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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미스터 렌 - 어느 신사의 낭만적 모험
싱클레어 루이스 지음, 김경숙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19년 10월
평점 :
여행을 통해 일탈을 꿈꾸는 평범한 회사원이라는 그, '미스터 렌'.
그를 통해 '권태로부터 탈피할 딱 맞는 해독제'라는 말에서 궁금하였습니다.
그의 낭만적 모험에 동참해봅니다.
『우리의 미스터 렌』

우리의 주인공 '미스터 렌'.
그는 '기념품과 장식 소품 컴퍼니'에서 단연 돋보이는 사원입니다.
세른네 살인 그는 기념품을 만드는 회사의 영업사원이었고, 항상 물품 보관소 뒤 책상에 앉아 고지서를 비롯한 수많은 서류에 둘러싸여 고개를 수그린 채 일을 하는, 애써 기른 콧수염이 그다지 어울리진 않지만 평범한 기성복 정장을 입고 다니는 온순하고 보잘것없는 독신남.
"내가 하는 말 들려? 내가 지금 자네를 불러 놓고 발성 연습하는 것 같나?"
미스터 렌이 고집스러운 말투로 대답했다.
"어쩔 수 없었습니다."
"어쩔 수 없다니! 지금 그걸 변명이라고 하나! 지금 자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어. 이렇게 생각하겠지. 요즘 자네한테 비즈니스 쪽 업무를 맡을 기회를 많이 주는 이유가..., 자네가 회사에 꼭 필요한 사람이고, 단지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
"아닙니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 적 없..."
"그냥, 관둬. 우리가 자네한테 왜 월급을 주는 것 같나? 내가 지금 여기서 똑똑히 말해 주지. 자네는 때때로 자네의 소중한 시간을 회사에 바칠 수 없을지 몰라도..., 이 회사는 자네 없이 충분히 얼마든지 굴러간다고."
예전부터 들어온 이야기이고, 여태까지 한 번도 믿은 적이 없던 말인데 갑자기 솔깃해졌다.
"저 없이도 회사가 잘 굴러간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제가 며칠 전에 큰돈을 상속받았거든요! 일 그만두겠습니다! 지금 당장!" - page 48 ~ 49
지친 몸을 이끌고 비틀비틀 집으로 향했을 땐 실직에 대한 두려움과 사직서를 던지고 싶은 욕구가 거의 맞먹는 평범한 회사원인 그가 우연히 상속받게 되면서 그동안 막연히 꿈꾸던 여행을 준비하게 됩니다.
막상 몇 년 동안 수많은 여행을 계획해 왔지만 어떤 여행을 떠나야 할지 선택하지 못하던 그.
그리고 그는 대여정을 위해 몇 년 동안이나 악착같이 돈을 모았는데 막상 여행을 위해 돈을 쓰자니 아까운 마음도 들기 시작합니다.
그런 그에게 우연히 '구인 구직' 광고란이 눈에 들어옵니다.
어쩌면 웨이터나 농자아의 일꾼으로 모험을 떠나는 게 더 경제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그.
-남자 일꾼 구함-
가축 운반선에서 소먹이만 잘 주면
영국 리버풀까지 공짜 항해.
임금 낮음.
업무강도 쉬움.
고속 선박.
그린위치 스트리트에 있는
국제 대서양 인력센터에 신청.
"맙소사!" 미스터 렌이 외쳤다.
"내 첫 번째 여행지를 신이 골라 주셨어." - page 58
하지만 그의 생각만큼 낭만적이지 않은 여행이 되곤 합니다.
'왜 나는 이렇게 얼간이 같을까? 이게 방랑자의 모습인가? 아니야, 바다 위에 떠 있는 축산농장의 일꾼이잖아. 그래, 이 망할 일을 시작하고서 이 모든 일을 겪었지. 그렇지만 이제 곧..., 끝내주는! 신의 나라로 갈 거야!' - page 81
신의 나라라 생각했던 그 곳에선 속마음을 터놓으며 친구가 되었던 모튼과의 기약없는 만남을 남긴 채 헤어지게 되고 외로움과 동행하는 여행에서 점점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게 됩니다.
미스터 렌은 아주 위대하고 새로운 일을 계획하고 있었다. '친구 만들기', 이스트라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집이 되어 줄 누군가'를 언젠가는 찾아야 하니까. 미국에 도착하면 곧바로 찾아 가볼 '사교 모임이나 친목 단체' 등은 무수히 많았다. 리버풀에 도착한 미스터 렌은 갑자기 우체통 앞에 멈춰 서서 이스트라 앞으로 쓴 엽서를 부쳤다. 이제 고민은 끝이 났다. 그리고 당연히 미국행 항해를 시작했다. 그는 의기양양하게 배에 올랐다. 포틀랜드를 떠난 지 1개월 하고 17일이 되는 날이었다. - page 212 ~ 213
다시 예전의 회사에 찾아가 재입사를 하게 됩니다.
하지만 예전의 그가 아니었습니다.
"음, 요즘 꽤나 다정한데요, 미스터 렌. 진정한 사회의 리더 같아요." - page 289
그리고 이어진 그의 마지막 모습.
미스터 렌은 10월의 한기가 그를 깨울 때까지 자신의 잃어버린 왕국을 애석해하며 바라보았다. 그는 식료품점 주인에게 달걀을 요리하는 새로운 방법에 대해 배웠다. 그리고 넬리와 함께 피노클 카드게임도 하고 소리 내어 석간지도 읽으며 저녁을 보낼 계획이었다. 그는 싱긋 웃으며 7센트짜리 감자 샐러드를 사 들고 상쾌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집으로 가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 page 365
왠지 모를 경쾌함과 따스함이 묻어나는 건 지는 노을에 비친 그의 모습이 그려지기 때문인걸까......
평범해서 때론 지루한 일상으로부터의 일탈.
여행을 통해 그가 대단한 사실을 발견한 것도, 180도 변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동안은 그냥 지나쳤던 일들을 조금은 바라볼 수 있는 여유와 시선을 가지게 된 것이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그가 한층 성숙된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자신의 삶에 지친 이들에게 미스터 렌이 다가와 다정히 그 곁을 지켜줄 것 같은 이 소설, 『우리의 미스터 렌』.
간만에 잔잔한 감동을 얻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