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 - 내세에서 현세로, 궁극의 구원을 향한 여행 ㅣ 클래식 클라우드 19
박상진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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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대한 설명은 이 한 마디면 아마 모두들 고개를 끄덕일 것 입니다.

『신곡』 


예전같았으면 그를 알지 못했습니다.

하! 지! 만!!

『신곡』을 읽고나니 그 속에 담겨있었던, 그리고 그가 전하고자 하는 바를 알게 되면서 조금은 그를 알게 되었다고 할까......

그럼에도 그에 대해 궁금하였습니다.

그가 걸어온 발자국이 그의 작품과도 닮았는지......


『단테』

 


저자 '박상진'씨는 무엇에 단테에게 홀렸던 것일까?


단테는 나날의 작은 국면뿐만 아니라 인간의 존엄이나 정의 같은 큰 차원에서도 믿음직스러운 지침을 준다. 하지만 그 지침은 정해진 대답으로 안내하기보다는 생각거리를 계속 던져주는 역할을 한다. 그의 흔들리지 않았던 신념은 진실을 향해 마음을 여는 그 자체였다. 그래서 앞장서서 이끌기보다는 나란히 길을 걸으며 이야기를 주고받는 동반자의 느낌을 준다. 그의 글은 그를 만나는 잘 꾸며진 아늑한 장소다. 하지만 그의 글이 일으키는 경이는 우리를 생각에 잠기게 한다. 마치 한 운동이 그 운동을 일으키는 원인에 따라가듯, 우리가 단테의 글을 경이롭게 여기고 생각에 잠ㅈ기는 것은 그 스스로가 세상을 경이롭게 보고 생각에 잠겼기 때문이다. - page 13


그의 글과 삶 구석구석에 은밀하게 흩뿌려져 있는 면모에, 복잡다단한 우리 인간의 삶이 결코 간단명료하게 정리되지 않고 하나의 궁극 가치와 목표를 향해 직진으로 나아갈 수 없음을 일러주기에 빠져들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단테의 시선이 머물렀던 대상의 흔적을 따라 그의 언어에 어떻게 스며들었는지를 확인하고자 길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

 


사실 이 책이 좋았던 점은 단테의 글을 토대로 가능한 단테가 주변의 사물을 어떻게 재현했는지, 당시에 일어난 사건과 함께 저자 '박상진'씨의 나름의 해석이 어우러져 있어 책을 읽으면서 저 역시도 그 현장에 단테와 마주하고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습니다.

그리고 단테의 『신곡』이 언급되어서 단테와 작품, 작가의 해석, 그리고 읽는 독자 제 해석이 더해지면서 또 하나의 작품을 완성해가는 재미마저 들곤 하였습니다.


장소와 시대는 사람을 만든다. - page 21


13세기 후반, 거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던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태어난 '단테'가 『신곡』을 탄생할 수 밖에 없는 이유였습니다.


서양 전체의 역사에서 사실상 중세에서 근대로 바뀌는 과도기가 13세기였다면, 변화는 다른 어느 곳보다 피렌체에 집중되고 있었다. 인간에 대한 새로운 관심과 접근과 표현이 초월적 신의 어깨를 타고 올라서던 곳이었다. 용광로처럼 끓어오르는 새로운 역사와 문화의 현장에서 단테는 교육을 받고 사랑을 하며 글을 쓰고 현실 정치에 몸을 던졌다. - page 21


단테 자신이 태어나 자라고 활동하며 공동체의 꿈을 추진한 피렌체에 대한 애정과 기대는 부와 권력의 급격한 증대에 따라 부패가 만연해지면서 애증이 교차하게 되고 그의 피렌체에 대한 마음은 『신곡』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피렌체로부터 시작된 단테의 흔적.

그의 발길은 참으로 쓸쓸한 정처 없는 유랑길이었습니다.

그래서 그의 글이 오늘의 우리에게까지 빛을 밝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특히나 이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연옥의 바닷가에서 서성거리는 단테의 모습은 토스카나 바닷가에서 저무는 해를 바라보는 한 사내의 그림자와 겹친다. 단테의 고조부 카치아귀다는 후손의 망명을 이렇게 예고한다.


남의 빵이 얼마나 짠지,

남의 계단을 오르내리는 일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너는 알게 될 것이다.

- 「천국」17곡 58 ~ 60


이 구절은 특히 1920년대 일제 강점기의 조선 작가들의 심금을 울렸다. 삼일운동 이후 식민지가 현실로 굳어지는 상황에서 이추강, 변영로, 전영택 등 많은 작가들이 이 구절을 인용하면서 갈 곳 없는 지식인의 처지를 단테와 나누고자 했다. 그들 마음에 스며든 것은 갈 곳 몰라 하던 단테의 외로움이었다. - page 201 ~ 202


부디 그들의 마음에 단테의 외로움이라도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봅니다.


읽고난 뒤 참으로 씁쓸한 마음만 남았습니다.

단테가 걸어온 길은 어두운 숲이었고 그나마 언덕 위에 빛나는 별을 바라보며 어둠에서 벗어날 희망을 품고, 그 별을 향해 끝없이 걸었을 그의 모습이, 그리고 그가 남긴 『신곡』이 제 가슴 속에 너울너울 남았기 때문입니다.


삶은 원래부터 유랑이 아니던가. 단테는 자신이 창조한 내세 유랑에 겸손한 환대의 몸짓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유랑은 우리가 초대에 응할 때 비로소 시작된다. 인간은 어디로 가는가. 단테를 생각하면 늘 떠오르는 화두다. 그는 이 물음을 깊이 간직했던 것 같다. 그의 삶은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찾는 길로 채워졌고, 그렇게 길을 걷는 한에서 유지되었다. 이제 우리도 길로 나선다. 그의 비장하고 우울하면서도 따스한 연민의 목소리를 마음에 들이며. - page 241


다시 그의 『신곡』을 읽으며 그가 초대한 유랑에 발걸음을 옮겨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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