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은 적도로 기운다 -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수상작가 작품집
신정근 x Daeng Tarru 지음 / 책과나무 / 2018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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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달은 적도로 기운다』 

 


여행서를 좋아하기에 찾아 읽곤 합니다.

대부분은 유럽, 미국, 인도 등 많은 이들이 오고간 곳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그러다 이 책이 끌린 건 적도의 섬나라 인도네시아의 '마카사르'라는 다소 생소한 곳이었습니다.

가보지 않은 곳에 대한 로망이 떠오르면서 저자의 발걸음을 따라 여행을 떠나보았습니다.


언제나 더울 수밖에 없는 적도의 온도.

한국이나 일본, 싱가포르의 여름처럼 굉장히 습하거나 끈적끈적한 기후는 아니지만 바람과 태양, 비가 하루에 공존하는 그곳의 열기는 사람들의 행동을 굼뜨게 보이게 할 지는 모르지만 여유가 넘치고, 서두르다 실수를 하는 것보다는 현명하고 지혜로워 보였습니다.

그래서 저자 역시 그곳의 십이월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어느새 겨울의 설렘은 여름의 혼돈 속에서 자취를 감추고 만다. 타향의 삶은 십이월의 낭만을 사치의 액세서리쯤으로 탈바꿈시킨다. 아직도 뼛속을 파고드는 겨울의 찬바람을 온전히 기억하는 나는 타국의 여름도 쉽게 지우고 싶지 않다. 내 가슴속 상반된 두 개의 십이월은 현실의 온도 차를 줄일 수 있을까. - page 22


뜨거운 태양 아래 그의 모습은 '여행생활자'라 그런지 그 끝엔 아쉬움이 묻어나고 있었습니다.

아마 언젠간 다가올 '이별' 때문일까......

그가 전했던 이 이야기가 유독 남곤 하였습니다.


언젠가 여행의 끝은 고향 땅 가을 하늘에 찍힌 작고 하얀 구름처럼 공기 중에 산화될 것이다. 마치 기억나지 않는 무수한 라디오 사연처럼 잊히리라. 그리고 피아노 악보 위에 표시된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어느새 길게 늘어진 여행은 시작점의 예리함을 잃은 장수의 무뎌진 칼날과도 같다. 어쩌면 초점을 잃은 격투기 선수의 동공처럼 낡은 일상의 편린 속으로 자취를 감추고 만다. 그리고 여행은 그 단어 그대로 유목하는 일상의 텅 빈 공책 속 무취로 남는다. - page 52


여행을 떠나는 이유.

타국에서 느끼게 되는 소속되지 않는 자유를, 익숙하지 않음에서 오는 떨림과 행복을 느낄 수 있기에 떠나는가 봅니다.

특히나 마카사르로 떠나고픈 이유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마카사르의 하루하루는 언제나 차분하다. 어쩌면 사람들은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흘리며 까무잡잡한 그들의 피부 속으로 슬며시 감추고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그들의 삶 속에 회색빛 그림자처럼 숨어든 나도 살아가면서 누군가 감내해야 할 어떤 소속감에서 일시적인 탈출을 꿈꾸며 여전히 섬으로부터의 또 다른 해방구를 찾고 있는 것은 아닐까.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커피 한 잔의 낭만과 영원히 소속되지 않을 여행생활자로서의 권리를 누리기 위해서 말이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카페에 간다. - page 87 ~ 88


따사로운 햇살.

그을린 피부를 간직하며 조금은 느리게 살아가는 그들.

낯설지만 낯설지 않은 것은 아무래도 그곳에서도 사람들이 살아가기 때문이었나봅니다.

그럼에도 그들의 모습을 보며 삶의 의미를, 행복의 의미를 되새기는 것.

그것이  '다름'과 '낯섦'에서 온 진정한 여행의 의미였다는 것을 책을 덮으며 깨닫게 되었습니다.


책을 덮고나니 이 그림이 유독 남았습니다.


 


여행을 떠나고 돌아온 그 자리.

왠지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묻는 질문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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