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연버스는 수수께끼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김현화 옮김 / 직선과곡선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누구나 한 번쯤은 '사랑'에 아파한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달콤하기만 아니, 영원할 것만 같은 사랑을 잃은 뒤의 슬픔.

아픈만큼 성숙한 사랑을 할 것 같지만 또다시 반복되는 상처에 아파하곤 합니다.


여기 '실연버스'가 있었습니다.

참으로 독특하였습니다.

굳이......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모여서 여행을 하면 더 우울하지 않을까라는 우려섞인 제 마음도 담아봅니다.

하!지!만!!

이 우려는 그저 저의 오만과 자만함으로 인한 결과일뿐!

오히려 그들에겐 '기적'마저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실연버스는 수수께끼 

아홉 명을 태운 하늘색 버스.

이 버스의 투어객은 겉모습부터 어딘가 이상한 분위기를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여러분,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대답없는 승객들.

"저는 이번 '실연버스'의 가이드를 담당하고 있는 '아오조라 투어즈'의 아마쿠사 류다로라고 합니다. 친구나 동료에게는 류씨, 류짱으로 불리고 있으니 편하신 대로 불러주세요. 나이는 37세. 독신입니다. 물론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으니 과거에 여러 번 실연을 당한 경험이 있고, 그때마다 침울해했습니다." - page 7

초라한 식사와 쓸쓸한 명소, 허름한 숙소에서 시작되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점점 상심에서 벗어나 우리에게 다정함을 선사하곤 하였습니다.

사흘 전에 막 실연한 참인 '가이드'를 비롯한 그들의 이야기.


실연자들 중에 저에겐 '사부로 씨'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젊다는 건 좋은 거죠."

사부로 씨가 불쑥 말했다.

"네?"

"아직 뭐든 할 수 있으니까요."

"뭐든...... 할 수 있을까요?"

나는 뺨이 살짝 여윈 옆얼굴을 향해 물었다.

"분명 할 수 있어요."

"실패하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고 싶은 일도 말인가요?"

...

"물론입니다. 시간이 있으면 새롭게 시작할 기회도 올 테니 말이죠." - page 104 ~ 105

아마도 요즘 느끼는 감정때문이었을까.

"시간이야말로 우리의 보물이니까요."

바깥을 쳐다본 채 조용히 말했다.

"저기, 그건."
"무슨 뜻인가요?"라고 내가 묻기 전에 사부로 씨는 멧돼지가 도망갔던 수풀 부근을 바라보면서 답해주었다.

"시간은 생명이니까요." - psge 104  ~ 105


그렇게 서로의 속마음을 이야기하면서 서로를 향한 다정함과 놀라움이 교차하곤 하였습니다.

특히나 뜻하지 않았던 반전의 매력!

이는 이 소설을 놓칠 수 없음을 시사하고 있었습니다.


'실연'.

왠지 그 사전적 의미가 궁금하였습니다.

연애에 실패함  - 출처:표준국어대사전

단순히 연애에만 실패한 이들이 아니기에 더없이 그들과의 여행이 '실연'과는 달리 달리곤 하였습니다.

'사랑'으로의 실연이 결국은 '사람'으로의 실연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실연이 결코 눈물겹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소설에서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저기, 모모짱."

"네."

"실은 말이야, 인간이 진정으로 마음속 깊이 추구하는 건 물질이 아니야."

"아......"

"추구하는 건 흡족할 때 맛보는 감정이야. 즉, 지금 모모짱이 맛본 감정. 다들 그걸 맛보고 싶어서 돈을 쫓거나 애인을 찾거나 물욕에 빠져드는 거야. 지금 모모짱은 원하는 것을 전부 손에 넣은 후의 최고의 기분을 맛보고 있지?"

"네......"

"그렇다는 건 모모짱이 이 인생에서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을 지금 손에 넣었다는 거 아니겠어?"

"아......"

...

"이제 알겠지? 모모짱이 가장 원하는 건 이미 모모짱 마음속에 전부 잇어. 게다가 언제든지 지금처럼 맛볼 수 있고 말이지."

"......"

"그러니까 이제 타인에게 무언가를 추구하지 않아도 되고, 뭐가 없다고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않아도 돼. 모모짱이 여기에 있는 것, 그것만으로도 실은 최고야. 모모짱은 궁극의 행복과 하나가 된 존재니까." - page 321 ~ 322

참으로 의미심장한 이야기였습니다.

우리가 불행을 느끼는 건 외부로부터 무언가를 추구하기 때문이었다는 것을.

우리는 아무것도 없어도 언제든 충만한, 행복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결국 자신의 내면에 있는 행복을 맛보지 않으면 불행하다는 것을.

이 소설을 통해 깨닫게 되었고 알게 된 순간 왠지 제 자신이 행복한 사람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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