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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가 듣고 있어요 - 혼자인 내게 그림이 다가와 말했다
이소라 지음 / 봄름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그림이 주는 위로.
특별하지는 않지만 크나큰 포옹과 함께 다가오는 위로에 그저 말없이 기대어보곤 합니다.
이 책은 여느 명화에세이와 다른 점이 있었습니다.
어떤 말들이 당신을 힘들게 하나요?
어떤 순간들이 당신을 괴롭게 하나요?
제게 들려주세요. 지금 내가 듣고 있어요.
타인의 따가운 시선 속에 상처받은 이들에게 건넨 화가들의 아름다운 그림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자 '이소라'님의 이야기까지.
그래서 나의 상처를 따라, 화가를 전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 내가 듣고 있어요』

첫 이야기부터 인상적이었습니다.
<넌 살만 빼면 예쁠 것 같은데>
저도 수없이 들은 말.
보는 사람들마다 이 말을 할 때면 짜증이 났지만 이제는 체념 수준까지 간 이 말.
알고보면 나 역시도 다른 이에게 하고 있는 이 말.
타인에게 '~만 하면'이라는 조건을 다는 것부터가 주제넘은 일이겠죠. 그런데 가만히 사람들을 지켜보면 그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많이들 합니다. 물론 저도 포함이고요. 대체 왜 그런 걸까요? 왜 타인을 나의 시선으로 평가하고 그걸 당당히 말로 내뱉는 걸까요? 다른 이들의 생각까지 알 수 없으니 제 자신에게 먼저 묻습니다. 글쎄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제 생각에는 말이죠. 어떤 확고한 '기준'이 있다고 믿기 때문 아닐까요? - page 14
기준으로 누군가를 함부로 비판할 수는 없는 것인데......
어느 시대건 여성의 아름다움만은 기준에 따라 평가를 하는 것이 현실이라는 점이 안타까울 뿐이었습니다.
여기 '로자 보뇌르'의 이야기가 나오게 됩니다.
남성 중심의 19세기 프랑스 예술계에서 짧게 자른 백발로 몸매가 전혀 드러나지 않는 편안한 옷을 입은 그녀.
하지만 그녀의 얼굴에선 당당함과 자신감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남장을 하고 여성 파트너와 공개적으로 연애까지 했던 보뇌르를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은 당연히 따가웠어요. 왜 남자와 결혼하여 아이를 낳지 않는지, 머리를 길러 장식하지 않는지, 드레스를 입지 않는지, 몸매를 관리하지 않는지, 화장을 하지 않는지...... 이런 말들을 귀에 진물이 나도록 들었을 거예요. 하지만 보뇌르는 자신의 가능성을 억압하고 짓누르는 질서와 결코 타협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흡연과 사냥을 보란 듯이 즐기며 자신을 지적하는 사회를 비웃었죠. - page 27
그녀의 초상화에서처럼 의기양양한 미소가 더없이 아름다워보였습니다.
이 역시도 제 이야기였습니다.
<넌 너무 내성적이야>
조용하고 차분해서 쉽게 남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하는 내성적인 성격을 가진 저는 이것을 '흠'이라 여겼습니다.
내성적인 성격은 고쳐야 하는 것으로......
여기 영국의 화가 '그웬 존'의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차분하고 정적인 그녀의 성격이 그림 속에도 묻어 부드럽고 고요한 분위기의 작품들을 남긴 그녀.
그웬 존이 그려낸 이 방은 그녀의 성격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어요. 그녀는 바깥보다 안을 바라보며 서 있는 사람입니다. 마음의 문은 내면을 향해 닫혀 있지만 그 내면은 무엇보다 충만한 빛으로 가득합니다. - page 82
그런 그녀의 이 한 마디.
"좀 더 내면적인 삶을 향한 동경을 제외한다면, 표현하고 싶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 page 89
내성적인 자신의 성격을 받아들임으로써 잔잔한 용기가 묻어있던 그녀의 모습에서 저도 용기를 내어 봅니다.
책 속엔 열네 명의 화가가 '나를 사랑하는 열네 가지 방법'을 알려주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읽는내내 위로를 얻고 행복했었습니다.
앞서 저자는 이런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사회의 편견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길을 당당하게 걸어간 로자 보뇌르. 장애를 갖고 태어났지만 결코 좌절하지 않았던 난쟁이 귀족 앙리 드 툴루즈-로트렉.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멋지게 증명해낸 앙리 루소까지. 가시 돋친 마로가 이유 없는 혐오에 맞닥뜨렸던 이들은 자기연민에 빠지거나 스스로를 미워하는 대신 자신만의 세계를 캔버스에 담으며 중요한 사실을 깨우쳐 간다. 바로 '내가 나를 사랑하는 한, 누구도 내게 상처 줄 수 없다'는 것. - page 7
남들의 시선에, 기준에, 사회의 잣대에 움츠렸던 저만의 색을,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꺼져만 가던 내 안의 용기가 다시금 불빛을 내기 시작하였습니다.
이제라도 나보다 더 나를 사랑해야겠습니다.
보다 당당하게, 보다 씩씩하게!
가슴을 활짝 펴고 내 앞을 바라보며 걸어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