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년생 우리 엄마 현자씨
키만소리 지음 / 책들의정원 / 2019년 12월
평점 :
절판


제 엄마와도 비슷한 연배였습니다.

그래서 끌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55년생 우리엄마 현자씨』 

 


책장을 펼치면 반갑게 맞아줍니다.

안녕하세요.

55년생 현자씨입니다.

그리곤 그녀가 전하는 메시지.

"환갑이 넘도록 살아보니

하고 싶은 일만 해도 인생이 모자르더라.

살면서 깨달으면 그땐 이미 너무 늦어.

그러니 지금이라도 나로 살아 봐.

살아보니 그게 맞더라.

별 일 없는 하루도

내가 나로 살면 그게 맞아."

그렇게 55년생 정현자씨의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제 엄마도 그랬습니다.

20대 꽃다운 나이에 결혼을 위해 서울로 왔었고 서러운 서울살이에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다고 하였습니다.

자신의 고향으로 향하는 고속버스만 보아도 눈물이 흘렀다는......

하지만 자신을 바라보는 아이를 위해 버티며 살아왔다는 이야기는 현자씨 역시도 그랬습니다.


그렇게 몇 번의 계절이 바뀌고 가족의 보금자리가 생길 때.

'행운'보다는 '불행'한 일이 따라오는......

하루도 마를 날이 없었지만 결국은 살아왔던 우리엄마.


"엄마 젊을 때는 어땠어?"

"너무 오래돼서 이제는 기억도 잘 안 나. 그건 왜?"

"그냥 궁금해서. 그럼 내 나이의 엄마는 기억 나?" - page 37

이제야 엄마의 젊은 날의 존재를 물어보는 못난 딸......

저 역시도 그랬기에 너무나 공감하였습니다.

엄마들 인생은 원래 다 그렇지, 라며 선을 긋고 멀찍이 서 있던 마음이 들통 난 기분이었다. 엄마가 견뎌내야 했던 지난날들 어디에도 무탈한 순간들은 없었다. 그곳엔 자식들에게 어두운 그늘 보이기 싫어 고단했던 삶을 무탈한 삶인 척 연기하며 살아온 엄마로서의 삶만이 있었다. - page 37 ~ 38


그런 그녀에게 변화가 찾아옵니다.

2017년 현자씨 63세


별 일 있는 인생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그토록 배워보고 싶었던 컴퓨터를 배우게 됩니다.

"눈치 보지 말고 참지 말고 살아. 그렇게 살아도 세상 안 무너지더라. 설사 세상이 무너진다고 해도 내 속이 무너지는 것보다 낫더라."


스스로 문을 열고 나온 현자씨 앞에는 앙상한 가시덤불로 뒤덮인 길이었다. 메마르고 볼품없는 불쏘시개들이 꼭 자신 같아서 엄마는 한동안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그러다 가시덤불 길 너머로 봄 햇살에 새순으로 터트리며 생명의 향기를 뿜는 푸른 어린 잎의 싱그러움을 맡았다. 보이지 않지만 이 길을 가다보면 만날 것이라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문 앞에서 한참을 서성거리던 엄마는 두 번째 푸른 청춘 빛을 찾아 걷기 시작했다. 얼마나 가야 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가본다. 문을 여는 순간부터 돌아설 마음은 없었으니까. - page 62


설레는 마음으로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배우는 컴퓨터 수업.

연습을 위해 늘 1시간 일찍 가 딸에게 메일을 보냅니다.

짧지만 많은 감정이 담긴 메일들.

그 메일들이 하나 둘 모여 지금의 책이 완성되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제 엄마가 저에게도 했던 이야기였기에 더 인상깊게 남았습니다.

​


자신도 엄마의 딸이었다고.

엄마가 보고싶다고 눈물을 훔치던 '우리 엄마'가 보여서 그만 눈물을 짓게 되었습니다.


'엄마'도 이전엔 꿈 많던 소녀였다는 걸.

잠시 잊고 있었습니다.



 


우리 엄마의 꿈은 무엇이었을지......

한 번 물어봐야겠습니다.

그래서 저도 응원하고 싶었습니다.

엄마 나이가 어때서!

하고 싶은 거 있으면 하세요!


현자씨를 보면서 딸인 제가 반성을 하게 되는 점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현자씨를 통해 우리 엄마에게 제가 해야할 일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책의 마지막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엄마는 여전히 평범한 사람이다. 하지만 스스로 자신의 이름으로 살아가는 멋진 사람이다. 특별한 사람이 멋있게 사는 건 쉽지만, 반대로 평범한 사람이 멋있어지는 건 어렵다. 그런데 엄마는 말한다. 나로 사는 일은 어렵지만 살면서 꼭 해야 되는 일이라고. 그러니 눈치보지 말고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라고.


"55년생인 나도 했는데, 그 까짓것 여러분이라고 못하겠어요?" - page 229 ~ 230


저도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 나니 나의 엄마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우리 엄마는 '엄마'이기에 당연시 여겼던 것들이 지금 '엄마'가 되어보니 당연한 것이 아님에......


책을 읽고나서 우리 엄마를 부르는 호칭부터 바꿔야겠습니다.

그동안 ○○의 엄마, XX의 아내, YY의 며느리로 오래 살았으니 이제라도 본래의 이름을 불러드려야겠습니다.

★★★

그리고 외칩니다.

당신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존재함을.

그리고 살아가고 있음을.

정말로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이제라도 자신을 위해 살아가길 바랍니다.

엄마가 내게 해 주었던 것처럼 저도 엄마에게 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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