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키 키린의 편지 - 삶을 긍정하는 유연한 어른의 말 키키 키린의 말과 편지
NHK <클로즈업 현대+>·<시루신> 제작부 지음, 현선 옮김 / 항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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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한 마디로도 천냥 빚을 갚는다는 옛말......

그야말로 옛말로만 남은 것 같습니다.

말 한 마디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안타까운 현실에......


그래서 이 책을 읽기 전 문구에 그만 이끌렸습니다.

"말이라는 건

상처도 주지만

행복하게 만드는

단순한 문법이에요.


말로 지은 죄를

털어내기 위해

편지를 씁니다."


편지에 담아 위로하는 그녀의 이야기가 궁금하였습니다.

키키 키린의 편지

 


일본에서 빛나는 연기와 <인생 후르츠>에서 따스하고도 깊이 있는 목소리로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던 그녀, 키키 키린.

책에서는 그녀가 생전에 서신을 통해 일반인과 교류하며 주고받은 편지와 그녀가 전하고자했던 진심이 담겨 있어 또 다른 차원의 감동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본문에 들어가기 앞서 그녀가 직접 쓴 편지.

그녀를 닮은 캐릭터가 자꾸만 시선을 잡았습니다.

(일본어를 모르기에 뭐라고 썼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녀는 단 한 번의 인연도 소중히 여겼습니다.

특히나 자신의 출연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1980년의 텔레비전 광고 '피푸 에레키반'의 로케 장소인 '피푸역'.

역사 재개발이 끝난 2016년, 재개장 기념으로 마을 차원에서 그녀에게 역사 방문을 타진한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제안을 거절하면서도 붓으로 글과 자화상을 그리면서 애정과 정성을 담아 팩스 한 장을 보냅니다.

그리고는......

"제가 사는 지역에 1박 2일 일정으로 놀러오셨는데, 피푸 역에 가보고 싶다고 하시더군요. 이유는 묻지 않았지만, 일종의 추억 여행 아니었을까요?"

이 무렵 키키 키린의 몸 상태는 나카지마의 도움 없이 걷는 게 힘들 정도였다고 한다. 어쩌면 그​녀는 천천히 추억을 되짚어가며 다가올 마지막을 준비했는지도 모른다. - page 39

역사에 걸린 키키 키린으이 사진 두 장.

그녀의 마음씀씀이가 느껴지는 것 같아, 지금은 없는 그녀가 그리워 아쉬움이 남곤 하였습니다.


그녀가 자신이 전하고자 했던 이야기.

'편지'라는 매개에 대한 의미를 조금은 알 것 같았습니다.

편지는 자기와의 대화다. 사카이의 본질을 짚는 해석에 놀람과 동시에, 발신인의 마음을 읽고 편지 속 구절의 뜻을 최대한 느끼고 수용하려는 자세에 감명을 받았다. 실제로 키키 키린은 과거 한 방송에서 젊은 시절의 자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깊은 어둠 같은 걸 껴안고 있었어요...

스기무라 하루코 씨는 대선배였고

나는 말단 연구생으로 "건방진 소리 마, 10년은 일러"하고 혼났을 정도로 떠오르는 생각을 거침없이 말하던 아이였어요, 내가.

(NHK <The Creative Women> 2017년 6월 27일 방송)


키키 키린은 말로 타인을 상처 입혔던 과거를 되돌아보고, 이제는 말을 통해 청년들을 응원하려고 했는지도 모른다. - page 112 ~ 113


2년이 지난 지금 키키 키린의 편지는 키린의 편지는 사카이의 마음에 와서 꽂혔다. 5년 뒤든 10년 뒤든 그녀는 자기와 대면할 때마다 이 편지를 반복해서 읽어보려 한다.

"이미 편지의 내용이 제 마음속에 존재하고 있다고 느껴요. 그저 흔한 편지가 아닌 것 같고요. 깊고도 무거운 뭔가를 물려받았어요." - page 117


키키 키린은 10여년의 암 투병이 있었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그와는 무색하게도 그녀는 다른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었고 더 큰 위로를 전해주었습니다.

그래서 그녀의 한 땀 한 땀 남겨둔 편지가 의미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합니다.


그녀에게 '죽음'이란......

키키 키린이 타계한 것은 2018년 9월 15일이다. 바로 이 튿날 부고를 들은 가지카와는 도쿄에 있는 키키 키린의 집으로 찾아갔다. 오랫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눈 두 사람의 마지막 만남이었다. 가지카와는 키키 키린의 머리맡에서 그림 하나를 발견했다. 이전 키키 키린이 그에게 부탁했던 복제화였다. 수행 중임에도 오직 평온하기만 한 석가의 모습이 키키 키린의 모습과 겹쳤다.

"죽는다는 것은 타인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 떠난 사람을 내 안에서 계속 살아가게 하는 일"

두 사람의 여행은 계속될 것이다. - page 138 ~ 139


깊이 있던 메시지.

그리고 그녀의 애정어린, 인간적인 따스함이 묻어있는 편지를 읽노라면 나 역시도 사회에 닫혀있던 마음을 조금은 열 수 있었습니다.

과연 나에게 이런 애정어린 충고를, 위로를 전할 이는 있을까?

아니, 나는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라는 의문마저 들었습니다.


솔직히 저는 말로,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가끔 위로라고 던진 말들 속에 나에게 화살로 다가온 말들이 많았기에, 그리고 훗날 그들은 기억하지 못하고 나만 기억하면서 두고두고 상처로 남기기에 말보다는 글로, 책으로 위로받는 것을 좋아합니다.

키키 키린이 살아 나를 본다면 어떤 위로의 편지를 건네줄까......

요즘 많이 지쳐 독서마저도 조금은 등한시하는 저에게 건넨 그녀의 위로에 조금은 기운을 내 봅니다.


더없이 지친 이들에게 전하는 그녀의 에세이.

자잘한 위로이지만 무엇보다 크게 자신을 안아줄 수 있기에 한 번은 그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길 권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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