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온 - 잔혹범죄 수사관 도도 히나코
나이토 료 지음, 현정수 옮김 / 에이치 / 2019년 9월
평점 :
절판


반가운 마음이 들었던 소설이었습니다.


사실 책을 읽기 전 이미 일드로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때에도 지금의 책 제목과도 일치하였었습니다.

<ON 이상범죄수사관 토도 히나코>

이 드라마의 여형사의 독특한 점이 있었기에, 그리고 사건들이 너무나 잔혹하였기에 오랫동안 기억에 남곤 하였는데 이렇게 책으로 다시 만나게 되니 반가웠습니다. 


시각적 이미지화가 아닌 문자를 통한 내 상상력은 드라마보다 더 잔혹하게 그려질 것 같아 조금은 두려웠지만......

다시 만나게 된 그녀와 같이 범죄 현장 속으로 들어가보려 합니다.

『ON[온]』 


소설의 첫 문장.

그날 있었던 일을 떠올리면서, 지금도 그는 소리 내어 울고 싶어진다.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른 어린아이처럼, 머리를 쥐어뜯고 발을 동동 구르며 소리치고 싶어진다. 어째서 그런 끔찍한 일이 생긴 것일까. 얼마나 무섭고 아프고 괴로웠을까. 사건의 참상에 평정을 잃고, 악마의 소행을 멈출 수 없었던 자신을 후회한다. - page 7


5년 후, 하치오지 니시 경찰서의 형사 조직범죄 대책과에 폴더의 산에 파묻힌 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히나코'.

여형사를 동경하며 형사부를 지망했지만 배속된 곳은 산더미 같은 서류 업무에 시달리는 내근직이라는 것.


오늘도 어김없이 서류 업무에 쫓기다 잠시 휴게실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그녀는 특이한 점이 있는데 바로,

"아~. 또 나왔네, 야와타야이소고로('시치미'라 불리는 일본식 고춧가루 양념 브랜드로, 에도 시대부터 나가노 현의 유명 사찰 젠코지 인근에 위치한 유명 메이커다-옮긴이). 그거, 정말로 맛있어?" - page 19

항상 주머니에 작은 깡통, 나가노의 명물 고추양념을 들고 다닙니다.

마치 고추의 매운맛으로 인한 얼얼함으로 잠시나마 자신에게 최면을 거는 것 마냥......


그녀는 미해결 사건파일들을 암기하다 첫 번째 사건을 맞이하게 됩니다.

자신의 방에서 스마트폰으로 셀프 촬영하며 과거에 자신이 여성들에게 성폭행을 하고 잔인하게 살해했던 그 모습으로, 자살과도 같은 모습으로 죽게 됩니다.

당시엔 살해 혐의로 조사를 받았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났던, 과거의 가해자가 현재의 피해자의 모습으로.


그렇게 이 사건 역시도 사건의 실마리를 추적하는 중 또 다른 사건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번엔 사형 선고가 내려진, 사형집행을 기다리던 사형수.

그 역시도 CCTV에서 마치 누군가에게 말을 하는 듯 하지만 스스로 자해하는 모습이 보이게 됩니다.


계속되는 자살처럼 보이는 사건들.

그들의 자살(?) 과정을 보면 마치 누군가에게 조종을 당하는 듯한 모습이 보이곤 합니다.

"번지점프 같은...... 아주 안전하다는 전제로, 죽을 수 있는 가능성과 마주한 행위에 임하면 공포를 쾌감으로 변환하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쉽게 말해 뇌의 스위치를 전환해서, 공포와 쾌감을 바꾸는 것이지요. 뇌는 경험을 통해 학습하니까 새로운 자극을 원합니다. 그러한 의미에서는 방어 본능을 오프(OFF)한 상태라고도 할 수 있겠군요."

"쾌감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을 때에 일어날 수 있는 건가요?"

'예를 들면 엽기살인범이 살인을 저지르고 있을 때, 혹은 자신이 범한 살인의 기억을 머릿속으로 반추하고 있을 때 쾌감을 느낀다든가.' - page 175


결국 그 스위치를 켜는(ON) 자는 누구인지 밝혀내는 과정이 그려지고 있었습니다.


요즘 우리 현실도 너무나 잔혹한 범죄 사건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가 현실적으로 다가와 안타까웠습니다.

인터체인지 아래서 살해된 여고생도, 우타가와 사나에도, 사메지마의 피해자들도, 모두 일상 속의 어느 날 갑자기, 상상도 하지 못한 방법으로 목숨과 미래를 빼앗겼다. 살인을 반복하는 자들은 때때로 웃으며 그런 짓을 저지른다. 제멋대로 천박하며 가치 없는 욕망을 위해 그런 짓을 서슴없이 저지른다. 피해자의 공포와 괴로움을, 피해자 유족의 슬픔과 괴로움을 알려고도 하지 않으며, 그들은 영원히 누군가를 죽이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사람을 몇 명 죽이더라도 사형이 집행되어 자신이 죽는 것은 단 한 번뿐입니다. - page 164


그런 그들을 벌하고자 했던 이의 이야기.

'무차별 살인을 저지른 놈들이, 제대로 죽지도 못하고 몇 번이나 피해자와 같은 꼴을 당한다는 걸 알면, 그런 끔찍한 범죄는 분명 끊어지게 되겠지요. 그러니까 그 사람들이 죽은 꼴은 많은 사람들의 눈에 띄는 것이 좋겠지요'라고요. '이것이야말로 천벌 아니겠습니까' - page 289


무차별 살인을 저지르는 이에게 내리는 형벌.

무차별 살인으로 희생되는 이를 구하기 위해서라는 명목 하에 이루어진다는 것이 과연 올바른 일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해 주었습니다.


읽고 난 뒤 한참을 멍하니 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특히나 뇌 속의 스위치라는 거......

이를 임의로 조종할 수 있다는 것이 마치 소설 속에서만의 이야기였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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