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가 지어낸 모든 세계 - 상처 입은 뇌가 세상을 보는 법
엘리에저 J. 스턴버그 지음, 조성숙 옮김 / 다산사이언스(다산북스) / 201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인간의 뇌.

몸무게의 2% 정도를 차지하는 작은 기관이지만 우리 몸의 모든 기능을 다루는 '뇌'는 100% 다 사용하지 못하고 일부만 사용한다는 속설이 있었습니다.

그 속설이 잘못됐다고 '정재승' 박사님도 자신의 저서 『과학콘서트』에 밝힌 바가 있습니다.


특히나 요즘은 '뇌과학'으로 보다 뇌의 신비를 밝히는 연구가 한창이고 이와 관련된 책들도 시중에서 종종 찾아볼 수 있어서 저 역시도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이번에 만나게 된 이 책.

"독보적이다! 뇌의 모든 영역을 한 권에 담은 책은 지금껏 없었다!" - V.S. 라마찬드란

이처럼 극찬을 받은 뇌과학 교양서!

과연 우리의 뇌는 무엇일지 그 해답을 찾아보려합니다.

『뇌가 지어낸 모든 세계』

 


본문에 들어가기 앞서 쉰다섯 살인 '월터'와 신경과 의사의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신경과 의사 : 어디가 불편해서 오셨나요?

월터 : 아뇨. 불편한 데 없습니다.

신경과 의사 : 시력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었나요?

월터 : 아뇨. 끄떡없습니다.

신경과 의사 : (펜을 보여주며) 이게 뭔지 말해보시겠어요?

월터 : 선생님, 방이 너무 어둡잖아요. 이런 곳에서는 아무것도 안 보이죠.


창문으로 햇빛이 들어오는 방은 굉장히 밝았다. 하지만 신경과 의사는 월터에게 맞장구를 쳐주었다. - page 9

그는 실명한 사람이 자신이 앞을 보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희귀질환인 '안톤증후군'을 앓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사례에 대해 더 자세히 살펴보게 됩니다.

그의 뇌는 세상을 지각하는 데 문제가 있었고, 거기에다 시각계가 손상된 것을 인식하지 못했다. 시력을 잃은 사람이 시각계가 손상되지 않았다고 말하려면 어떤 변명을 해야 할까? 방이 너무 어둡다고 말하면 된다. 서로 어긋나는 정보를 받아들인 뇌는 그런 정보를 일치시키는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꽤 그럴듯한 이야기였다. 심지어 어떤 상황에서는 완벽하게 논리적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였다. - page 10 ~ 11

그렇게 이 책에서는 '우리의 사고방식과 행동방식의 근본적인 이유를 발견할 수 있을까?'라는 주제를 목표로 인간의식에 대해 뇌라는 블랙박스를 균열시킨 뒤 내부의 작동방식을 관찰하게 됩니다.

월터가 시각적 이미지를 만들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선천성 시각장애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태어날 때부터 앞을 보지 못했다면? 선천성 시각장애인도 사물의 생김새에 대해 나름대로 만들어놓은 이미지가 있는가? 선천성 시각장애인은 어떤 방법으로 머릿속에서 사물이나 사람을 '시각화'하는가? 시각장애인은 꿈에서 무엇을 '보는가?' - page 15


그렇게 책에서는 '뇌지도'를 보여주며 앞으로 이어질 이야기의 뇌 영역과 기능을 사례를 통해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

 

 


 

특히나 '기억'이라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기억은 우리라는 사람을 결정하는 데 커다란 역할을 한다. 우리의 개인사는 우리의 자아상을 만들고 저장된 지식을 모은다. 무의식계는 기억을 암호화하면서 우리의 인격도 형성한다. 무의식은 비디오카메라처럼 경험을 있는 그대로 담지 않는다. 대신 무의식은 그 이야기에서 우리 자신이 맡은 역할에, 우리가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에 집중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이 오면 우리가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그 순간의 감정은 무엇인지, 무엇을 기대하고 두려워하는지, 그 순간이 우리에게 무슨 '의미'인지에 대한 맥락이 생겨난다. 그리고 그 맥락을 바탕으로 뇌는 초고를 쓰기 시작한다. - page 177

그렇기에 기억은 촘촘하게 얽힌 이야기처럼 나름의 방향과 관점을 가지고 있으며 언제든 수정될 수 있다는 점을 배웠습니다.


책 속의 이야기 중 <8 다중인격은 똑같은 안경을 공유하지 못한다?>를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아마도 재미있게 보았던 드라마 <킬미, 힐미>가 떠오르면서 드라마 속 다중인격장애였던 '차도현'과 비교하면서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다원적 자아의 문제를 설명하기 전에 먼저 하나의 자아부터 설명해보자. 우리가 말하는 자아와 정체성의 개념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런 자아와 정체성의 느낌은 뇌의 어디에서 생겨나는가? 신경과학 최대의 난제인 이 질문에 답을 얻기는 쉽지 않지만 그래도 가능한 한 최상의 접근법을 택할 수 있다. - page 341

결국 이 질문에 대해 책의 마지막에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정체성도 의식계와 무의식계의 공조에 의존한다. 의식계는 자아의식을 경험하게 해준다. 고통과 기쁨을 느끼게 해준다. 행동할 의지를 갖게 되며 의지대로 정신과 신체를 제어할 수 있게 된다. 우리는 의식계 덕분에 뇌가 만드는 이야기를 실행에 옮길 수 있다.

그러면 무의식계는 어떤 역할을 하는가? 무의식계는 그런 이야기를 만든다. 무의식계는 단편으로 끊어진 경험 조각들을 끌어와 필요하면 빈틈을 메우고 우리의 인생사를 순서대로 배열한다. 무의식계는 우리의 자아의식을 구축한다. 또한 자아의식을 보호하고 유지하며, 심지어는 분열까지 이용해 나쁜 생각과 기억을 몰아낸다.

왜 그러는가? 정체성을 그토록 신성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진화적 관점에서 말하면 자기숙고를 하는 유기체일수록 생존 확률이 높다. 우리는 생존을 중요시하며, 자신과 후손을 보호하는 데 투자를 마다하지 않는다. 뇌가 개인적인 이야기를 온전히 유지해주기에 우리는 자신의 생각을 통찰할 수 있다. 뇌의 도움으로 자신의 의도를 이해하고, 곰곰이 추론하고, 결정을 심사숙고하고, 목표와 욕구에 딱 들어맞는 행동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정체성을 파악할 때 자신의 본성을 더 잘 이해하고 세상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 - page 377 ~ 378


우리가 뇌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하는 이유.

우리의 마음과 행동을 지배하는 뇌에 대한 이해는 곧 나에 대한 이해로 이어지기 때문이었습니다.


아직도 밝혀야할 부분이 많은 뇌.

책을 읽고나니 더없이 호기심이 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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