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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락 댄스
앤 타일러 지음, 장선하 옮김 / 미래지향 / 2019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인상적인 추천사로 인해 읽게 되었습니다.
그녀의 소설은 보통 사람의 일상을 너무나 매혹적으로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 대단하다. 현실의 소소한 일들마저 생명력을 가지며
하나하나 펼쳐지는 이야기는 매번 기쁨이다. 시카고 트리뷴
이미 그녀의 명성은 미국 문학계에서도 정평이 나 있기에 궁금하였습니다.
처음 만나게 된 소설.
그래서 더 기대를 가지며 읽게 된 소설.
『클락 댄스』

1967년
윌라 드레이크와 소냐 베일리는 집집마다 초콜릿 바를 팔러 나섰다. - page 9
허버트 말론 초등학교 학교 오케스트라의 후원금을 모금하기 위해 초콜릿 바를 팔러 다니는 그들은 겨우 열한 살 동갑내기였습니다.
뜻대로 되지 않았던 그 둘.
둘은 더 이상 웃고 있지 않았다. 윌라는 뼛속까지 피곤함이 몰려오는 것 같았고 마음은 허전하고 살짝 슬프기까지 했다. 소냐도 윌라와 비슷한 느낌이었는지 하얀 동전처럼 창백한 해가 아직 버트 케인 산등성이 위에 떠있는데도 윌라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주말까지 기다렸다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숙제가 산더미 같아서 어렵겠어." 윌라도 반대하지 않았다. - page 13 ~ 14
그렇게 집으로 돌아온 윌라.
또다시 엄마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워낙 감정이 격하신 엄마는 차를 몰고 집을 나가버린 것이었습니다.
곧 돌아오시겠지......
아무런 연락도 없는 엄마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윌라.
그러던 어느날 별일 없었다는 듯이 나타난 엄마를 보면서,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듯이 대하는 아빠를 보면서 어린 윌라는 가족의 불안정함을 느끼게 됩니다.
1977년
그러다 3학년 봄, 부활절 연휴에 남자친구가 윌라의 부모님을 만나러 가고 싶다고 제안했다. - page 49
대학생이 된 윌라.
그녀의 남자친구 데릭과 함께 부모님을 만나러 비행기를 탑니다.
그리곤 이런 생각에 잠깁니다.
그러니까 결국 이 남자랑 결혼하게 되겠구나! 오랫동안 정말 궁금했는데, 머리 모양을 새로 바꾸고 거울 앞에 서서 새로운 이미지를 테스트하는 것처럼 수시로 결혼에 대한 생각을 했었다. 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늘 짜릿했지만 그러면서도...... 분명히 결혼하고 싶은 남자에게도 때로는 상반된 감정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해 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예를 들면 일편단심 스포츠에 열광하는 데릭이 가끔은 좀 미울 때가 있었다. 게다가 욱하는 데가 있어서 미식축구 경기를 보러 갔다가 다른 사람들과 몸싸움에 휘말린 경우가 윌라가 아는 것만도 두 번이나 있었다.) 물론 그런 생각이 드는 게 당연하겠지. 이건 할리우드 영화가 아니니까. - page 57 ~ 58
그렇게 윌라는 데릭과의 결혼을 결심하게 됩니다.
1997년
윌라와 데릭.
그 둘 사이엔 아들 션과 이안이 있었습니다.
윌라와 데릭은 코로나도에서 열리는 수영장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 고속도로를 달리던 중.
"빌어먹을." 데릭이 경적을 울렸다. 그러나 스테이션왜건이 그들의 차 앞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데릭이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았고 윌라가 계기판을 향해 손을 뻗었다. 안전벨트를 매고 있어 안전했지만 데릭의 주의를 돌리기 위해서였다. "당신도 지금 저 자식 하는 거 봤지?" 데릭이 윌라에게 물었다.
"나도 봤어요. 하지만 그것 때문에 흥분하지 말아요, 여보." - page 94
결국 보복운전으로 인해 마흔세 살, 장례식 계획을 세워놓기엔 턱없이 젊은 나이에 그는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미망인이 된 윌라.
