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검사 1
서아람(초연) 지음 / 연담L / 2019년 10월
평점 :
품절


너무나 강렬하게 다가왔던 이 한 문장.

"1년 전 오늘, 넌 뭘 봤지?"


그저 책 소개글에서 본 이 문장이 자꾸만 뇌리에 맴돌았습니다.

뭐지?!

뭘까?!

궁금증에 궁금증을 더하게 된 순간 이 책을 집어들었습니다.


와~

한 편의 영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영화라고 하기엔 너무나 우리네 현실과도 같은 이야기.

그래서 더 끌리고만 이 소설.


13세 소녀의 죽음과 1년 뒤 벌어지는 의문의 연쇄 테러

『암흑검사 1』 

 

​

9월 20일 목요일 오후 2시.

성암지방법원에선 한 재판이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피고인은 9월 7일 새벽, 야간 경비원의 주의가 소홀한 틈을 타 검찰청에 숨어들어 온 건물과 주차장, 정문과 후문까지 스프레이 낙서로 뒤덮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 page 8

이로써 직역 4월, 집행유예 1년 및 사회봉사활동 1만 시간을 선고받은 피고인 '류소원'.

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선 '강한' 검사.

이들의 인연은 1년 전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

잘 나가는 검사 '강한'.

조 대표의 딸과의 약혼식을 계획한 그는 사랑보다는 그녀가 가져다줄 창창한 앞날과 안락한 생활을 선택하게 됩니다.

그렇게 호텔 속에서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혼자 앉아 있던 강한은 호텔 정문 쪽엔 시위대로 움직이기 힘들기에 후문으로 빠져 나가라는 처남의 조언을 따라 집으로 나서게 됩니다.

하지만 시위대는 후문에 녹색 티셔츠의 물결을 내며 에워싸고 있었고 그 속을 천천히 나가던 찰나.

정체불명의 인물이 운전석 차창 바로 앞까지 다가오더니 창문을 두드립니다.

"뭡니까?" - page 27

검은 모자는 강한을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뭐라고 웅얼거립니다.

"1년 전......" - page 28

그러다 갈색 병 안에 있던 액체가 강한을 향해 끼얹어지게 되고 그는

"앗, 뜨......" - page 29

​

의식에서 깨어난 강한.

"대단히 유감입니다만, 앞으로 환자분의 시력이 회복될 가능성은 없습니다." - page 35

​

한 순간에 시력을 잃어버리고 자신의 직위마저 잃어버린 그.

스타 검사의 추락.

이 사건에 대해 인터넷에서 떠도는 이야기는 중세 시대의 '마녀 사냥'보다 더 잔인한 우리의 사회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공인으로서의 평판이라는 게 그랬다. 아니 땐 굴뚝에도 연기가 나고, 한번 연기가 나면 그을음이 평생 갔다. 강한이 진짜 뇌물을 받고 성 접대를 받다가 염산을 맞은 게 아니라 하더라도, 그렇게 믿고 싶은 사람들은 계속 그렇게 믿겠지. 그렇게 믿는 편이 더 재미있을 테니까.

세상이 얼마나 잔인하고 비정한 곳인지, 강한은 그가 기억할 수 있는 것보다 더 오래전부터 뼈저리게 잘 알고 있었다. - page 70

​

그런 그에게 다시 삶의 의미를 부여해준 사람은 어린 시절부터 자신을 아들처럼 대해주시던 체육관 관장님이었습니다.

"니 이제 겨우 서른둘 아이가. 서른둘이면 여즉 5라운드도 안 온기다. 5라운드도 안 뛰아놓고 승패를 우예 안다고 벌써 빌빌대노, 빌빌대길. 와? 벌써 기권하고 싶나? 수건 던지주까?"

...

"하이고야, 니는 테러범 새끼가 멀쩡하이 바깥에서 싸돌아댕기는 판에 죽는다 만다 그칼 마음이 생기나? 한가하구로. 내 같으믄 열 받아가 벌써 지팡이든 뭐든 들고 뛰쳐나갔긋다."

"......"

"내 이제 여 안 올 기다. 니 빙시 팔푼이맹키로 빌빌대는 거 보기 싫다. 퍼뜩 정신 차리라. 손 다 나으면 체육관 나오고. 니 불량 회원인 거 알제? 짤리기 싫으믄 알아서 하라꼬!" - page 77 ~ 78

조금씩 그는 마음을 다 잡기 시작합니다.

​

다시 검사의 자리로의 복귀.

대신 조건이 있었습니다.

"그래, 이런 반응을 보이리라고 예상했네. 그렇다면 내가 차선책을 제안하지. 24시간 동안 강 검사를 도와줄 수 있는 활동보조인을 고용하게. 이게 내 조건이고, 이것만이 내 조건이네." - page 119 ~ 120

그의 활동보조인.

'류소원'과의 인연이 시작하게 됩니다.

​

사실 소원이와의 만남은 1년 전 폐공장에서 13세 초등학생 시신의 범인으로 지목된 3급 지적장애인 '지온유' 사건에서 지온유의 친구로, 그 아이의 무죄를 주장하면서 만났었습니다.

그런데 강한 검사의 사건에서도, 지난달 지하철 안에서 칼을 든 괴한에게 습격당한 형사 사건도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1년 전 오늘, 넌 뭘 봤지?"

 


그리고 범인의 세 번째 범행 예고에 그들은 현장에 출동을 하지만 결국 놓치고 맙니다.

1년 전 사건의 판결을 맡았던 고 판사님을 향해 돌진하는 차.


​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어쩌다 이렇게까지 되어버린 거지?"

"......"

"만일 잘못된 부분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게 이렇게까지 끔찍한 대가를 치를 만한 일은 아니잖아. 우리는 그냥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일 뿐이야. 이렇게 잔인하게 보복당해야 할 이유가 없어. 우리가 아니었다면 다른 누군가가 똑같이 했을 거라고."

그때까지 묵묵히 수건을 움직이고 있던 소원의 손이 우뚝 멈췄다.

"비겁한 소리 하지 마세요, 형."

입술 사이로 짐짓 퉁명스럽게 내뱉는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사건 당사자들에게, 그 사람들의 가족에게 '다른 누군가' 같은 건 없어요. 검사님, 판사님, 당신들뿐이라고요. 당신들에게는 수백개의 지나가는 사건들 중 하나일 뿐이겠지만, 그게 누군가에게는 일생 그 자체란 말이에요."

"......"

"물론 그렇다고 해서 범인 편을 드는 건 아니에요. 이유가 무엇이든, 남을 해치는 건 정당화될 수 없으니까." - page 484 ~ 485


강한과 소원은 1년 전 '지온유 사건'부터 다시 되집어갑니다.

그리고 1권의 마지막에 만나게 된 지온유의 국선 변호사였던 '윤지영 변호사'와의 만남 속의 의미심장한 이야기.

"소원아, 자식은 말이야. 부모의 심장 그 자체야. 내 심자아이 밖에 나와서 돌아다니고 있는데, 그걸 잊을 수 있겠니? 온유 엄마도, 온유에 대해서 틀림없이 그랬을 거야." - page 643


앞으로 이어질 사건의 진실이 너무 추악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소설 속에서 전한 메시지.

마녀사냥 좋아하는 대중과

편견과 아집에 사로잡힌 법 집행자,

권력에 눈먼 정치 권력자들이 만든 참극

부디 현실에선 일어나지 말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2권에서는 하늘에서 지켜볼 지온유가 해맑게 웃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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