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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을 뚫고 시가 내게로 왔다 - 소외된 영혼을 위한 해방의 노래, 라틴아메리카 문학 ㅣ 서가명강 시리즈 7
김현균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0월
평점 :
'서가명강'
정말 '명강의'라는 말보다 더 좋은 말이 없을 정도로 국내 최고의 교수진이 인문학 콘텐츠를 일러주는데 강의가 끝난 후 차마 그 여운에서 쉽게 벗어나질 못하곤 합니다.
그래서 찾아 읽고 있었습니다.
읽으면서 제 생각의 폭도 조금씩 넓어지고 결국 '인생'에 대해서도 생각하는 계기가 되곤 합니다.
이번에 만나게 된 강의 역시나 심상치 않았습니다.
소외된 영혼을 위한 해방의 노래,
라틴아메리카 문학
『어둠을 뚫고 시가 내게로 왔다』

이번 강의는 <문학>이었습니다.
문학 중에서도 '서어서문학'이라고 합니다.
낯설었습니다.
'뭘까?'
이어서 정의가 나왔습니다.
스페인어권 세계의 언어와 문학을 탐구하는 학문이다. 문헌학적 접근뿐만 아니라 사회와 문화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통해 우리의 인식 지평을 넓히는 한편, 인간다움의 추구라는 인문학의 근본정신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최근에는 스페인어권과 역사적, 문화적, 언어적으로 친연성이 높은 포르투갈어권까지 범위를 확장하여 이베리아 반도와 라틴아메리카, 미국의 라티노 공동체를 아우르는 광대한 지역을 교육과 연구의 대상으로 삼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 page 5
우리에게도 익숙한 문학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붐을 대표하는 작가인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
쿠바 혁명으로 소위 라틴아메리카 붐이 일어났지만 붐 세대 이후 라틴아메리카 역내에서 세계적으로 읽힐 만한 작가들만 발굴해서 지원하다 보니 라틴아메리카 역내에서 유통되고 소비되는 작가들이 갈수록 사라지는 역설적인 결과를 낳았고 지금은 자신의 국가 경계를 넘어 읽히는 작가가 거의 없을 정도라고 하였습니다.
참으로 씁쓸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의문이 들게 됩니다.
소설이 승승장구하고 있을 때 시인은?
지금의 멕시코시티 북동부에 존재했던 도시국가 텍스코코의 문화적 황금기를 열었던 통치자이자 철학자, 시인 네사왈코요틀 이래 오늘에 이르기까지 라틴아메리카는 시적 전통이 매우 강하다고 합니다.
심지어 '네루다'는 이런 말까지 하게됩니다.
"길을 가다 아무 돌멩이나 뒤집어보라. 시인 다섯 명이 기어 나올 것이다." - page 36
그만큼 시인이 많은 나라, 이는 희망이 고갈된 출구 없는 현실의 방증을 의미하는 그들의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4명의 시인이 소개되었습니다.
이들은 소리없는 아우성을 글로, 시로 남겼기에 더없이 슬프게 다가왔습니다.
시인들의 시인, 루벤 다리오.
그는 거의 사용된 적이 없거나 이미 사용되지 않는 시행들을 도입하여 새로운 리듬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형식 실험을 통해 음악성을 극대화하고자 노력하였습니다.
특히나 그가 있던 사회.
"저주받은 시인들은 낭만주의의 산물이 아니라, 동화되지 않는 것들을 추방하는 사회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시는 부르주아지에게 계시를 주거나 즐거움을 주지 않는다. 그래서 부르주아지 사회는 시인을 추방하고 사회의 기생충이나 걸인으로 만든다." - page 98
그래서 그의 마지막 모습은 더없이 안타깝게 만들었습니다.
