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림이 있어 괜찮은 하루 - 말보다 확실한 그림 한 점의 위로
조안나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9년 7월
평점 :
때론 '말'의 위로보단 따스한 포옹이, 토닥여주는 손길이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저 역시도 위로를 받고 싶을 땐 조용히 사색에 잠긴다든지, 책을 읽는다든지, 좋아하는 화가의 그림을 바라보곤 합니다.
그러고나면 백마디 말보다 더 큰 위로를 받으며 그렇게 나의 마음의 상처를 보듬곤 합니다.
이 책에서도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말보다 확실한 그림 한 점의 위로
그 위로를 받고자 읽어보았습니다.
『그림이 있어 괜찮은 하루』

앞서 저자 '조안나'씨는 이런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슬픈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도 그림은 나에게 좋은 무기가 되어준다. 책과 달리 그림은 생각의 회로가 필요 없다. 어느 정도 한국어라는 모국어에서 멀어진 환경에서 살고 있는 나에게 그림은 때때로 수줍은 말동무가 되어주기도 한다. - page 6
설명이 필요 없는 그림들.
잠시나마 나에게 처해진 상황에서 벗어나게 해 주는 매력을 주는 그림과 그녀의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책을 펼치면 제일 먼저 만나게 된 그림, 라울 뒤피의 <니스, 천사들의 해변>.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없는, '파란색'을 보고 있자니 왠지 이 곳이 '해변'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그림은 라울 뒤피의 <에펠탑>.
처음으로 만난 화가인데 그의 작품에서 '아름다움'을, '행복'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나의 눈은 태어날 때부터 추한 것을 지우도록 되어 있다."라고 거만하게 말한 작가의 그림이라 더 믿고 본다. 아름답지 않은 것은 그림으로 남기지 않았고, 추한 것도 아름다운 것으로 바꿀만큼 강력한 빛을 그려냈다. 마음의 때를 벗기는 데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다. 캣타워에 몸을 웅크리고 잠든 내 고양이, 단순한 선과 색감으로 그리운 풍경들을 담아놓은 그림 그리고 내 마음과 손을 따뜻하게 해주는 커피나 차 한 잔이면 충분하다. - page 20
아름다운 것만 표현한 화가, '뒤피'.
그랬기에 그를 잘 몰랐지만 그의 작품을 보면서 아름다움을, 행복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 그의 작품이 궁금하였습니다.
왠지 그 속에 행복과 즐거움이 지친 우리들에게 한 줄기 '빛'을 선사할테니까요.
<매일 더 잘 사랑하는 법>에서의 이야기가 저에겐 인상적이었습니다.
여기에선 '청색의 화가' 혹은 '사랑의 화가'로 불리는 '마르크 샤갈'이 등장하게 됩니다.
<산책> 그림에 등장하는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죽음이 이 둘을 갈라놓았지만 그 후에도 평생 예술의 뮤즈로 그녀를 그리워한 벨라와 샤갈.
"내 손은 지나치게 연약했다. 그래서 나는 특별한 직업을 찾아야했다. 하늘과 별을 내게서 쫓아 버리지 않고 삶의 의미를 발견하게 도와주는 그런 직업."
_ 마르크 샤갈, 『샤갈, 꿈꾸는 마을의 화가』, 최영숙 옮김, 다빈치, 2004
그리고 이어진 이야기.
샤갈의 그림에는 사랑의 기적들이 은은하게 흐른다. 샤갈의 눈 내리는 마을처럼 자주 눈이 오는 곳에서 살면서, 나와 너무나 다른 남편과 함께 만들어가는 일상을 모두 글로 그리고 있다. 서로 죽일듯이 싸우는 순간들은 빠르게 지나가고, 행복한 순간들은 오래 자주 지속된다. 그는 나를 따라 이제 커피 없이는 못 살고, 빵도 곧잘 먹는다. 매운 고추 없이는 못 사는 그를 닮아 나도 거의 모든 요리에 할라피뇨, 파프리카 가루 혹은 카옌페퍼를 넣는다. 우리는 식탁에서 오랫동안 밥을 먹고, 해가 좋은 날엔 길게 산책한다. 우리의 지나온 시간보다 앞으로 다가올 시간들이 더 기대되는 건, 아마도 서로가 서로를 위해 매일 더 잘 사랑하는 법을 연구하기 때문일 것이다. - page 87 ~ 88
우리 부부도 더 잘 사랑하기 위해서 먼저 샤갈에 대해 알고 싶었습니다.
<집 안 가득 퍼지는 평화를 위하여>는 지금의 저에게 필요한 그림을 일러주었습니다.
요하네스 베르메르, <우유를 따르는 여인(부엌의 하녀)>.
평온해 보이기도 하고 고단해 보이기도 하는 여인의 미묘한 표정에서 우리들의 엄마를 읽는다. 빛을 받고 있지만 얼굴에 생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과거의 엄마와 미래에 엄마가 될 나를 동시에 본다. 아이가 생기면서 전보다 자주 엄마를 생각한다. 나와 언니를 정성스럽게 씻기고 입히고 먹였던 엄마의 젊은 시절을 예비 엄마로서 도돌아본다. 분명히 엄마도 늦잠 자고 싶은 날이 있었을 텐데, 왜 한 번도 우리들 밥을 건너뛰지 않았을까...... 나도 내 자식을 먹이기 위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 page 99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써 이 그림을 바라보고 있자니 가슴 한 켠이 아려왔습니다.
아마 저 역시도 나의 엄마를, 그리고 내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나봅니다.
평화로움 속에 느껴지는 묵직한 고단함.
이 그림을 보고난 뒤 엄마에게 안부 전화를 드려야겠습니다.
<매일 점을 찍는 심정으로>에선 과학적인 점묘법으로 유명한 화가 '조르주 쇠라'의 그림이 등장합니다.
사실 화가 이름만으론 잘 몰랐었는데 그림을 보자마자 "아!"라고 탄식을 하게 된 그의 그림.
조르주 쇠라, <그랑드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 , <아스니에르에서의 물놀이>.
이 모든 것을 점으로 표현했다는 그의 꾸준함.
그를 통해 우리의 인생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쇠라의 일생을 돌이켜 봐도 우아하게 즐길 것들을 즐기면서 창작되는 예술은 거의 없어 보인다. 책을 만들 때도 단 한 번도 쉽게 고쳐지는 원고는 없었다. 프리랜서가 된 후 낙심하고 절망에 빠져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날도 많았다. 매일 작업하는 매순간 하나씩 점을 찍는 심정으로 다음 책을 쓴다. 결국엔 찍힌 점들 사이에 자연스러운 연결점을 새로 그려 넣어야 할 테지만, 우선 한 문장 한 문장 쓰는 데 최선을 다한다. 한 문장이 모여 한 문단이 되고, 문단과 문단이 모여 한 꼭지가 된다. 완성된 꼭지는 전체 챕터에 어울리게 다듬어진다. 모든 것이 완벽해지려면 끝이 없다. 그래서 우리는 어느 정도 변주를 허용한다. - page 187
책 속에 다양하고도 많은 그림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그림마다 저마다의 위로가 담겨 있었습니다.
확실하면서도 큰 위로가 필요할 때.
나만의 장소에 이 책 한 권과 커피 한 잔을 가지는 시간을 갖는다면 그보다 더 큰 위로는 없을 것 같았습니다.
다가오는 주말.
직접 미술관에 가 실제 그림이 전하는 위로를 받아볼까 합니다.
그러면 더 큰 이야기가, 위로가 나에게 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