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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 ㅣ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
이나가키 히데히로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1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번에 읽게 된 이 책이 읽기 전 흥미로웠던 점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모든 것은 후추 때문이었다"
사실 조금은 의아했습니다.
돈, 권력, 업적이 아닌 '식물'이, 그것도 '후추'로 인해 오늘의 세계지도가 만들어졌다니!
그래서 더 궁금하였습니다.
과연 '후추'로 인해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

책장을 펼치니 또다시 만나게 된 '후추'.
모든 것은 '후추'때문이었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후추를 향한 인간의 '검은 욕망'에서 시작되었다.
유럽인들에게 가축을 키워 얻은 고기가 중요한 식량이었고 겨울이 닥치기 전 고기의 부패를 막거나 지연시키기 위해 소금에 절이거나 말리는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하게 됩니다.
여기서 '향신료'가 그 방법 중 하나가 됩니다.
향신료가 있다면 고기를 어느 정도 양호한 상태로 보존할 수 있었다. 조금 과장하면 향신료는 '언제나 맛있는 고기를 먹을 수 있게' 해주고 풍요로운 식생활을 구현해주는 마법의 약이었다. - page 76
후추는 남인도가 원산지인 아열대 식물로 중동의 아랍지역과 유럽에서는 재배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런 후추를 들여오는 방법은 머나먼 길을 돌아와야 했고 그 과정에 여러 가지 위험요소, 어마한 운송비로 인해 후추가 금과 맞먹는 가치를 가지게 됩니다.
후추는 고기를 오래 보존하는 데 필요했으나 단지 이 용도 때문에 그렇게 비싼 가격에 팔린 것은 아니었다. 사실 사치스러운 식생활을 즐긴 귀족들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신선한 고기를 먹을 수 있었다. 가축의 먹이만 충분히 확보해두면 굳이 가축을 미리 도축해 보관해둘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귀족이나 상류층에서 후추의 인기가 치솟고 그에 따라 엄청난 가격이 형성된 데는 사실 실용적인 목적보다는 자신의 높은 지위와 부를 과시하기 위한 상징적 목적이 더 크게 작용했다. - page 90
후추 반입을 위해 유럽인들은 지중해 바깥의 넓은 바다로 진출하게 되고 그로부터 대항해의 시대가 열리게 됩니다.
이로 인해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탐험하게 되고, 바스쿠 다가마가 희망봉을 돌아 인도까지 가는 항로를 개척, 마젤란의 세계 일주 등 세계 식민지화를 촉발하는 계기가 되는, 인간의 '검은 욕망'이 세계 역사의 한 획을 장식함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초강대국 미국을 만든 '악마의 식물' 감자>
오늘날 유럽 요리에서 빠지지 않는 '감자'.
감자의 존재를 몰랐던 유럽인 중에는 처음에 실수로 덩이줄기가 아닌 감자 싹과 초록색으로 변한 부분을 먹는 사람도 많았다고 합니다.
특히나 16세기 이 작물을 먹고 중독되는 사건이 일어나자 '감자는 독성식물'이라는 꼬리표까지 붙게 됩니다.
심지어 성서의 기록에 나오지 않는 식물을 사악한 존재로 여겨 '악마의 식물'이라고도 불렸습니다.
이런 감자를 대중에 보급하게 된 근거는 유럽의 대기근이었습니다.
독일 프리드리히 2세는 감자 보급을 위해
"앞으로 이 나라에서 감자는 귀족만 먹을 수 있다."는 공고를 통해 인간뿐 아니라 돼지의 식량 문제도 해결함으로써 그들의 식탁을 풍성하게 채웠습니다.
프랑스에서도 루이 16세는
"여기에 심은 것은 감자라는 작물로 맛이 좋고 영양이 풍부해 앞으로 왕족과 귀족의 먹을거리로 삼고자 한다. 따라서 이를 훔쳐 먹는 자는 엄하게 처벌할 것이다." 라며 감자 보급에 힘을 썼고 이러한 감자 보급으로 인해 다양한 고기 요리가 발달하면서 유럽의 많은 나라는 육식 문화 국가로 거듭나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감자가 아일랜드에선 감자 역병이 창궐해 지독한 흉작으로 고통받던 아일랜드 사람들이 고향을 버리고 신천지 미국으로 가면서 감자라는 식물이 미국 역사와 더 나아가 세계 역사를 그리고 우주과학의 역사를 송두르째 뒤바꿔놓게 됩니다.
또한 인상적이었던 <거대한 피라미드를 떠받친 약효 양파>.
양파는 고대 이집트 왕실에서 피라미드 건설 노동자들에게 강장제로 양파를 지급했다고 합니다.
또한 미라 제작에도 활용해 가령 미라의 눈구멍과 겨드랑이에 양파를 채워 넣거나 붕대를 감을 때 양파를 끼워 넣었다고 하였습니다.
이런 양파.
사실 이 양파는 중앙아시아에서 시작됩니다.
탁월한 효능과 함께 뛰어난 보존성이 있기에 전 세계의 여러 대륙과 여러 나라에서 재배가 가능하게 되고 우리와 함께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먹는 동그란 양파가 사실은 '잎'이라는 것.
양파를 세로 방향으로 반으로 자르면 가장 안쪽에 '심' 같은 게 들어 있는데, 그 부분이 바로 양파의 줄기다. 그 줄기에서 차곡차곡 포개지며 잎이 나온 것이다. 양파는 건조지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 잎 부분을 두툼하게 만들어 영양분을 저장하는 방식으로 진화한 것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마트에서 사다 반찬으로 해 먹고 즙을 짜서 먹는 양파는 줄기와 잎으로 구성된 먹을거리인 셈이다. - page 129
그 외에도 여러 식물들이 등장합니다.
토마토, 고추, 차, 사탕수수, 목화, 볏과 식물 밀, 벼, 콩, 옥수수, 튤립.
이 식물들과 인간, 그리고 역사.
실로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습니다.
저자는 이런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인류에게 식물은 어떤 존재일까? 인간은 언제나 식물을 자기 욕망을 충족하는 도구로 여기며 이용해왔다. 동물처럼 움직일 수 없는 식물은 거부하지 못하며 인간의 욕망을 채우는 도구로 살아야 했다. - page290
하지만 그 식물은 단순히 도구로만 산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식물이 우리를 이용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인류 역사는 인간이 식물 재배를 시도한 그 시점부터 시작되었다. 즉, 인류는 비탈립성 돌연변이 밀 씨앗을 맨 처음 땅에 심어 농경을 시작한 뒤 '부'를 창출하는 방법을 터득해갔다. 이후 빈부 격차가 발생하고 갈수록 커져 왔으며, 인류는 부를 얻기 위해 평생을 바쳐 일해야 했고 지금도 뼈 빠지게 일하고 있다. - page 293
그렇다면 인간과 식물, 누가 진정한 지배자일까?
아마 지배자라는 의미보단 서로의 애증관계가 그 답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은 씨앗으로부터 시작하여 세계사를 바꾼 식물들.
그들의 잠재된 파워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내 식탁에 있는 이 식물들이 왠지 대단하면서도 두렵게 느껴지곤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