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 이스탄불
부르한 쇤메즈 지음, 고현석 옮김 / 황소자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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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형제의 나라'로 친숙한 '터키'.

저 역시도 좋아하는 나라 중 하나입니다.

동서양의 조화가 이루어진 곳.

아름다운 기타 선율이 더없이 아련하게 느껴지는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이 소설을 읽게 된 것도 이 한 문장으로부터였습니다.


"고통스럽게 아름다운 도시 이스탄불에 바져친 비가"


그 슬프고도 애잔함이 드리워진 도시 이스탄불로의 여행을 떠나봅니다.


『이스탄불 이스탄불』

 


멀리서 철문 소리가 들립니다.

그렇습니다.

이곳은 지하감옥 안이었습니다.


학생 데미르타이와 의사, 이발사 카모는 강아지처럼 서로의 몸을 붙여 온기를 유지하며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앉아있습니다.

낮인지 밤인지조차 분간할 수 없는 이곳은 며칠 동안 시간이 멈춰있는 듯합니다.


매일매일 고문을 당하러 끌려갈 때마다, 우리는 심장을 조여오는 공포를 새롭게 겪어내고 있었다. 끌려가는 짧은 순간 동안 우리는 고통 당할 준비를 했다. 인간과 동물, 정상인과 미친 인간, 천사와 악마는 모두 똑같은 것이었다. - page 8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몰라 더없이 고통과 두려움이 엄습합니다.


고문은 몸을 고통의 노예로 만들지. 두려움은 영혼에 똑같은 일을 해. 그리고 사람들은 몸을 구하기 위해 영혼을 팔지. - page 34


바로 그때 철문의 육중한 소리가 들려옵니다.

내가 끌려가 고문을 당하게 되는 것일까......

아니면 다른 이가 잡혀온 것일까......

발자국 소리는 점점 그들이 있는 40번 감방에 가까워지고 감방 문이 열립니다.


노인의 머리는 가슴 쪽으로 꺾이고, 얼굴과 몸은 피투성이였다. 간수 한 명이 말했다. "새 친구 왔다." 의사와 나는 일어나 노인을 안으로 들이고 바닥에 조심스럽게 눕혔다. 간수들은 문을 닫고 가버렸다. - page 41


의사의 노력 덕분에 조금씩 의식이 돌아오는 이 노인 퀴헤일란.

눈을 뜨고 자기가 어디 있는지 알려고 앴는 노인은 벽과 천장 그리고 자신이 누운 콘크리트 바닥에 손을 문질러봅니다.


"이스탄불?" 노인이 거친 소리를 냈다. "여기가 이스탄불인가?"

노인은 눈을 감고 잠들었다. 의식을 잃기 직전의 사람이라기보다는 행복하다고 느끼는 이의 표정. 이상한 표정이었다. - page 49


이곳에 오게 된 이들은 아마도 혁명운동에 연루되었을 것이라 언제 또 찾아올지 모를 고문의 두려움과 공포로부터 잠시나마 해방되고자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각자 갈망하는 자유와 연민에 어둠 속 한 줄기의 빛을 꿈꾸곤 합니다.


소설을 읽으면서 마치 우리의 역사가 떠올랐습니다.

그러면서 서대문 형무소가, 남영동 대공분실이 떠올라 가슴 한 켠이 아려왔습니다.

그들도 이들처럼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지는 않았을까......


"퀴헤일란 아저씨, 우리 믿음이 더 강해진다고 한들 뭐가 달라지나요?" 내가 물었다. 목소리에 짜증이 배어 있었다. "아무도 우리가 여기서 고통 당하는 걸 몰라요. 사람들은 우리가 여기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다고요."

"글쎄. 우리를 고문하는 사람들은 우리가 여기서 당하는 고통을 잘 알지."

나는 우리가 여기서 당하는 고통이 이 도시와 시간이 가하는 고통임을 알았다. 시간과 이 도시는 같은 것이었다. 신이 정한 규칙이 여기서 전복되는 것은 그 이유 때문이었다. 여기서는 아무도 우리를 내려다보지 않았다. 신이 선을 만들고, 악은 사람들로부터 비롯된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틀렸다. 원했다면 신은 선을 무한정 만들 수 있었다. 누가 신을 제지했는가? 나는 악을 만든 것이 신이라고, 그리고 선을 만들어내는 것은 사람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지상의 사람들은 그걸 알았을까? 과연 우리를 생각한 사람이 있었을까? 우리가 겪고 있는 이 모든 일에 대해 신경을 쓰는 사람이 있었을까? - page 247


소설에서 마지막으로 보여주었던 이스탄불의 모습.

​

 


고통스럽지만 아름답게 그리워진 노란 안개 속 이스탄불.

소설을 덮으며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의 기타선율과 함께 가슴에 드리워진 안개 속에 잠시 눈을 감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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