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의 위로 - 산책길 동식물에게서 찾은 자연의 항우울제
에마 미첼 지음, 신소희 옮김 / 심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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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리 아닌 격리로 살아간지 어느새 한 달이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와  불필요한 외출 금지.

그렇게 지내다보니 차가운 바람이 불던 겨울이 지나 따스한 봄바람에 꽃들도 얼굴을 내밀고 있었습니다.

더없이 안타까운 것은......

'봄'에만 맞이할 수 있는 '꽃'들의 환영을 몸소 맞이하지 못하고 스치듯 안녕을 외쳐야하는 현실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가슴 한 켠엔 '우울함'이 조금씩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우울, 불안, 무기력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일면 '코로나블루'가 등장하면서 저 역시도 지쳐가고 있었습니다.

그나마 아이들이 있기에 낮엔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다가도 밤이 찾아오면 한없이 무너지는 제 자신에 '위로'가 필요했습니다.


그러다 이 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25년간 우울과 싸워온 박물학자가 수집한

꽃과 식물, 자연물에 관한 열두 달의 기록

특히나 저자 역시도 반평생을 걸쳐 우울증을 앓았기에, 우울 증상을 겪는 동안 만난 자연의 위안을 기록하였기에 지금의 우리에게 더없는 위로를 선사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우울한 날에도 나 자신을 위해 무언가

할 수 있다는 사실은 확실히 위로가 된다


『야생의 위로』

 


저자의 고백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솔직히 말하겠다. 나는 지난 25년 내내 우울증 환자였다. 어떤 날은 머릿속에 음침하고 부정적인 모래 진창이 가득 찬 것처럼 느껴진다. 또 어떤 날은 짙은 먹구름이 겹겹이 피어나 내 생각을 짓누르고 의욕을 빼앗아가는 것만 같다. - page 13

자신의 우울함을 떨쳐버리기 위해 밖으로 나가 숲속을 산책하면서 이 이야기는 시작되었습니다.

일 년 동안 관찰한 자연의 변화.

햇살과 새들의 지저귐, 숲속에 서식하는 초목과 야생동물의 미세한 디테일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모든 감정이 자연 속에서 고스란히 느껴진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는 저자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았습니다.


낙엽이 땅을 덮고 개똥지빠귀가 철 따라 이동하는 10월부터 이야기는 시작되었습니다.

들장미, 산사나무, 자두 관목 모두 열매를 주렁주렁 맺은, 밝은 빛깔을 띠는 낙엽들과 아름다운 광경을 연출하는 10월의 숲.

풍성한 자연의 저장고에 마냥 흐뭇해지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야생초가 작고 섬세한 이파리로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다음 해 5월에 꽃을 피울 것을 알기에 그들의 강인함을 바라보며 자신의 겨울 동안의 우울함을 이겨낼 수 있으리라는 희망도 찾아보곤 합니다.


그렇게 가을이 지나 어느덧 겨울이 되면 우울증이 자신을 뜯어 먹으며 침묵 속에서 점점 자라나고 무기역과 부동 상태, 이에 따른 기분의 급락과 더욱더 길어지는 정지에 조금은 용기를 내어 밖으로 나가봅니다.

다만 두 발로 숲을 걷는 것과 맞먹는 차를 몰고 펜랜드 지대를 돌아다니며 정신적 위안을 발견합니다.

딱히 목적지도 없이 차를 몰고 다니는 게 생태학적으로 건전하지 못한 일이란 걸 알기에 죄책감이 느껴진다. 하지만 잿빛 하늘을 배경으로 앙상하게 서 있는 나무들, 길가를 선회하는 황조롱이, 들판에서 꽥꽥 울어대는 굳센 뇌조 무리를 발견한다면 내 마음속에 미묘하지만 거대하고 간절한 전율이 일어나리라는 것도 잘 안다. 마치 은신처로부터 날아오르는 찌르레기 몇 마리를 보았을 때처럼. - page 79


그러다 조금씩 오두막집 근처에 꽃들이 피어나는 봄이 다가오게 됩니다.

차츰 저자 역시도 우울증을 제어하기 위해 따뜻한 나날과 펜랜드의 햇살을 찾아갑니다.


하지만 좀처럼 우울증은 탐욕스러운 잿빛 민달팽이처럼 마음을 갉아먹고 파국으로 이끌어가게 됩니다.

내 마음은 우울증이 갈망하는 자기소멸을 향해 비틀비틀 나아간다. 나는 그것을 실행에 옮길 방법들을 생각한다. 그 생각이 어찌나 강렬한지, 일 년의 대부분을 절벽에서 멀리 떨어져 있게 해주던 이런저런 기분 전환 요령들도 떠오르지 않는다. 조그만 뗏목 하나에 의지해 나이아가라 폭포 꼭대기에 놓여 있는 기분이다. - page 134


그래도 시간이 흐르면서 차츰 나아진 저자.

검은지빠귀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나는......그렇다, 행복하다. 서정적이고 덧없는 그리운 노랫소리가 머릿속에 현란한 색의 불꽃을 터뜨린다. 모든 것이 평온하다. - page 143

우울증을 완화하기에 주변 경관에 새가 있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엑서터대학교의 연구 결과에 따라 저자는 자신에게 주는 선물로 예쁜 새 모이 보관소를 사 자신의 집 창가에 놀러올 새들을 기다리곤 합니다.

새들의 끊임없는 에너지와 활력을 조금이라도 얻을 수 있다면 싶지만, 몇 주나 병을 앓는 중에 이처럼 단순하고 기분 좋은 생각을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무척 반갑다. - page 151 ~ 152

그렇게 새들을 통해, 그리고 식물들을 통해 우울 증상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새들을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우울증을 달래는 것에 도움이 되긴 했지만 숲이 주는 효력 '산림욕'의 효력, 작은 생명체들이 숨쉬는 자연이 영혼을 치유해주는데 확실히 도움이 된다고 저자는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1년의 시간을 지내면서 저자는 마지막에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

 


우리 인간은 자연 앞에 한없이 작음에, 그리고 자연으로 하여금 우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또다시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자연으로의 산책.

더없이 그리운 요즘에 책으로 잠시나마 자연 속으로 산책을 할 수 있어 위안을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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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02 11: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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