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좀 빌립시다! - 역사상 가장 흥미롭고 기괴하며 파란만장한 시체 이야기
칼린 베차 지음, 박은영 옮김 / 윌컴퍼니 / 2019년 12월
평점 :
절판


상대성이론으로 유명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그의 명성만큼이나 죽어서도 고이 쉬지는 못하였습니다.

아인슈타인을 아인슈타인으로 만든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고자 그의 뇌를 꺼낸 것도 모자라 조각조각내어 분석하기까지......

결국 그의 뇌를 통해 '천재'를 가늠케 하는 특별한 점을 발견하지는 못하였고 현재도 그의 뇌는 박물관에 잘 보관되어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역사적으로 유명한 이들의 시신을 둘러싼 이야기는 가끔 들려오곤 합니다.

그런 이야기를 이 한 권의 책으로 만날 수 있었습니다.

역사적 인물들의 시신을 둘러싼

흥미진진한 미스터리!

『뇌 좀 빌립시다!』

 


본문에 들어가기 앞서 이 책의 저자는 이야기합니다.

물론 사람은 육체를 훨씬 뛰어넘는 존재이며, 세상을 떠나도 사랑하는 이들의 마음 안에 언제까지나 살아 있다. 그래서 더욱 나는 죽은 자와 산 자 사이에 대화가 이루어진다고 믿는다. 항아리에 담긴 심장, 보존처리 된 뼈, 머리카락 뭉치들 모두 저마다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지니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편안히 기대앉아 과자 봉지를 들고, 부패해가는 육체가 들려주는 사연에 귀를 기울여 보시길. - page 10


첫 이야기부터 시신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죽어서도 끝내 잊히지 않는 '사랑', 그런 러브스토리가 첫 장을 장식하고 있었습니다.

포르투갈에 치명적일 정도로 매혹적인 고귀한 숙녀, 이네스 데 카스트루.

그녀는 오스타리아령인 갈리시아 왕국 출신으로, 1340년에 사촌인 콘스탄스 데 카스티야의 시녀 신분으로 포르투갈에 따라오게 됩니다.

콘스탄스는 포르투갈의 왕위 계승자인 페드루 1세와 결혼하였지만 페드루는 새 신부에게 별다른 애정을 느끼지 못합니다.

그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다름 아닌 콘스탄스의 사촌 이네스였습니다.

아버지의 반대에도 그녀를 자신의 마음에서 떨쳐낼 수 없었던, 오히려 더없이 원하게 되면서 사람들의 눈을 피해 만남을 이어가게 되비니다.

결국 왕은 아들의 연인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어 이네스의 처형을 명하게 됩니다.

어린 자녀들의 눈앞에서 긴 칼로 죽음을 맞이하게 된 이네스.

그런 그녀를 끝내 마음에서 지워낼 수 없어 자신이 왕이 된 후 그녀의 시신을 놓고 대관식을 치른 페드루.

그가 그녀의 묘비에 죽음을 뛰어넘는 사랑의 문구가 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


죽음도 그들을 갈라놓을 수 없었던 '사랑'.

사랑의 위대함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이야기들은 시신의 이야기들이었습니다.

머리부터 시작하여 발까지, 그리고 마지막 숨결까지.

정말 기상천외하지만 그 속에 담긴 그들의 속사정은 왜 저자가 죽은 자와 산 자 사이에 대화가 이어진다고 하였는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1892년 죽음에 전염성이 있다고 믿었던, 오늘날 우리는 이 병이 '결핵'과 관련된 '뱀파이어'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작고 적막한 마을에서는 죽은 사람들이 산 사람들을 감염시켰다. 아니, 그렇게 믿으면 모든 것이 이해되었다. 되살아난 시체들이 밤에 무덤에서 빠져나와 아무것도 모르는 나머지 가족들의 피를 마시며, 그렇게 피를 빨린 사람들은 핏기를 잃고 생명력을 잃어가는 것이라고 말이다. - page 169 ~ 170

브라운 일가의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세 모녀의 죽음.

그리고 병세가 악화되고 있는 아들 에드윈.

마을 사람들은 죽음이 브라운 가족 주변을 맴돌고 있다고 생각하며 그 시대의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브라운 일가 중 최근에 죽은 이가 에드윈의 따뜻한 피를 먹고 있다고 믿었습니다.

망설이다 결국 세 모녀의 시신을 파낸 아버지 조지 브라운.

마지막에 목숨을 잃은 머시의 시신이 다른 가족과 달리 부패한 정도가 사뭇 약하고 뺨에 색이 남아있다는 이유로, 머시의 심장을 열자 여전히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것으로 머시 브라운이 자기 동생을 먹이로 삼고 있다고 여겨 그 심장을 불태워 끓인 수프를 에드윈에게 먹입니다.

결국 에드윈마저 세상을 떠나지만......

무지와 미신적 의미부여가 불러낸 비극적인 이야기.

그래서 책에선 뱀파이어를 구분하는 방법을, <죽은 자와 족지 못한 자>에서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리 쉽게 읽어 넘어갈 이야기들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현대 의학 및 법위학, 뇌과학, DNA테스트, 장기 기증 및 복제에까지 영향을 끼쳤다고 하니 더없이 그들에게 경건한 마음을 가지게 됩니다.


책을 읽고나서 문뜩 드라마 <전설의 고향>이 떠올랐습니다.

우리의 전설, 민간 설화 등을 모티브로 한 귀신 호러드라마인데 무서우면서도 그들의 서글픈 사연이, 권선징악의 교훈이 있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문뜩문뜩 떠올랐습니다.

"이 이야기는 ~지역에서 전해지는 전설로 ~를 뜻하는 것입니다"

라는 유명한 나레이션이.


그리고 그들의 죽음이, 그들의 시신이 편히 잠들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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