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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은 어떻게 신화가 되는가
황교익 지음 / 지식너머 / 2019년 8월
평점 :
저자 '황교익'을 알게 된 건 <수요미식회>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였습니다.
'맛칼럼니스트'인 그는 박학다식한 '음식'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으면 음식의 또다른 면모를, 깊고도 진한 맛을 느낄 수 있곤 하였습니다.
그가 잠깐 화제성있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떡볶이는 맛없다'라고 발언을 하였었고 이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면서 논란의 중심이 되곤 하였었습니다.
그랬던 그가 이번에는 '치킨'에 대해 언급하였습니다.
"치킨은 맛이 없다?"
그가 전하는 '길들여진 맛'의 민낯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였습니다.
『음식은 어떻게 신화가 되는가』

첫 음식은 '떡볶이'였습니다.
하지만 제목은 이러했습니다.
<떡볶이는 떡볶이가 아니다>
애초 떡볶이는 가래떡에 여러 채소와 고기를 넣고 간장의 양념으로 볶는 음식으로 설날 상차림에 오르는 음식이었다고 합니다.
길거리 떡볶이는 한국전쟁 이후 전통 떡볶이가 간소화한 것으로 번철에 기름을 두르고 간장 양념을 하여 가래떡을 볶았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말하는 '떡볶이'는 진정한 '떡볶이'가 아니었습니다.
한국인이 먹는 떡볶이는, 그 조리법으로 보자면, 떡볶이가 아니다. 떡을 고추장에 조리거나 냄비에 만두, 어묵, 양배추, 당면 등을 함께 넣고 끓인다. 떡조림 또는 떡탕이다. - page 13
결국 가래떡이 들어가 있으니 동일 계열의 음식으로 묶으려는 의식의 작동 결과로 '떡볶이'가 되었다는 사실.
그런데 이 떡볶이엔 숨겨진 사실이 있었습니다.
2009년 이명박 정부가 자신의 정부에 애국애족의 이미지를 붙이는 데 떡볶이를 활용하였다는 점.
외국에 나가 떡볶이를 외국인에게 공짜로 먹이고 '엄지 척'을 하는 장면을 찍어와 국내 온갖 매체를 통하여 돌렸다. 국민의 머릿속에 '우리의 서민 음식인 떡볶이를 전 세계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는 애국애족 이명박 정부'라는 이미지를 밀어넣었다. - page 21
하지만 그 이면엔
이명박 정부가 국민이 모르게 숨긴 게 또 하나 있다. 떡볶이 쌀의 원산지이다. 음식점에서 파는 떡볶이의 경우, 그 쌀의 원산지를 표시할 의무가 없다. 쌀로 한 음식인 밥, 누룽지, 죽은 원산지를 표시해야 하는데 떡볶이는 원산지 표시 의무 품목에서 제외되었다. 이명박 정부 때에 만든 규정이다. 수입 쌀로 만든 떡볶이를 숨기기 위한 술수였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음식점에서 팔리고 있는 쌀 떡볶이의 원료는 대부분 수입 쌀이다. 국내산 쌀 소비를 늘리고 그 가공품까지 수출하겠다는 떡볶이 세계화 정책이 국민을 우롱한 일임을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 page 24
알고보니 떡볶이의 맛.
맵고도 떫은 맛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정치와 음식이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것이 또 있었습니다.
'칼국수'
1969년 박정희 정부는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을 분식의 날로 정해 혼분식 장려 정책을 펼쳤다고 합니다.
그때 박정희가 내민 혼분식 대표 음식이 칼국수.
그 당시 많은 한국인은 최진실처럼 수제비를 먹고 있었을 것인데, 박정희가 혼분식의 대표 음식으로 수제비를 버리고 칼국수를 선택한 것은 매우 정치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비록 미국에서 들여온 값싼 잉여 농산물로 조리한 음식일망정 대통령의 음식이니 근본도 없어 보이고 때깔도 나지 않는 수제비를 먹는다는 것은 권위가 서지 않는일이라 판단하였을 것이다. 그 밀가루 반죽을 홍두깨로 밀고 칼질을 하면 때깔이 그런대로 살아 '요리'처럼 보인다는 데 박정희와 육영수는 필이 꽂혔을 것이다. 그렇게 하여 칼국수는 정치의 음식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 page 310
그리고 이어진 그의 이야기.
한국의 정치인들은 선거 때만 되면 시장에서 음식을 먹으며 서민 코스프레를 한다. 그때 국밥이나 어묵, 붕어빵, 잔치국수까지는 흔히 먹는데 시장 칼국수는 잘 먹지 않는다. 선거가 끝나고 나서 서민인 듯도 하고 서민이 아닌 듯하게 보여줄 정치의 음식으로 칼국수를 남겨두고픈 것이 아닌가도 싶다. 그래서인지 고급한 전통의 칼국수를 내는 식당에는 여전히 그 오랜 정치인들이 들락거린다. - page 312
진한 육수 속에 담긴 기계로 뽑은 면이 정치인의 이중성을 반영하였다니 앞으로 이 칼국수를 먹을 땐 만감이 교차할 것만 같았습니다.
그의 '치킨'에 대한 이야기 속엔 음식의 맛이 인간 집단에 의해 결정될 수 있음을 보여준 예였습니다.
인간 집단이 어떤 음식을 맛있다고 생각할 것인지 판단하는 데 영향을 주는 여러 요소 중 하나가 '집단의 구성원에게 넉넉하게 주어질 수 있는 음식인가'하는 것이다. 인간은 그 소속 집단에게 많이 주어진 음식을 맛있다고 생각하게 되어 있다. 이는 인간의 안정 욕구와 관련이 있다. 많이 주어진 음식을 맛없다고 생각하면 자신이 속한 집단이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 - page 27 ~ 28
그래서 개개인이 치킨 맛을 판단하고 그 기호가 집합을 이루어 '한국인은 치킨을 좋아한다'는 결과가 나왔다는 건 조금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떡볶이와 치킨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하였습니다.
내 말에 상처를 받을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나는 안다. 한국의 경제 상황에서는 떡볶이밖에 먹을 게 없고 치킨밖에 먹을 게 없는 사람들이 많다. 주머니 사정 때문에 그 음식들을 먹을 수밖에 없는데, 내가 내내 맛없다고 하였으니 기분이 크게 상하였을 것이다. 그래서 방송에서 그런 말을 할 때이면 그 뒤에 이 말을 꼭 덧붙였다. "우리가 더 맛있는 음식을 먹자면, 이 사회를 바꾸어야 합니다. 내 앞의 이 음식을 바꾸려면 이 사회를..." - page 32 ~ 33
그의 음식에 대한 이야기는 달콤한 유혹에 가려진 자극적이고 유해한 진실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동안은 모르고 있었기에, 그저 당연히 먹었던 음식들이 알고보니 자본과 정치권력으로 둔갑되었다는 사실.
불편한 진실 앞에 마주하게 된 음식들을 쉽사리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는 음식에 대한 이야기에 앞서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독자들은 이 책을 읽으며 쉼 없이 "왜?"라는 질문을 던져주길 바란다. 일종의 한국음식 판타지 놀이를 한바탕 즐기자는 제안이다. - page 5
책을 읽고나니 그가 왜 예전에 음식들에 대해 그런 발언을 하였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의 음식.
과연 눈으로 보는, 코로 맡는, 입으로 맛보는 것이 전부일까?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왜?
나는 왜 이 음식을 맛있다고 하는 거지?
이젠 음식을 맛보기 전 스스로에게 '왜?'라는 질문을 던질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