의 모습에 불편함을 느끼며 최대한 그 집에서 보내는 시간을 줄이고자 아침부터 길거리로 나서게 됩니다.


숫자는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까.

2 더하기 1은...... 너무 많다. - page 13


통계 수치로 세상을 바라보는 게 버릇인 그녀의 최근 통계는 썩 좋지 않았습니다.

이 나이에 사귀는 사람 없고 인원 감축으로 인한 해고를 통보받았기에 느릇느릇 도는 소용돌이 속에 갇힌 기분이었습니다.


오전 9시가 조금 지난 시간.

33번가의 지하철역으로 향해 가고 있었습니다.

방금 놓친 열차가 역에서 멀어져 가는 것을 바라본 후 다음 열차를 기다리고 있는데...


저 남자는 왜 방금 떠난 열차를 안 탔을까? - page 15


염소수염을 기른 남자가 일요일 아침 한산한 지하철 플랫폼에서 백팩을 메고 빈둥거리며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왠지 신경 쓰이기 시작합니다.

셰이는 탈출구를 확인하며 남자를 시야에서 놓치지 않으면서 흰 도트 무늬 녹색 원피스를 입은 한 여자 쪽으로 더 가까이 움직였습니다.

아마도 과잉 반응이겠지...

스스로를 꾸짖는 것도 잠시.

플랫폼의 칙칙한 콘크리트에서 뭔가가 반짝이고 있어 허리를 굽혀 주워보니, 활활 타오르는 태양 모양의 펜던트가 달린 금목걸이였습니다.

혹시 저 여자가 떨어뜨렸을까? 하며 그녀에게 막 물어보려던 찰나.

그녀가 플랫폼 가장자리로 다가갑니다.


나는 손을 뻗으며 그녀에게 뭐라고 외친다. "안 돼요!" 혹은 "그러지 말아요!" ...... 하지만 너무 늦었다.

우리의 눈이 마주친다. 터널 입구에 열차가 나타난다. 그리고 그녀가 뛰어내린다.

찰나의 순간, 그녀는 무용수처럼 두 팔을 머리 위로 쳐든 채 얼어붙어 허공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 page 17


'어맨다 에빙거'.

스물아홉 살. 싱글. 자녀 없음.

시립병원에서 응급실 간호사로 일하느라 동료들과 친분을 쌓을 여유가 없었던 어맨다는 완벽한 후보처럼 보였지만 스스로 지하철 바퀴 밑으로 몸을 내던졌습니다.

어멘다가 죽고 이틀이 지난 밤.

커샌드라 무어와 제인 무어는 추도식을 계획합니다.


자신의 눈 앞에서 죽음을 목격한 셰이는 쉽게 죽은 이의 마지막 모습을 잊지 못합니다.

결국 공황 상태에 빠지게 되고 죽은 여성이 자신과 같은 동네에 살았다는 것을 알게 된 셰이는 추도식에 참석하게 됩니다.

셰이에게 아름답고 매혹적인 커샌드라와 제인 무어 자매가 다가와 말을 건넵니다.


"어맨다하고는 어떻게 아는 사이셨죠?"

그녀에게 사실 그대로를 말할 수는 없다. 멜라니처럼 그녀도 이상하게 생각할 테니까. 그래서 나는 헛기침을 한 뒤 정신없이 방을 둘러본다. 두 가지가 눈에 띈다. 첫째, 단 두 명의 남자를 제외하곤 전부 여자고, 거의 모두가 내 또래다.

둘째, 포스터 크기의 사진 속에서 어맨다가 삼색털 고양이를 안고 있다.

"같은 동물병원에 다녔어요." 불쑥 말이 나와버린다. "우리 둘 다 고양이를 키웠거든요."

커샌드라가 내 손을 풀어준다. "어머, 그랬군요."

거짓말하지 말걸, 하는 후회가 곧장 밀려든다. 왜 그냥 같은 동네에 살았다고 말하지 않았을까? - page 51


이후 셰이와 커샌드라와 제인 무어 자매의 친절함에 급속히 친해지게 되고 그녀들 곁에 있는 밸러리, 베스, 스테이시, 대프니 그룹의 일원이 되고 싶어합니다.

그런데......

어맨다의 죽음엔 뭔가 석연찮은 부분이 있습니다.

그 죽음의 진상에 다가갈수록 셰이는 위험에 처하게 되는데...


'거짓말'이 만들어낸 '눈덩이 효과'.

 


이번이 마지막이다...

하지만 거짓말을 가리기 위해 또다시 거짓말을 반복해야되는 상황에서 자신의 진실은 점점 멀어지고 겉잡을 수 없는 거짓말은 자신 스스로 만든 덫이 되어 그녀의 목숨을 위협하게 됩니다.


이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고통받는 피해자는 자꾸만 숨게 되고 가해자는 당당히 세상을 돌아다니는지...

어디든 피해자만 비참해지는 세상이 더없이 잔혹하기만 하였습니다.


자매에겐 어린 시절 트라우마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자매 사이는 훨씬 더 끈끈했고 자신들을 지키기위해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주며 서로를 두둔하고 사랑하며 그렇게 지켜주었습니다.

그리고 만든 그들만의 세상 속에 비슷한 처지의 여자들에게 친절을 베풀어 명분을 쌓는 모습이 더없이 초라해보였습니다.


너무나도 외로웠기에 쉽게 다른 사람의 친절에 넘어간 것일까...

댓가 없는 친절이 외로움보다 더 사람을 비참하게 만드는 모습이 잔인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소설을 읽고나니 무어라 표현할 수 없는 여운이 남아 차마 마지막 책장을 닫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진정한 복수가 무엇인지, 복수 뒤에 쾌감보다 허무뿐이니...

그리고 남겨진 셰이가 불쌍했습니다.

외로웠기에 누구에게라도 기대고 싶었던 셰이.

상처받은 그 마음을 위로해 줄 진정한 친구들이 나타나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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