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밀침침신여상 2
전선 지음, 이경민 옮김 / 마시멜로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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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을 읽자마자 바로 2권으로 돌입하게 되었습니다.

너무나도 궁금한 그들의 이야기.


선대부터 이어진 은원은

셋의 지독한 애증 가운데 놓이게 되는데......


향밀침침신여상 2

 

"멱아야, 멱아야!" - page 8

겨우 눈을 떴지만, 온몸이 땀에 젖어 있는 금멱.

천후의 업화 때문에 심폐에 큰 상처를 입은 그녀의 곁에 아버지는 눈 한 번 제대로 붙이지 못한 채 매일 꿈에 시달리다가 놀라서 깨는 금멱을 달래주고 약을 달여 먹이는 일을 손수 합니다.

그러면서 아버지의 얼굴은 눈에 띄게 창백해져 있습니다.

그런 그가 딸에게 무언가를 건냅니다.

"이것은 익성현빙으로 만든 유엽빙도다. 제련할 때 내 영력의 반을 넣었지. 앞으로는 늘 이것을 호신 법기로 지니고 다니거라." - page 11

앞으로 그녀를 지켜줄 수 없음을 알았던 것일까.

삼월 초삼일, 만물이 소생하는 봄날. 땅 위의 모든 생물은 간절히 봄비를 기다렸다. 하지만 올해는 봄비가 내리지 못했다. - page 24

결국 수신의 명이 유명을 달리하게 됩니다.

아버지는 어느 날 문득 내 곁에 나타났고, 돌연 나를 떠났다. 심지어 산산이 혼백이 흩어져 다시는 내가 볼 수 없는 곳으로 떠났다.

아버지는 내게 있어 마치 사월의 봄비와 같았다. 손 내밀어 만지면 산산이 흩어져, 과연 내 눈앞에 내리는 그것이 봄비가 맞는지 의문이 들게 하는...... 그런 봄비. 그리고 그 봄비가 지나간 자리에는 또 고아가 된 나만 남았다. - page 25

하지만 그녀는 그저 가슴에 돌이 얹힌 듯 무거운 느낌을 받을 뿐, 아니 조금 아플 뿐 전혀 상심하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사랑'이라는 감정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아버지 죽음으로 미루어졌던 윤옥과의 혼례식을 진행하던 중.

"멈춰!" - page 58

욱봉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검 끝을 윤옥에게 겨누며 말합니다.

"야신은 혼례식 전날, 병력을 이동 배치했습니다. 혼례식 참석을 위해 신선들이 대전에 모여 천계의 수비가 허술해지는 틈을 타서 태사선인에게 병부를 훔칠 것도 명했습니다." - page 59

반란을 준비했던 윤옥.

"방금 저에게 불충, 불의, 불효하다고 말씀하셨습니까? 그렇다면 상대를 잘못 택하셨습니다. 불충, 불의, 불효한 이는 바로 보좌에 앉아 있는 천제이니까요. 천제는 천위에 오르기 위해 형을 죽이고, 정인이었던 선대 화신 재분을 배신했으며, 악처를 들여 많은 사달을 냈으며, 동해어왕과 혼인을 앞두고 있던 제 어머니를 농락해 그분을 욕되게 하였으며, 친자인 저를 버렸습니다. 이미 버린 저를 천계로 다시 불러들인 이유도 마계?와 전쟁을 벌일 때 쓸 화살받이를 하나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서였지요. 그뿐입니까! 신마대전 후 보위에 오르자마자 선대 화신을 모욕한 것도 모자라, 선대 화신과 선대 수신을 강제로 떼어 놓고 풍신과 선대 수신을 억지로 혼인시켰습니다. 악랄한 천후가 제 어머니를 모살했음을 알면서도 수수방관했습니다. 그 많은 죄를 짓고도 무사하기를 바랐다면 그게 욕심 아닙니까? 모든 것은 돌고 도는 법입니다." - page 62 ~ 63

그리고 새삼 금멱의 머릿속에 떠오른 윤옥의 말.

「멱아, 기억나오? 수신 어르신은 진상이 밝혀진 그날, 천후를 죽이려고 하셨고, 당시 욱봉은 어르신의 3장을 천후 대신 맞았소. 그후 욱봉은 어르신에게 한을 품었을 뿐 아니라 어르신이 또 제 어미를 해할까 봐 전전긍긍했소. 욱봉이 수신 어르신을 홍련업화로 멸한 이유는 그 후환을 없애기 위함이 분명하오.」- page 65

자신의 아버지는 죽인 자, 그리고 위험에 처한 윤옥을 위해 그녀는 아버지가 만든 유엽빙도로 욱봉의 등 중앙을 찌르게 됩니다.

"대...... 체 왜?"

"왜라......니요? 당신이 그 이유를 가자아 잘 알 텐데요."

내 대답에 그의 눈은 생기를 잃었다. 바닥까지 이른 절망이 어떤 것인지 보여 주는 듯한 모습이었다.

"나를...... 사랑한 게 아니......었어?"

"예."
"......한시도......? 어느 한순간도?"

"예, 어느 한순간도!" - page 67


그리곤 갑자기 그녀는 욱봉이 기명정에서 한 말이 떠오르면서 탁한 공기가 가슴 안을 가득 채웁니다.

그것을 깨달은 순간 검은 피를 토하며 바닥에 쓰러지게 됩니다.


윤옥은 자신을 붙들고 있던 천장들을 제압해 천제를 생포했고 결국 천제의 자리에 오르게 됩니다.

다시 눈을 떴을 때 금멱은 자신의 심장을 잃어버린 것마냥 가슴에서만 솟아난 통증은 온몸을 범람하게 됩니다.

비로소 '사랑'을 깨닫게 된 그녀.


자신의 손으로 죽은 욱봉을 잊지 못해 죽은 이도 살린다는 구전금단을 구하게 되지만......

자꾸만 엇갈리게 되는 욱봉과 금멱.

결국 그녀의 붉은 실은 누구에게 매듭을 짓고 있을지......


2권에서는 그들의 뒷이야기마저 있어서 쉬이 끝낼 수 없었던 사랑을 행복으로 이을 수 있었습니다.


결국 만날 사람은 만나는 것이고 인연이라는 것은 있는 것일까......


 


하지만 그들의 운명은 왜이리도 가혹했는지.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내가 그의 눈 속에 사는 눈물 한 방울이었음을......

즉, 우리는 시작부터 이별이 예정된 사이였다. - page 246


순식간에 읽어버렸지만 그 여운은 마치 내 심장 속에 사는 금멱이었고, 욱봉이었으며, 윤옥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온기를 쉽게 버릴 수 없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소설을 드라마로 본다면 지금과도 같은 감정을 받을 수 있을까......

아마 소설이기에 더 진한 감동으로 남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꾸만 이영현의 <사랑 참 밉다>가 떠올랐습니다.

헤어져도 아프고

사랑해도 아픈데

어떡하죠

많이 그립죠

가슴 터질 듯한 우리 사랑


사랑이란게 생각보다 쉽지 않아

내 하루를 망치고 내 숨을 조여와

자꾸 가슴이 저려와

그댈 사랑하지만 사랑이 참 밉다 - 이영현의 <사랑 참 밉다> 중에서

다시 이 노래를 들으며 그들의 사랑을 떠올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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