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살인자에게 무죄를 선고했을까? -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12가지 충격 실화
페르디난트 폰 쉬라크 지음, 이지윤 옮김 / 갤리온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명백히 그가 '범인'인 것도 알고 그로인해 '죄'를 받아야하는 것도 맞다고 생각하는데......


가끔 뉴스를 통해 사건을 접하다보면 우리의 '법'에 대해 조금은 답답할 때가 있습니다.

학생들이 재미삼아 친구에게 폭행을 하거나 심지어는 성폭력을 하더라도 피해자가 겪은 고통이나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보다 미비한 형량.

어떤 범죄는 그가 '범죄자'임이 틀림없을 것 같지만 '물증'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

공소시효가 만료된 사건의 범인이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어떠한 벌을 내릴 수 없는 현실에 분노가 치밀 때도 있습니다.


그러다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독일 최고의 형법 전문 변호사가

25년 동안 담당했던 2500여 사건 중

가장 충격적인 사건 기록


『왜 살인자에게 무죄를 선고했을까?』

 


첫 번째 사건부터 충격적이었습니다.

이미 네 번이나 아내를 공격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적이 있는 남편.

이번에는 집행유예 기간에 또다시 폭행을 저지른 탓에 구금 상태로 배심원 재판을 받게 된 이 사건에선 '배심원'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배심원인 '카타리나'는 증인의 얼굴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기 시작합니다.

증인의 얼굴이 마치 자신의 얼굴을 보는 것 같아서, 그 여자의 인생을 이해할 수 있어서, 모든 것이 외롭기 그지없어서 그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맙니다.

이로인해 재판은 휴정되었고 검사가 편파성 우려를 이유로 카타리나 배심원 거부를 요청해 그녀를 대체할 예비 배심원이 없어 재판은 무산되게 됩니다.

피고에 대한 구금 명령은 취고되고 남편은 풀려났지만 결국 넉 달 후 그는 망치로 아내의 머리를 내려쳤고 아내는 사망에 이르게 됩니다.

이 사건에서 일러주는 '배심원의 해임'.

우리 역시도 국민참여재판을 하기에 쉽게 넘어갈 수 없었던 이야기였습니다.


그리고 '무죄추정의 원칙'을 일러준 사건.

남편을 죽이지 않았다는 부인.

하지만 그녀에겐 충분한 동기와 가능성 그리고 무기가 있었습니다.

그런 그녀를 변호하던 변호사가 새로운 증거물을 찾아내 무죄 판결을 받은 사건이었습니다.

다음 공판 날 슐레징거의 의뢰인은 무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장은 경찰이 처음부터 살인 사건이라 단정해버린 탓에 다른 대안을 검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번 소송은 경솔하게 사건을 단정하는 경찰의 오랜 관행을 보여주었으며 모든 증거물은 매번 새롭게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사례라고 했다. 그리고 현재 제출된 증거상으로는 사망한 남성이 자살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검사는 항소하지 않았다. - page 63 ~ 64

이 사건을 보면서 현재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이 떠올라 만감이 교차하였습니다.

경솔하게 사건을 단정하려는 경찰의 행위.

증거물에 대한 올바른 해석.

그렇기에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는 '무죄추정의 원칙'의 중요성을 일깨우게 되었습니다.


또한 요즘 우리 사회에서 거론되는 '촉법소년'에 대한 이야기.

그저 초콜릿 바를 먹는 늙은 맹인.

그에게 돌을 던지며 그의 몸 이곳저곳을 때린 이들은 다름아닌 열한 살의 아이들이었습니다.

고작 열한 살이었던 아이들은 기소되지 않았다. 아동 복지사가 부모와 상담을 하고 주거 환경과 가정 환경에 관한 보고서를 올리는 것으로 사건은 종결되었다. 그리고 담임 교사는 학생들에게 주의를 주었다. 방학이 시작되기 하루 전날에는 정복을 입은 나이 많은 경관이 교실로 와서 청소년 폭력에 대한 연설을 늘어놓았다. 그가 나누어 준 이노새물은 얼마 후 학교 운동장과 거리에도 나붙었다. - page 168 ~ 169

우리는 점점 심해지는 십대 범죄에 대해 '촉법소년'의 폐지가 논의되고 있는데 과연 그들에겐 어떤 법의 판결이 옳은지 아직도 잘은 모르겠습니다.


마지막 사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이를 갖고 싶었지만 가질 수 없었던 부부.

그는 그녀를 위해 언제나 함께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약속을 못 지킬 것 같다고 말을 꺼낸 후 그녀는 차가운 시신으로 발견하게 됩니다.

그녀의 죽음이 어쩌다 난 사고라 생각했지만 나중에 의도적으로 살해당한 것이라는 판결에 죄책감을 가진 그.

"혹시 네가 맞을지도 몰라. 내 죄가 아니고 내 잘못이 아닐지 모르지." 그가 말했다. "하지만 적어도 그 벌은 내 몫이야." - page 217

남겨진 자의 슬픔이 쉽게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저자가 전하는 마지막 이야기.

20년간 형사소송 변호사로 일하고 난 뒤 내게 남은 건 상자 하나였다. 잡동사니와 잘 나오지 않는 초록색 만년필, 언젠가 의뢰인에게서 선물 받은 담배 지갑, 그리고 몇 장의 사진과 몇 통의 편지가 전부였다. 나는 새로운 인생은 쉬우리라 생각했지만 결코 쉽지 않았다. 우리가 약사든 목수든 작가든 혹은 그 무엇이든 모든 인생이 쉽지 않긴 마찬가지다. 규칙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낯섦은 사라지지 않고 외로움과 다른 모든 것도 여전할 것이다. - page 217 ~ 218

'변호사'라 쓰지만 '씁쓸함'이라 읽히는 듯 하였습니다.


책에서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99%의 확신과 1%의 의심,

당신은 어느 것을 선택하시겠습니까?

나라면 무엇을 선택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1%의 의심에서 확신으로 향해 가는 것이 아닐까......


당신에게 법은 무엇입니까?

이 질문에 대해선 선뜻 답을 할 수 없었습니다.

법이란 무엇일까......

단순히 '정의'구현을 위한 것이라고 하기엔 그 이면을 보았기에 더 나은 사회를 향해 가기 위한 하나의 발판이라고 해야할지......

생각이 많아지는, 그렇기에 우리는 끊임없이 법을 '고찰'해야함을 깨닫게 해 준 책이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