윌라가 동생 일레인과의 대화에서 인상적인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그래, 나도 알아." 윌라가 말했다. "사실 엄마가 갑자기 그렇게 돌변할 때도..."
"괴팍한 엄마 밑에서 시달리는 아이들을 보면 제일 슬픈 게 뭔지 않아? 그런 순간이 지나고 나면 결국은 또 엄마에게 두 팔 벌리고 다가가 위안을 얻어야 한다는 거야. 정말 불쌍하지 않아?"
"일레인, 이제 그만하고 잊어버려." 윌라가 말했다.
그러고 나서 윌라는 그렇게 매몰차게 말한 것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윌라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늘 일레인에게 어떤 죄책감을 느꼈다. 하지만 윌라가 달리 뭘 할 수 있었을까? 윌라 역시 엄마 때문에 그렇게 혼란스러운 어린 시절을 보내지 않았던가?
어쩌면 죄책감이 그녀에게 자연스러운 심리상태였는지도 몰랐다. 윌라는 데릭의 죽음에 대해서도 죄책감을 느꼈는데 운전 중인 남편에게 민감한 이안 얘기를 꺼내지 말았어야 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었다. 또 데릭이 속도를 높여 스테이션왜건을 추월할 때 갑작스런 승부욕에 사로잡혔던 것에 대해서도 죄책감을 느꼈다. 사실 그때 느낀 감정은 승부욕보다 좀 더 강한 감정이었다. 어쩌면 분노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그랬다, 분노감이 독사처럼 그녀의 가슴을 뚫고 지나갔고, '더 빨리!'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데릭은 그 말을 듣기라도 한 것처럼 더 속도를 높였다. - page 100 ~ 101
그리고 세월은 흘러 20년 뒤인 2017년.
10년 전 변호사 피터와 재혼을 하고 이렇다 할 만한 일 없이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윌라는 새로 이사 온 곳에서 아직까지 정식으로 일자리를 찾아보지 않았고 피터는 매일같이 친구들과 어울려 골프 치느라 몇 시간씩 밖에서 시간을 보냅니다.
두 아들은 각자 멀리 떨어져 살고 있는, 조금은 무기력해진 삶을 살아가던 그녀에게 의문의 전화가 걸려옵니다.
아들 션의 여자친구였던 드니즈가 다리에 총을 맞아 입원을 했는데 그녀의 딸을 돌 볼 사람이 없어서 그녀의 이웃이 전화번호를 찾다가 윌라에게까지 연락이 닿은 것이었습니다.
사실 드니즈의 딸이 션의 딸은 아니었지만 드니즈의 딸 셰릴과 반려견 에어플레인을 만나러 떠나게 됩니다.
그런데 그녀는 이제서야 자신의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61세의 나이로.
그녀는 셰릴을 바라보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기들은 두 명의 부모를 가질 권리가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걸 윌라는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었다. 그래서 부모가 이혼을 하면 아이들이 매우 큰 충격을 받고 비극적인 반응을 보인다고 했다. - page 333
우리는 태어날 때 선택해서 태어난 것은 아닐지라도 부모와의 관계를 통해, 가족간의 관계를 통해서 살아가기에 한 개인으로써가 아닌 가족 구성원으로써의 책임을 가져야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결국 그녀는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깨닫게 됩니다.
새로운 인생에서 그녀는 어딘가에 방을 빌릴 생각이었다. 밍튼 부인의 집에서 살 수도 있고 셰릴이 놀러 올 수 있는 수영장이 있는 아파트를 빌릴 수도 있다. 벤이 자원봉사를 하는 교회에 나가서 이민자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거나 셰릴의 학교 친구들에게 스페인어를 가르칠 수도 있다. 아니면 지금까지 한 번도 상상하지 못했던 걸 시도해 볼 수도 있다. 가능성에는 한계가 없는 법이니까.
윌라는 여자 화장실 표지에 그려진 치마를 입은 작은 인물이 우주를 순항하고 있는 둥근 지구를 가벼운 발결음으로 미끄러지듯 나아가는 모습을 상상했다. 그 인물이 꼭 자기 같았다. - page 354 ~ 355
결코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기란 늦은 나이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는 것,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자신'이라는 것을 또다시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