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커버
아마릴리스 폭스 지음, 최지원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0년 7월
평점 :
절판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저에게 매혹적인 주제가 있었습니다.


전 CIA 엘리트 비밀요원,

스파이로 16개국을 오가며 살아온 삶


소설 속 인물이 아니었습니다.

실제 전 CIA 비밀요원이자 당시 최연소 여성 비밀요원이었던 그녀, 아마릴리스 폭스.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 읽고 싶었습니다.

수없이 영화나 드라마도 접했던 '스파이'라는 직업을 지닌 이들의 업무가, 그리고 그 직업을 행하는 이의 심정이 어떤지......


『언더커버』 

 


첫 시작은 이러했습니다.


아까부터 눈치는 채고 있었다. 내 뒤를 밟는 남자의 모습이 유리창에 비치는 것을 본다. 이 북적이는 카라치의 뒷골목에서 내가 방향을 꺾을 때마다 저 남자는 나와 동선이 계속 일치했던 것이다. - page 7


이런 장면.

영화나 드라마에서 '스파이'라하면 꼭 등장하게 됩니다.

추격전.

서로의 눈치 게임이 이어지는 가운데 따돌리기 위해선 주인공들은 숨막히는 뜀박질 또는 과속의 드라이브를 펼치게 됩니다.

하지만......


CIA 요원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상대를 안심시키는 것, 아무것도 알아채지 못한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그들이 따라올 수 있을 정도로 천천히 걷고, 운전할 때는 노란불에 멈춰 서고, 오가는 모습을 대놓고 보여줘야 한다. 다시 말해 상대가 하품이 날 만큼 지루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다 상대가 잠잠해지면 그때 슬그머니 빠져나가 007 임부를 개시하는 것이다. - page 9


오히려 지붕을 타넘고 권총으로 묘기를 부리는 CIA 요원은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기 위함이고 심지어 요원 생활을 마감해야 한다는 점에서 조금은 실소가 터지곤 하였습니다.


그렇게 쫓아오는 남자와 적정한 거리를 유지하던 그녀.


저 남자는 그냥 내버려두기로 한다.

남자가 휴대폰을 꺼내 버튼을 누르기 시작했다. 나와 눈을 똑바로 맞추면서. - page 16 ~ 17


그리곤 시간은 다시 거슬러 올라 그녀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어린 시절 그녀를 지금의 CIA 요원이 될 수 있었던 계기가 된 사건이 일어나게 됩니다.

아웃사이더로 학교를 다니던 그녀는 유일한 리사와 로라가 피난처였습니다.

그런 친구인 로라의 죽음은 그녀의 나이 8살에 일어났습니다.


나는 오랫동안 말없이 지냈다. 머릿속이 솜뭉치로 가득 찬것만 같았다. 졸리고, 멍하고, 정신이 아득했다. 결국 보다 못한 아버지는 내게 런던 타임스를 읽어보라고 권했다. "네 친구를 빼앗아간 세력의 정체를 너도 알아둬야 해. 그럼 지금보다 덜 무서울 거다." 그러자 카드보드 유령의 집에 있던 얼굴 없는 괴물이 떠올랐고, 나는 아버지의 말이 옳다는 걸 직감했다.

그렇게 서서히 내 세계는 새로운 캐릭터들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카다피와 대처, 레이건과 고르바초프. 이국적인 동화 속의 등장인물들, 머나먼 마법 숲에 사는 마녀와 마법사, 나무꾼 같은 이름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펼치는 이야기가 현실 세계로, 나의 세계로 흘러나와 내 친구를 하늘에서 잡아채갔다. 그러니 신경 써서 지켜봐야 했다. - page 33 ~ 34


더 이상의 무고한 희생은 싫어서.

평화를 원하기에.

난민들을 돕기 위해 자원 활동을 신청한 것에서부터 그녀의 대범하고도 위험한, 아슬아슬한 생명줄 앞에서의 활약들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CIA 비밀요원'이라는 직업의 아이러니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시큼한 커피를 홀짝이며 새벽을 맞거나 자정이 넘어 테킬라를 들이마시며 우리가 막아낸 재앙의 규모로 자기 자신을, 그리고 서로를 평가했다. "그게 왜 잘못된 건지는 너도 알지?" 어느 날 밤 동료들과 아이리시 펍에서 어울리다 비틀비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앤서니가 물었다. "너희는 재앙을 막아냈다는 자기만족을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재앙을 만들어내야 해." - page 165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건들.

그 꼬리의 끝은 존재하는 것일지, 아니면 뫼비우스의 띠마냥 돌고 도는 것은 아닌지......

우리에게도 끝나지 않은, 저자 역시도 겪었던 '테러' 사건이 떠오릅니다.

'CIA 비밀요원'라는 직업은 참으로 외로웠습니다.

나를 잘 아는 이들을 속여야하기에, 자신이 하는 일은 국가를 위해, 세계를 위한 일이지만 정작 자신의 업적은 드러나지 않음에, 테러와 범죄와의 싸움이라지만 결국 자신과의 외로운 싸움이었음에 가슴 한켠은 씁쓸하였습니다.


과연 나에게 이런 일이 주어진다면...... 행할 수 있을까......

​

 


CIA의 남녀 요원들이 있었기에 우리가 이런 평화로운 일상을 보냄을 감사히 여기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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