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공포소설가 ㅣ 놀놀놀
전건우 지음 / 북오션 / 2019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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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공포물'을 안 좋아합니다.

잔인한 사건.

흐르는 피.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를 긴장감.

그래서 굳~~~~이 '호러물'은 찾아보지 않습니다.


근데 이 책은 왠지 읽고 싶었습니다.

'호러'가 아닌 '호러광'이 쓴 이야기이기 때문에, 왜 그는 공포를 좋아하는지 저로써는 궁금했기에 읽었습니다.

『난 공포소설가』

 

​

<프롤로그>에서 그는 언급해주었습니다.

미리 말하자면, 제목과 달리 이 책은 전혀 무섭지 않다. 그런 쪽, 그러니까 턱이 덜덜 떨이고 온몸에 소름이 돋으며 꿈자리가 뒤숭숭한 쪽을 원한다면 내가 쓴 소설을 읽어 보시길. - page 4

오히려 무섭지 않다고 해 주어서 감사했습니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이어지는 그의 이야기.

꼬맹이 어린 시절부터 대출금을 걱정해야 하는 아저씨가 된 지금까지 나는 꾸준히, 끈덕지게, 늘, 한결같이, 지독할 정도로 호러 장르를 사랑해왔다. 거의 30년 넘게 그 사랑을 이어 오고 있는 셈이다. 어디 그뿐인가. 사랑하다 못해 언젠가부터 호러 장르를 가지고 소설을 써오고 있으니 감히 지고지순하다 말해도 누구하나 불평하지 않을 것이다. - page 5

정말 왜 그가 이 책을 '호러에 보내는 연애편지'라고 했는지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에겐 세상 둘도 없는 '호러'에 대한 연애편지.

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보았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이었던 그가, 눈이 빠지게 기다리던 TV 프로그램.

<전설의 고향>

그에게 <전설의 고향>은 과자종합세트였다고 하였습니다.

약속을 저버리거나 누군가를 아프게 하면 반드시 벌을 받게 된다는 교훈도(그 덕에 내가 성실한 인간이 됐다), 누구나 사연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는 깨달음도, 눈물짓게 만드는 감동도, 깔깔거리게 만드는 웃음도,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고 모두 다 들어 있었다. - page 12 ~ 13

그래도 그가 좋아하는 결정적인 이유.

'귀신'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그에게 공포 뒤의 '희열'을 느끼게하는, 해소의 기쁨을 선사하면서 운명이 되어버린 사건이 있었습니다.

태풍이 분 건지 장마가 진 건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억수같이 비가 쏟아지던 날.

폭우로 동네 하수구가 막히고 그렇게 해서 넘친 물이 그의 집을 덮친 상황.

어머니와 아버지는 바가지와 세숫대야를 동원해 필사적으로 물을 퍼냅니다.

나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넘실거리는 수챗물을 바라봤다. 검디 검은 그 물은 마치 살아 있는 것 같았다. 아주 나쁜 마음을 품고 우리 집을 박살내기 위해 찾아온 귀신. 너무 무서워서 울음이 터지려는 걸 꾹 참았다. 내가 울면 동생들도 다 울 것 같았기 때문이다. 가난한 집의 4형제 중 장남으로 살다 보면 아무리 어리더라도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는 기가 막히게 알게 된다. - page 17

조금씩 빗줄기가 가늘어지고 비가 그친 그날 밤.

어둑한 방 안에 홀로 앉아 <전설의 고향>을 보던 그에게 몸져누운 남편을 살리려고 사방팔방으로 노력하는 부인의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조금은 실망하며 보던 찰나.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귀신과 맞닥뜨리며 극한의 공포를 체험한 그.

"내 다리 내놔라!"

시체가 부인을 좇으며 세 번 째인가 네 번째 외쳤을 때 그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트리게 됩니다.

그런 그에게 따뜻한 손길로 등을 쓰다듬으며

"괜찮다. 다 괜찮아."

라고 말씀하시는 어머니.

그 품에 안겨 참고 있던 울분이 터지게 됩니다.