알코올 중독으로 건강상의 문제가 심각했지만, 자유분방한 그의 삶에서 가장 치명적인 고통은 시인을 고립으로 이끄는 사회와의 불화였을 것이다. 시인을 추방하고 예술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영혼 없는 사회와의 불화, 그것이 결국 그의 죽음을 앞당긴 것이 아닐까. - page 99 ~ 101
잉크보다 피에 가까운 시인, 파블로 네루다.
2010년 8월 칠레 산호세 광산이 붕괴되어 광부 서른세 명이 매몰되는 사고에서 죽음의 그림자를 걷어내고 삶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그의 시를 읽을만큼 칠레인들의 일상에까지 깊이 뿌리 내리고 있는, 널리 읽히고 사랑받는 시인이었습니다.
혁명과 반혁명이 예리하게 충돌한 고뇌의 시대를 살아가던 그.
그의 시는 현실과 동떨어진 시를 쓴 것이 아닌 삶의 한가운데에서 인간의 고통을 느끼고 호흡하며 시를 썼기에 '잉크보다 피에 더 가까운 시인'이라 평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의 시는 자연에서 여인으로, 또 역사와 민중으로, 라틴아메리카로, 우주로 끝없이 확장해가며 "움직이지 않는 여행자"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시가 내게로 왔다......
그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네루다>를 찾아보아야겠습니다.
영혼을 위무하는 시인, 세사르 바에호.
평생 고통과 더불어 살았고 고통은 그의 문학의 뿌리이자 자양분이었다고 합니다.
죽음이 평생 그림자처럼 그를 따라다녀 "장대비 쏟아지는 파리에서 죽겠다"며 일찌감치 자신의 죽음을 예고하는 시를 쓰기도 했는데, 외부 세계와 격리된 인간의 근원적 상실감과 고독이 더 그를 죽음으로 몰아갔습니다.
그의 시 중「군중」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전투가 벌어지고 누군가 죽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기적이 행해졌다. 죽었던 전사가 다시 일어나 "맨 처음에 온 사람을 껴안"는 행위는 폭력적 세계에 항거하는 진정한 인간적 연대의 표상이다. 이제 군중은 개인이 아닌 집단적 주체로서의 '우리'로 거듭난다. 이처럼 바예호는 개인적 소외와 고통 속에서도 "이 땅의 모든 구멍에 당신[어머니]의 / 사랑 방정식을 대입"하며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 편에 서서 고통없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자 했다. - page 259
신성한 전통에 총구를 겨눈 반시인, 니카노르 파라.
일반적인 시에 대한 통념과 편견 - 쉽게 다가갈 수 없는 난해한 것, 매우 숭고하고 고상한 것 - 을 '반시'라는 개념으로 라틴아메리카 문학사에 족적을 남긴 그.
그의 거의 모든 시를 관통하는 시적 장치는 유머와 아이러니, 패러디가 있었습니다.
웃을 수 없는 농담과 예리한 풍자적 아이러니.
이를 통해 가짜 진실의 저격수로 현실의 언어 밑바닥에 잠복해 있는 우리 시대의 본질적 모순이나 부조리를 가차 없이 드러내곤 하였습니다.
파라의 시에서 지배 담론에 대한 전복 의지는 이처럼 정치적, 사회경제적, 문화적 상황에 대한 비판적, 교란적 의지로 확대된다. 세계로부터 소외된 자아의 냉혹한 시선으로 반유토피아적 전망을 드러냈던 부정의 미학, 총체적 니힐리즘과 아나키즘으로 치달았던 믿음의 상실과 냉소주의의 이면에는 역설적으로 동일성의 회복에 대한 욕망, 즉 삶과 희망과 시의 존재 이유가 살아 숨 쉬고 있었던 것이다. - page 337
네 명의 시인을 만나고나니 라틴아메리카의 '문학'이라 쓰고 그동안의 '단절'과 '분열','불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끝엔 '희망'이 있었기에 잠시 주춤했던 그들의 목소리가 이제는 비상만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동안은 몰랐기에 관심이 없었지만 이제는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