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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채우는 그림 인문학
유혜선 지음 / 피톤치드 / 2020년 1월
평점 :
'그림'과 '인문학'.
솔직히 쉽게 접할 수 없는 학문이라 생각이 되었습니다.
특히나 '인문학'은 여러 책에서도 만날 수 있듯이 우리 삶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만 막상 이에 대한 접근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책의 저자도 이런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인문학의 시대라고 하지만 여전히 인문학은 우리 삶과 먼 곳에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인문학을 통해 우리 삶 가까이에 있는, 우리 인생에 기반을 둔 인문학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내가 가자아 사랑하는 그림과 예술가의 삶을 빌어서 말이다. - page 7
그렇게 미술과 인문학으로 바라본 우리 삶의 5가지 테마-자아, 사랑, 인생, 죽음 그리고 행복.
그 답을 찾으러 떠나봅니다.
『나를 채우는 그림 인문학』

이 시대의 유능한 사람이란......
가끔 드라마나 뉴스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해 보곤 합니다.
금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난 사람.
돈과 권력을 가진 자.
그래서 더없이 세상을 살아가기가 벅찬 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 봅니다.
이에 '알브레히트 뒤러'의 초상화가 등장합니다.
값비싼 모피와 근엄함 표정, 도발적인 눈동자와 굳게다문 입술.
당시 한낱 장인에 불과했던 화가의 위상을 끌어올리고 예술가를 향한 인식의 변화를 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그의 <모피코트를 입은 자화상>.

그리곤 저자는 말합니다.
유능한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간다. 강한 호기심에 이끌려서 무모한 일에 도전한다. 그들은 다소 위험과 어려움이 있어도 자신의 길을 만들고 새로운 세상을 개척하는 도전 정신을 잃지 않는다. 그리고 세인의 비난과 욕설에도 굴하지 않는 강직함이 있다. 그들은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큰 목표를 쟁취하는 데는 성실함이나 평범한 진리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영혼 없는 성실함을 싫어한다. 그 대신에 온 영혼을 다 받친 열정을 따르고 천재적인 영감을 따른다. - page 58
자신의 열정과 영혼을 불태우는 '유능한 사람'.
과연 나는 유능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그저 열심히, 성실히 살아가는 사람이라 또다시 주저하게 됩니다.
도전과 열정.
잘 알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그래서 또다시 내 삶의 허무함을 느끼는......
못난 나를 응시하는 것같았습니다.
그리고 유독 제 눈길을 끄는 그림이 있었습니다.
'줄 바스티엥 르파주'의 <건초 만드는 사람들>.
건초더미 위에서 쉬고 있는 여자의 모습.
넋을 놓고 앉아있는 그녀에게서 고단한 삶의 탄식과 한숨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고, 마치 지금의 내 모습과도 같았습니다.

'열심히 살았는데 지금 난 잘 살고 있는 걸까?' - page 171
이 그림과 함께 소개된 저자의 지인 모습이 마치 '82년생 김지영'과도 같았습니다.
맏딸 콤플렉스, 착한 여자 콤플렉스, 거기다 모든 일을 알아서 해야 한다는 슈퍼우먼 콤플렉스, 학벌 콜플렉스, 그리고 성 콤플렉스.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지만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그녀의 모습은 쉬이 넘어갈 수 없었습니다.
"이제 내 삶은 어디로 가야 하니? 언제 멈추고 무엇을 선택하며 살아야 할까?" - page 174
이 물음에 저자는 '떠나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제 메마른 건초더미 위에서 일어나 미지의 여행길 위에서 누구도 아닌 그녀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찾아가는 그녀.
이와 더불어 인용된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의 구절이 와 닿았습니다.
"새는 자신의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 page 175
첨단의 AI와 인공지능으로 새로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점점 기계가 인간의 육제척, 정신적 능력을 능가하면서 인간의 존재 범위를 침범하고 있는 요즘.
우리에게 어떻게 살아가야하는지를 '페테르 파울 루벤스'의 <바쿠스 축제>에 빗대었습니다.

술에 취해 몸은 마비되지만 감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생생하게 보여준 그림의 '실레노스'.
그리고 이어지는 저자의 이야기.
MBA(Master of business Administration), '경영의 시대'는 가고 MFA(Mast of Fine Art) '예술의 시대'가 오고 있다. 집단적으로 사고하고 체계적으로 관리, 감독하는 시대가 아니라 인문학적으로 사고하고 예술적으로 상상할 수 있는 사람만이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다. 예술이 삶을 풍요롭게 할 것이다.
예술적으로 산다는 것은 자신의 본능과 감정에 충실하며 사는 것이다. 지구상에서 유일한 나의 존재 가치를 인식하며 나로부터 출발하는 영향력을 이해하고 나누고 어우러지는 삶을 사는 것이다. - page 257
그림 한 점과 함께 전한 저자의 이야기는 때론 흔들리고 자아를 잃고 휘청거리는 이들의 영혼을 어루만져주는 위로이자 다시 살아갈 수 있도록 다독여주는 손길이었습니다.
그래서 더없이 그림에 눈을 머물게 되고 이야기에 가슴을 내어주게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내 안에 가지고 있던 질문들.
그 질문에 대해 끝없이 자신에게 되묻기 보다는 그림 한 점에 기대어보는 것, 다른 이가 전하는 위로에 기대어보는 것은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