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위크
강지영 외 지음 / CABINET(캐비넷) / 2019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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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게 된 이유.

책의 띠지에 적힌 문구였습니다.

입맛대로 골라 보는 장르 편의점 오픈!


읽으면서 느꼈던 점은 이 책의 색깔이었습니다.

'무지개색'

저마다의 고유의 색으로 다가왔던 이야기들.

그래서 더 인상적으로 남았습니다.

『어위크』


이 기묘한 편의점에 들어가기 앞서.

세 명의 청년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중식, 현우, 태영.

현우는 두 사람에게 자본주의의 폐해부터 부익부 빈익빈의 문제점까지 그야말로 열변을 토했다. 사실 현우의 그런 말은 늘 하던 거라 중식과 태영은 그러려니 했다. 어쨌든 셋 다 지지리 가난한 건 똑같았고 그 가난이 나아질 기미가 없다는 것도 똑같았으므로 현우의 분노에 대부분 동의했다. 속이 시원한 면도 있었다. 자신들은 당최 설명하기 힘든 감정을 똑똑한 현우가 멋들어지게 대신 말해주니까. 그래서 이번에도 그냥 듣고 있었다. 현우가 그 말을 꺼내기 전까지는.

"그러니까 이번 기회를 통해서 가난의 고리를 끊자 이거지. 털자. 현금수송차량." - page 12


너무도 어리석었던 판단과 단순한 계획.

결국 자신들의 범행은 태영이는 총에 맞아 부상을 당하고 경찰의 추격이 가해지게 됩니다.

그러던 중 막 불빛이 들어오기 시작한 간판.

『a WEEK』


잠시 몸을 피해 편의점에 있었고 알바생을 인질로 협박하고자 합니다.

그런데 이 알바생은 오히려 그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본인이 직접 목격한 이야기들을.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는 일요일에서 토요일까지, 역사소설부터 SF소설, 추리소설 등 다양한 소재로 때론 재미를, 때론 삶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를 전해주곤 하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수요일과 목요일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우선 수요일「박 과장 죽이기」.

몇 주 전 수진은 박 과장을 죽이고 싶다고 고백했다.

"남편이 죽으면 내 앞으로 돈이 나오거든. 원래 고액 생명보험 가입자는 남들보다 사망률이 6배 높대. 알고 있었어?" - page 167

농담처럼 진담인 듯 건넨 수진이의 이 한 마디.

곧 있을 시운전을 앞둔 그녀의 말에 민은 갸우뚱하기만 합니다.

그리고 출장 당일.

평소와 다른 수진이의 행동은 민에게 오히려 혼란을 야기하게 되고 결국......

"이제 어떡하지?"

"뭐를?"

"죄를 지었는데 후회가 안 돼."

"민아. 사랑은 죄가 아니야."

"그게 아니라 우리, 사람을 죽였잖아." - page 210

마치 수진의 모습에서 영화 <친절한 금자씨>의 '금자'가 떠오른 건......

기분 탓일까......


목요일 「러닝패밀리」.

이 소설은 '러닝패밀리'라는 모바일 게임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내가 선택한 캐릭터를 무사히 탈출시키는, 하지만 한 번 잃어버린 캐릭터는 유로로 판매하는 게임캐시를 지불하지 않고선 되살릴 수 없는 게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게임엔 괴담이 있었습니다.

"쌤, 러닝패밀리 캐릭터가 죽으면 그 숫자만큼 사람이 사라진대요. 그거 때문에 우는 거예요, 주하." - page 215

며칠 째 등교하지 않는 '선우'가 걱정이 된 '다영'은 선우의 집을 찾아가게 됩니다.

그 곳에 존재하는 의문의 구멍.

그리고 게임의 의미.


저에게 인상적으로 남은 이야기.

그녀는 문득 10년 전, 자신의 외할머니가 위독했던 여름날을 떠올랐다. 곶감처럼 쪼그라든 얼굴의 구순 노인은 죽음 앞에서 의연했다. 할머니의 부윰한 눈동자가 곁에 병풍처럼 선 자손들을 고루 훑었다. 그러고는 놀랍도록 맑은 목소리로 말했다. 왜들 그러고 있니. 누구든 구멍에서 나와 구멍으로 들어가는 걸.

며칠 뒤 할머니는 구멍으로 들어갔다. 자손들의 이름이 새겨진 비석이 동그란 봉분으로 덮은 구멍 앞에 세워졌다. 자아례식 내내 할머니의 말을 곱씹은 다영은 그리 슬프지 않았다. 사람들이 늙거나 병들거나, 혹은 운이 없어 자신이 나온 구멍으로 들어가는 일이 뭐 그리 대수인가 싶어졌다. 선우가 구멍에 잡아먹히는 걸 보고도 도망치듯 떠날 수 있었던 건, 살면서 구멍으로 빠져 사라진 이들을 이미 여러 번 겪어온 탓이었다.

다영은 사라진 사람들이 할머니의 말처럼 구멍으로 들어갔을 거라 짐작했다. 하지만 그들은 되돌아올 수 없다. 무덤을 헤치고 나오는 건 괴기영화 속 좀비뿐이니까. 다영의 귓가에 익숙한 멜로디가 흘렀다. - page 243 ~ 244


일주일 속 소설엔 공통의 상점, 『a WEEK』.

참으로 기묘했습니다.

마치 『나미야 자바화점의 기적』처럼 말입니다.


일주일의 이야기를 마친 알바생.

"어땠나요? 어떤 이야기가 제일 재미있었나요?"

"재미있고 말고를 떠나서 지금 한 얘기가 다 진짜라고? 진짜 있었던 일이라고?"

중식이 눈을 크게 뜨고선 물었다.

"물론이죠. 세상에 불가능한 이야기란 없어요." - page 365


그들 역시도 있는 곳이 바로 『a WEEK』편의점이라는 것.

불가능한 이야기가 그들에게도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간만에 단편 소설들을 재밌게 읽은 것 같습니다.

조금은 아쉬운 점이 있었지만 그 역시도 단편의 묘미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이 기묘한 편의점.

과연 내가 가게 되면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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