조금 진정이 된 후 그는 새로운 감정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 남편처럼, 한참 울고 난 나도 아주 개운하고 환한 얼굴이 되었다. 마음속 한구석에 꽉꽉 뭉쳐 있던 응어리가 스르르 풀려 사라진 느낌이었다. 변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여전히 우리 집은 가난했고 단칸방이었으며 언제 또 수챗물이 차고 넘칠지 몰랐다. 그럼에도 더 이상 무섭지 않았다. 아무렴, 내 다리 내놔라 귀신보다 무서울 수는 없었고 그마저도 어머니의 품 안에서라면 견딜 만했다.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무섭다는 감정의 저 아래에는 그걸 극복한 뒤 찾아오는 놀랄 만큼 개운한 해방감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눈치 챈 것은. - page 22


그리고 6학년이 된 그는 무서운 경험을 하고자 합니다.

폐가 탐험.

A와 B와 함께 동네 폐가에 가게 된 그.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은 채 돌아다니가 폐가 탐험의 마지막 코스인 작은 방의 문을 여는 순간.

"으악!"

수많은 비둘기들이 푸드덕, 푸드덕 정신없이 날갯짓을 하며 튀어나오는 것이었습니다.

비명을 지르며 냅다 뛰는 그들.

"큰일 날 뻔했다."

두 친구 A, B는 웃기 시작하고 그 역시도 웃게 됩니다.

그리곤 깨닫게 됩니다.

진짜 무서운 순간이 지나고 나면, 그래서 모든 감정을 다 연소시키고 나면 남는 것은 순도 높은 웃음과 안도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심장은 여전히 벌렁거리고 마구 돋아난 소름 역시 채 사라지지 않았지만 우리들은 알았다. 우리는 무사하다는 사실을. - page 59


그 일이 있고 며칠 후, B는 이 말을 합니다.

"무섭다고 생각하니까 무서웠던 거야."

맞다. 귀신의 손이라고 생각하니까 무서웠던 거다. 그곳이 귀신 나오는 집이라고 생각하니 그토록 두려웠던 거다. 상상은 곧 생각을 지배하고 생각은 언제나 행동을 조정한다. 그걸 역순으로 쫓아가면 끝내주는 상상력만 있으면 세상에 못할 게 없다는 말이 된다. 나는 그런 상상력을 가지고 싶었다. 그중에서도 누군가를 오싹하게 만들고 겁에 질리게 만들어줄 그런 상상력이 있었으면 했다. 그런 오싹함 뒤에는 속 시원하게 웃을 수 있는 순간이 있다는 걸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 page 60 ~ 61


그리곤 그는 몸이 약해 정규과정은 밟지 못하게 되고 방황을 하게 됩니다.

방황을 붙잡아 준 것은 바로 소설, 그중에서도 공포소설이었습니다.

역시!

그에게 '공포'는 뗄레야 뗄 수 없다는 것을 또다시 느끼게 됩니다.

《링》

​이 소설을 통해 그는 누군가에게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 그대로 소설에 접목하면 좋겠다는 구체적인 방법을 떠올리게 됩니다. 

아무튼 나는 내 안의 어딘가에 소설가라는 화석이 묻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게 큰 수확이었다. 다음은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걸 조심스레 발굴하면 될 일이었다. - page 119 


그의 발굴 의지에 불을 지핀 건 《검은 집》소설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하며 틈틈히 소설을 써내려가게 되고 마침내 책이 나오게 됩니다.


마지막에 그의 '호러'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

​

소설을 쓰는 한 계속 호러를 쓰겠다는 그.

그의 '호러'에 대한 애정에 박수를 건넵니다.

​

그의 이야기를 읽고나니 호러가 단순히 '무섭다'는 것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려움 뒤에 마주하게 될 순도 높은 웃음과 안도감.

그리고 무서움은 나의 상상이 빚어낸 결과라는 걸 알게되니 조금은 호러에 한 발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아직은 무섭기에, 두렵기에 조금씩, 천천히 호러를 마주하려합니다.

그러다보면 언젠간 그의 작품도 읽을 날이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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